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우리가
100년 전의 힘 없는 나라 국민인가
서울대총동창신문 제493호(2019. 04. 15)
이기항 (경제56-60, 81세) 헤이그 이준아카데미 원장
1995년 8월 5일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 개관 이래 지금까지 매일 아침 출근하자 즉시 기념관 정문에 태극기를 게양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그러다 지난 3월 2일 기념관 앞에 모인 250명 동포들 앞에서는 목청을 높여 “대한민국 만세!”를 크게 외쳤다.
흔히 외국에 살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특별히 애국은 못했어도 동서냉전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는 조국의 안위를 항상 염려하며 해외에서 긴 세월을 살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
기념관
전경.
지난 1년간 판문점과 평양, 그리고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벌어졌던 북한의 비핵화 회담들이 한낮 동상이몽으로 끝나는 것을 지켜보며 가슴 조였던 직후였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가? 만약 이 준, 안중근, 윤봉길 등 기라성 같은 독립선열들이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하여 결사투쟁 하지 않았다면, 설사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했어도 우리나라는 자동적으로 해방될 수 있었을까? 순국선열들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사업은 후세 동포들의 도리이며 의무가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이 어떻게 태어난 나라인가? 만약에 세계와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탁월한 정치 지도자가 없었다면, 해방정국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자유대한민국은 과연 태어날 수 있었는가! 그의 은공을 오늘의 후손들이 과소평가는 하고 있지 않는가?
또한 어떻게 지킨 나라인가? 만약에 용감한 우리 국군, 그들과 같이 피 흘려 싸워준 UN군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의 나라가 되었겠는가? 그때 전쟁영웅들의 은혜를 우리는 이미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어떻게 건설한 나라인가? 우리도 이제는 잘 살아보세, 하면 된다 를 외치며, 전 국민을 새마을 운동과 수출전선에 총동원했던 강력한 정치 지도자와,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앞장섰던 기업인들이 없었다면, 그리고 희생적인 근로자와 세계를 누빈 ‘Made in
Korea’의 수출전사들이 없었다면 세계 10대 경제대국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과연 탄생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에 대한 기념비는 세워졌는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들은 행운의 세대가 아닌가? 이런 자랑스러운 나라를 굳건히 지켜 우리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우리들 양 어깨에 지워져 있지 않는가?
민족수난의 시대에 태어나서, 국토의 분단과 6·25 전쟁을 경험한 노년의 한 해외동포가 조국을 향해 했던 고언 하나를 아래에 적고 글을 모두 마치고자 한다.
동포여 깨어나라, 환상의 잠에서. 그리고 똑똑히 쳐다보라, 평화란 이름의 뭉게 구름 뒤에 혹시 숨어있을지 모르는 죽음의 검은 그림자를.
동포여 자각하라, 우리는 100년 전의 힘 없는 나라의 국민이 아니지 않는가. 오늘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가 무시 못하는 지식의 힘,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경제의 힘, 그리고 때 묻지 않은 도덕의 힘으로 조국의 하늘 아래에서 어른거리는 불의의 먹구름을 말끔히 걷어내자. 8,000만이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만세를 하늘 높이 외칠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