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간 그곳에서는 시간이 멈춰 섰다.
포성이 멎은 곳은 천혜의 생태보고로 거듭났지만 대립의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에 따라 그어진 155마일 휴전선. 그렇게 끊어진 휴전선 남과 북으로 총 4㎞ 공간에 자리 잡은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는 아직 겨울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을 상징하는 DMZ는 `냉전'에서 `생명'이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평화'를 꿈꾸는 터전이 되고 있다.
동서 DMZ의 중앙에 위치한 화천은 2004년부터 시작된 `에코 파라다이스' 사업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녹색관광지로 진화하고 있다.
백암산과 파로호 일대 관광벨트 DMZ 평화생태특구 조성
수도권 1시간대 접근성 대폭 개선 휴양 레저관광 인프라 확충
5년 연속 100만명 명품 산천어축제 서비스 향상·주민 소득과 연계
■야심작 평화·생태특구
분단과 아픔의 상징인 DMZ 인근의 화천군 백암산~파로호 일대를 희망과 미래, 그리고 상상의 보고(寶庫)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60년 넘게 `분단·전쟁' 등 한반도의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였던 DMZ를 희망과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화천 평화·생태특구가 내년에 첫 삽을 뜬다.
화천군은 DMZ 일원인 백암산과 파로호 일대의 7만3,156㎡에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화천 평화·생태특구 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평화·생태특구는 270억원을 들여 DMZ평화안보파크와 백암산 삭도와 관측소, 생태관찰 학습원, 파로호 선착장 등 4개 지구로, 세계평화의 종 공원, 베트남 파병용사 만남의 장, 수달연구센터 등을 연결하게 된다. 백암산 전망대에는 2.12㎞ 구간에 로프웨이를 운행해 정상에 오르면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 파로호를 조망할 수 있다. 2012년에 마무리될 로프웨이에는 226억6,700만원이 투입된다.
특구 관광은 파로호 카페리를 이용해 북한강을 거슬러 평화의 댐에 도착, 케이블카를 이용해 백암산에 도착해 냉전체제의 산물인 평화의 댐과 금강산댐을 조망하는 것이 주요 코스다.
화천군은 평화·생태특구 조성이 끝나면 이곳이 생태관광지로 개발돼 세계적 생태관광의 성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생 생태계가 잘 보존된 평화의 댐에서부터 남방한계선까지 15㎞에 달하는 북한강 상류지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야생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양의대로 불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10대 생태관광 모델사업으로 지정된 이곳은 60년 동안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던 탓에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처녀림이다.
현재 군에서는 수달 쉼터와 양의대 습지, 야생동물 서식지와 생명의 숲 등 자연생태탐방코스를 조성하고, 도보나 MTB(산악자전거), 보트 등으로 탐방할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DOP(DMZ Otter Project·비무장지대 수달 프로젝트)는 화천군만이 추진할 수 있는 특화사업이다. 화천군은 통행증이나 여권 없이도 자유로이 남북을 왕래하는 중대형 포유동물인 수달을 북한강에 방류하고, 남북한이 공동으로 보존방안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 DMZ 일원의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보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동연구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DMZ 생태관광지구로 선정된 양의대 습지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사파리'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화천 접근성 대폭 개선
화천군은 오는 12월21일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수도권과 1시간대 통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북한강변 레저 100리길, 강변 둔치 및 체육공원 잔디구장, 서오지리 연꽃단지, 원천리 동구레야생화마을, 원천리·다목리 산국단지, 딴산 인공폭포, 붕어섬 휴양시설 등 레저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DMZ MTB 랠리 코스 명품화와 동서 녹색 자전거도로, 북한강 카누·카약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 북한강의 자원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시티투어 상품을 개발해 시내 일원 관광과 함께 카페리를 이용한 세계평화의 종 공원까지의 파로호 관광 코스 개발, 베트남 파병용사 만남의 장 등을 연결하는 안보관광 코스도 만들었다.
한국철도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산천어축제장 1.68㎣, 붕어섬 2.38㎣에 카트레일카를 조성하고 폐열차 10량을 지원받아 하남면 위라리 북한강변에 테마펜션열차를 설치한다. 카트레일카는 12월까지, 테마펜션열차는 내년 3월까지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7월부터 화천읍 시가지에서 붕어섬을 잇는 카트레일카를 운행하고 테마펜션열차도 설치할 예정이다.
■산천어축제 소득화로 진화
세계적인 겨울축제로 도약하고 있는 화천 산천어축제도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
내년 1월8~30일 화천천 일대와 화천읍 시가지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기존의 산천어낚시 빙등광장 등 풍부한 눈 얼음 체험행사를 바탕으로 관광객들에게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 소득화와 연계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5년 연속 100만명 관광객 동원의 숫자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축제장 방문객을 화천 시가지로 끌어들여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해 지역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운영될 예정이다.
산천어축제는 `축제를 넘어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겨울축제 도시들과의 연대를 통해 세계적인 명품 축제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화천=박영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