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서울 삼청동의 어느 거리.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에 선 손예진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었다. 아직 소녀의 분위기가 풍겼지만 위험한 ‘외출’을 감행하는 영화 속 서영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아찔한 모습이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란 손예진. 그녀의 연기 변신이 예사롭지 않다. 갈래머리에 교복을 입은 소녀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농염한 여인의 향취를 물씬 풍긴다.
영화 ‘외출’(감독 허진호ㆍ제작 블루스톰)의 첫 시사회 직후 영화 관계자들은 손예진의 부끄러움없는 연기 변신을 화제에 올렸다. “24세 나이에 불륜 주부라니”, “베드 신은 처음 아닌가” 등 그녀를 향해 놀라움을 쏟아냈다.
일본 언론 역시 지난달 28일 ‘외출’ 프로모션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그녀에게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뷰 스케줄이 배용준보다 더 빼곡할 정도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 소녀가 아닌 성숙한 숙녀
손예진은 이번 영화에서 과감한 캐릭터 변신과 함께 노출 혹은 베드 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브래지어 차림으로 과감한 가슴 곡선을 공개한 신을 두고 어떤 이가 보정용 브래지어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더라고 짓궂게 물었더니 “글쎄요? 그냥 하던 걸 하던 건데…”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손예진은 “교복을 입지 말아야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혼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인데 몸 혹은 육체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외출’의 노출 연기에 두려움을 갖지 않고 과감하게 맞섰다. 거울 앞에서 선 채 손으로 슬쩍 자신의 몸을 더듬는 신이 마치 “제 몸을 보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물었다.
손예진은 “결혼한 여자가 외도를 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신이었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몸을 바라보면서 복잡다단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손으로 슬쩍 제 어깨나 배를 만져보는 건 제가 만들어낸 설정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영화 ‘클래식’ ‘연애소설’ ‘첫사랑사수궐기대회’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출연작마다 화제 뿐 아니라 흥행의 맛을 본 스타급 연기자다.
지난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후 불과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더욱이 작품 이력이 쌓여가면서 연기력도 부쩍 성장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손예진이 아닌 ‘욘사마의 연인’으로 소개된 게 혹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을까? 손예진은 “아직 해외 관객들이 저를 모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요?”라고 한발 물러섰다.
# 배우가 아닌 평범한 인간
손예진은 젊다. 꿈도 많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배우 손예진과 인간 손예진의 삶이 다르듯 많은 것을 잃었다.
손예진은 “스무살까지 살아온 제 자아와 연기를 하면서 생긴 자아가 틀린 것 같아요. 배우가 되고 나서 저도 모르게 바뀐 부분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문득 손예진은 속내를 드러냈다. “걱정이나 고민이 많아요. 가끔 부정적인 생각만 할 때도 있어요. 살아가는 게 힘든 것 같고요. 아마 생각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손예진은 새침떼기 같다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 서운하다. 자신의 뜻과 다르게 와전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됐다.
손예진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 보다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이 더 크다는 사실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손예진은 “배용준 선배는 더욱 힘드시겠죠. 한 사람이 짊어지기에 너무 큰 관심을 받고 있잖아요. 사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은 게 배우들의 욕심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말을 이어갈 때마다 인생, 꿈, 그리고 연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조금씩 내비쳤다. 24세 나이에 비해 깊은 사색을 해온 것처럼 느껴졌다.
손예진은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욕심이 크지는 않아요 오히려 배우 손예진이 아닌 그냥 손예진의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고규대 기자 enter@sportshankook.co.kr사진=임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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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손예진씨 클래식때 참 예뻣던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