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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편)입 후배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먼저, 잠깐 눈을 감아 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읽으시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잠깐 눈을 감고 여러분들 앞에 크고 높고 넓은 벽이 있다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앞에 크고 높고 넓은 벽이 있다고 상상하시면서 그 벽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아주 잠깐 눈을 감고 여러분 앞에 놓인 그 벽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무엇인지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자 지금부터 잠깐 눈을 감고 상상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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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이 떠오르셨나요?
여러분들은 그 벽을, 혹은 그 벽에 어떻게 하셨나요?
그 벽은 바로 여러분들의 남편이자 아내이며, 친구이자 직장 상사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미혼인 분이시라면 그 벽은 결혼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답이 궁금합니다....^^
제 강의를 들은 많은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답 가운데는 "벽을 돌아가겠다" "넘어 가겠다" "무너뜨리겠다"라는 일반적인 답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이런 답도 있었습니다. "그 벽에 등을 대고 편안히 쉬겠다" "그 벽에 예쁜 장식을 달아 치장하겠다".
저는 그 벽이 여러분들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무엇인가라고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께서 마음속으로 내린 답은 그 가장 부담스러운 일을 바라보는 여러분들의 자세이기도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마음 속으로 내린 답을 통해 여러분들의 마음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 만족스런 답을 언젠가는 찾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신(편)입생 후배여러분,
여러분들이 마음에 그려본 그 높다란 벽을 대하는 것 같은 막막함이 어쩌면 이제 막 입학을 한 지금 여러분들의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20년 전 꼭 오늘 그렇게 느꼈던 그 막막함 같은 것 말입니다. 실망스러울만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첫 학기를 마치고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그때의 막막함도 그러했습니다. 만약 그때 제가 그 막막함에 눌려 포기했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의 저는 없겠지요.
하지만 조금 전 여러분들의 마음에 그려본 그 벽은 두려움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그 벽은 여러분들의 꿈, 여러분들의 희망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돌아서고, 넘어서고 해서 이룬 것 같지만 그런 우리 앞에 다시 버티고 서 있는 그런 희망, 꿈 말입니다. 그 처럼 우리의 희망은 이루었다 싶으면 저만큼 멀리 가 있고, 또 넘어섰다 싶으면 또 저만큼에서 손짓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한 고비 한 고비를 지난 또다른 그 벽을 향해 나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 그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우리의 희망을 이룰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왜 골프선수가 굽이진 골프 코스를 두려움 없이 갈 수 있는지, 마라톤 선수가 42KM가 넘는 그 길을 망설임 없이 달려갈 수 있는지.
그들은 그 끝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비록 한 게임이 끝나고 다음 게임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끝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도 거기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완전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거기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신(편)입생 여러분들께 선배이자 친구, 동료이자 튜터로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여러분들께 새롭게 부과된 "학생"이라는 역할을 잊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이미 여러분들은 누군가의 아내나 남편, 아들이나 아빠일 뿐 아니라, 직장의 상사이거나 부하직원이라는 역할을 포함한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이제 거기에 "학생"이라는 역할이 더해진 것입니다. 아니 여러분들께서 '선택'하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선택하신 "방송대학생"이라는 역할은 자칫 여러분들의 기존의 역할 속에서 잊혀지기 쉬운 역할입니다. 물론 가끔씩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이, 자주 그러시면 안 됩니다.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누가 일일히 여러분들의 학사일정이나 학습과정을 신경 써 챙겨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전적으로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바로 그 점이 우리학교의 단점이자 또한 장점입니다. 학생으로서 여러분들의 역할을 잊지 않고 여러분 자신의 계획과 진도에 따라 주어진 학습일정을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잊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특히 중요한 순간들, 예를 들어 시험, 출석수업, 과제물 제출과 같은 꼭 해야할 일들을 잊어버리시지 않도록 챙기시기 바랍니다. 저를 비롯한 여러분들의 튜터선생님들이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만 학생이라는 여러분의 새로운 역할을 얼만큼 잘 수행하는가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여러분들께 달려있겠지요?
두 번째, 여러분만의 시간적 공간적 영역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특히 학습을 위한 규칙적인 시간과 그 시간을 방해받지 않은 공간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Virginia Woolf는 말했습니다. 여성이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일, 경제적 자립, 그리고 자기만의 방이다,라고요. 물론 20세기 초반의 여성을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만 수많은 역할과 더불어 학생이라는 역할을 더 하게 된 여러분들께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공주"(공부하는 주부)가 많은 우리학교, 그중에서도 영문학과에 적을 둔 여러분들께는 더욱 절실한 것이 바로 여러분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무슨 특별한 시간과 특별한 공간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디라도 여러분의 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그만큼의 규칙적인 시간과 그만큼의 자유로운 공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함께 할 동료를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 학습을 해 나가다보면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때 의지하고 힘이될 수 있는 동료가 여러분 곁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터디 그룹의 친구일 수도 있고, 같은 지역의 학생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라기는 그 동료와 친구가 여러분과 함께 할 튜터와 튜티분들이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제게도 5년을 함께 공부했던, 저보다 20년 이상 연상이신 분이 계셨습니다. 함께 공부하면서 그 분은 제게서 젊음을, 저는 그 분에게서 여유를 보고 부러워하는 동시에 서로 경쟁하는 학우이자 힘이 되어주는 동료였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저는 그 분과 제가 서로에게 다른 누구보다 큰 힘이 되었음을 압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동료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인간은 자기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인간이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타인을 통해서만 가능할 뿐입니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과 장생이 "너 게 있고, 나 예 있다"라 말하는 것은 그러므로 달리 보면 우리의 존재 조건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네가 거기 있어, 네 눈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으며, 내가 여기 있으니, 너 또한 내 눈 속에서 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비춰볼 수 있고 힘이 되는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먼저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우리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 스스로가 매기는 값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 부탁드립니다.
방송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후배들 가운데 자신이 방송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함께 있다가 나중에야 알게 된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러 "나 방송대 다닙니다"하고 미리 말할 필요도, 또 그럴 경우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방송대학을 다니는 것을, 혹은 졸업한 사실을 감추고 숨기는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내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학습 성과가 좋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 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우리 학교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변했습니다. 그것은 우리보다 먼저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영역에서 부끄럼 없는 활동을 하고 계신 많은 선배들과 후배들의 노력의 결과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께서 여러분 자신은 물론 여러분이 몸담고 계신 방송대학의 가치를 높여주시는 데 기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여러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개인 홈피의 대문에 달아놓은 구절을 하나 소개드릴까 합니다.
"It's what you do--Not when you do it"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느냐이지 언제하느냐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 어느 책에서 보았던 광고 카피입니다. 그 광고에는 이런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테트 윌리엄스는 43세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쳤고
미케 맨틀은 메이저리그 입단 첫해, 20에 23개의 홈런을 쳤으며,
골다 메이어는 71세에 이스라엘의 수상이 된 반면,
윌리엄 피터는 24세에 영국의 수상이 되었다.
버나드 쇼는 94세에 자신의 연극 한편이 초연된 반면,
노짜르트는 7세에 첫 심포니를 출판했다. 그러니,
"You've never too old or too young,
if you've got talent"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You've never too old or too young,
if you've got your passion"
열정만 있다면 나이는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Robert Frost는 "The Road Not Taken"에서 숲 속에 난 두 갈래길 모두를 다 가 볼 수 없어서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는 여행자의 심정에 우리의 인생을 비유했습니다. 여기 참석하신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로 그 갈래길에 서 있는 것이 아닐끼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이가 있습니다. 조금전 식에서 최연소, 최고령 신(편)입생을 보신 것처럼 우리 학교에는 이미 두 갈래길 가운데 한 길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걸어내신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제부터 걸어가실 이 길은 예전에 미처 가지 못한 나머지 하나의 길일 것입니다. 그만큼 더 소중하게 걸어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이제 막 첫 두 갈래길에 선 더 젊은 후배님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 첫 길을 걸어가게 되시겠지요. 그만큼 새로움이 클 것입니다. 어느 경우건 중요한 것은 그 길을 걸어가는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그 열정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들이 이제부터 걸어가실 그 길이 더 풍요하고 더 아름다운 길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신(편)입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국현.
첫댓글 2006년 입학식에서 신편입생들에게 드렸던 환영사입니다. 어제 방송대 오리엔테이션을 했다고 하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났지요. 새로운 출발을 하는 분들을 환영하며 함께 공유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용 소책자에 매년 실려야 할 글입니다. 선생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