“상하이(上海)의 호텔 식사비는 도쿄에 비해 40% 정도 비싸다” “항저우((杭州) 하얏트 호텔에서 저녁 식사할 가격이면 타이베이 하얏트호텔에서 3일을 머물 수 있다” 고 한 어느 비즈니스맨의 이야기처럼 중국 대도시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라이터 등 교역이 가능한 중국 공산품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격이 1위안(약 170원)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교역대상이 아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론이 강하게 대두되는 배경이다.
징후는 4월 이후 신용 채권 시장에서 포착됐다. 주식시장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교역이 일부 종목에만 집중되고 있고 대부분 주식은 수익률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확장 일로를 걷던 자산시장에 거품 붕괴가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일본은 거품 붕괴에 따른 아픔도 겪었지만 행운도 적지 않았다. 2012년까지 양호한 경상수지 기반을 활용해서 끊임없이 신흥 시장에 투자한 일본은 거시적으로 보면 자본 수출을 통해 아주 양호한 교역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따라서 거품 붕괴로 자국 내 경기는 위축됐지만 일본 전체 국민 소득에는 변함이 없었다. 최근 들어 중국의 경기 위축이나 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예전과 달라졌지만 전반적으로 건강한 상태다.
이에 비해 국유체제를 유지하면서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못한 중국으로서는 자산 거품 붕괴에 대한 걱정이 누구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지한 당국도 미리 미리 자산 거품을 줄여 경제에 대한 충격을 줄 일 방도를 모색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교역 상품 가격과 비교역 상품 간의 가격 괴리를 바로 잡아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중국 당국은 일단 위안화 환율과 국내 자산 가치 사이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첫 번째 카드는 환율을 시정해서 국내 자산 가격 괴리현상을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을 통해 자산 가격 간 조정 과정에서는 두 가지 극단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자산 버블로 인해 가격 하락이 발생한 케이스다. 이후 20년간 일본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줄곧 강세를 보여 왔다. 기본적으로 달러당 100엔에서 120엔 사이에서 움직였다.
러시아도 지난 2011년 모스크바의 부동산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글로벌 대도시기준으로 중간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싼 편이었다. 당시에 비해 최근 모스크바 부동산은 루블화 기준으로 보면 그 당시 보다 10%나 더 올랐다. 그러나 루블화의 가치가 지난 4년간 50% 하락하는 바람에 달러 표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진 상태다.
일본의 사례든 러시아의 사례든 두 가지 요인을 한 방향으로 수렴하게 만들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란 쉬운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환율과 자산 가격의 충돌은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자본의 투자 수익률과 자산 가격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오른 자산 가격을 그대로 두고 금융 대출을 늘려나간다면 경제비용도 동시에 올라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 투자 회수율을 끌어올리게 되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여기에다 명목 환율은 더 이상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글로벌 G2로 부상한 중국은 지난해 8월 11일 중간가 환율 개혁을 단행했고 올 들어 1월 4일 두 차례의 인민폐 파동을 겪었다. 위안화의 환율을 놓고 시장에서는 여러 추측들로 무성하다. 그 중에서도 올 2월 중국과 미국이 환율에 관한 모종의 합의를 이뤘다는 설도 있다. 올해 위안화 환율은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위안화 약세 기조와 달러화와 위안화의 동조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참고로 발표하는 화폐지수를 보면 위안화는 올 상반기 7%정도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달러화 지수는 6.6% 떨어졌다. 신종 환율관계를 통해 자산 가치를 안정시키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중국은 환율보다도 금융 긴축 카드를 사용할 기세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계속적인 금융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만큼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경제 위기를 맞은 국가의 경우 금융 대출이 늘어나고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이 레버리지를 이용해 부채를 늘리면서 시작된다는 규칙을 중국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전 5년 간 미국경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금융 자본이 실물에서 빠져 나와 허공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금융만 나 홀로 번영을 누린다.
전체적으로는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레버리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당시에 70%까지 올라갔다.
그동안 금융자유화를 강력히 추진해온 중국도 2012년 이후 상황을 보면 2008년 전 5년 간 미국에서 벌어진 상황과 비슷하다.
2012-2013년에는 그림자 금융이란 게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어 인터넷 금융이 출현한다. 금융은 자산 형성의 중요한 부분이 됐지만 거시정책 관리자들로서는 걱정거리다.
금융 동업자간 교역을 비롯해 파생상품 거래교역은 당국에서 파악하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10억 위안을 대출해주면 자금을 관리하는 기구는 레버리지를 이용해 최소 40억 위안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당국에서는 10억 위안이라는 대출 액수 밖에 못 본다. 한마디로 위기가 오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금융 내부 거래는 복잡하다. 은행과 비 은행 간 거래 외에도 실제적으로는 이뤄지는 지하의 회색 금융은 추산도 힘들다.
작년에도 중국 금융에 위험 경고 신호가 있었다. 당국에 보고한 숫자는 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은행과 비 은행 간 수익 계약이 3조 위안만 돼도 레버리지를 줄이는 단계에 오면 더 많은 부실이 발견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는 게 금융계의 진단이다.
중국은 특히 이원화된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국유기업과 정부의 경제 조직이 금융신용자원을 장악하는 구조여서 금융자유화를 계속할 경우 금융 왜곡은 더 심해진다.
2012년부터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자유화로 중국의 은행 자산은 81%나 불어났다. 그동안 명목상 경제규모가 39% 확대된 점을 감안해도 실물과 금융 사이에 2배 정도 차이가 벌어진다.
갈수록 금융거래로 부가 많이 창출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증가시키면 그만큼 금융위기 위험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지난 5-10년간 금융자유화의 과정을 보면 과도한 금융 공급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금융자유화로 금융 공급을 늘 릴 수록 그 만큼 위기의 누각 높이도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대출 레버리지가 늘면서 거시경제 정책 결정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채무 조정은 레버리지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일단 금융 긴축 고삐를 당겨서 금융기관들이 알아서 자산 가격 하락에 대비한 채무 축소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방법론이다. 위기가 오면 생산능력을 줄여야 하는데 가격이 상승하는 단계에서는 어떤 공장도 생산을 줄이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채무 구조 조정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에서 낮은 이자로 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누가 부동산을 경매로 팔아 채무 조정을 하자는 협상에 응할 리 없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취할 수 있는 다음 카드는 화폐와 재정정책이다.
그동안 금융 레버리지로 높아진 자산 가격을 조정한다는 의미다. 주변을 정리해서 그동안 화장으로 가려진 금융시장에서 화장을 벗겨내는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음 카드는 조세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금융에서 세금이 많이 걷히고 있어서 당장 하기는 힘들지만 궁극적으로 가면 조세정책만한 게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시장에 직접 개입하면 ‘국개(국가개입)’ 타령을 면하기 힘들지만 추세의 힘은 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향후 중국 경제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대비한 마스터플랜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현문학 매일경제 영남 취재 본부장 m_hy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