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님의 댓글에서 이 제목의 영감을 받았구만요.
참 어려운 인간사...
거창한 제목입니다만 이런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소한 것들일 수 있군요.
벌써 지난 달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8월.
과감하게 기타를 들고 라이브뮤직연주를 하는 잼그룹에 끼어들었지요.
어떤 노래를 부를까?
노래를 고르고
유투브를 통해 듣고
기타코드를 찾고
표현을 연구하고
가사와 코드를 인쇄하고
연습하고...
이런 과정에서 정말 새로운 느낌을 가져서 좋았네요.
막상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혼자 연습할 때와는 또 다른 표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새로움도 있었고
듣는 분들의 반응을 접하는 것도 새롭구요.
그런데 오래 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 생기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학생들이나 학부모는 거의 모두 저를 참으로 좋아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었는데
동료 교사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제가 유난을 떠는 사람이긴 했지요.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해대고
심지어 안해도 되는 일까지 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입니다.
일도 물론 잘했구요.
공연히 다른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다.
그 껄끄러움을 알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노래그룹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시작된 겁니다.
우선 필리핀여자인 '매릴루'가 안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올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는 설명도 없이 말이지요.
매릴루...
키는 작지만 예쁜 할머니입니다.
예전에 미스 필리핀 대회에 시카고 대표로 출전했다던가요?
필리핀에 있었을 때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에서 마리아역을 맡아 노래한 사람이니
노래도 잘하구요. 이제 거의 80살이니 지금은 목소리가 흔들리지만 말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날이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곱게 차려입고 나서는 사람.
자그마한 백인 남자와 결혼해서 예쁜 집에서 알콩달콩 살구요.
이곳저곳으로 노래를 부르러 다니는 매릴루 곁을 충실하게 지키는 남편입니다.
퇴직하기 전에 간호사일을 했었으니 자기 연금도 많이 받을 것이고
여러모로 가진 것이 참 많은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이 매릴루는 질투가 참 많은 겁니다
원래 매릴루와 만난 것이 제가 이전에 소속되어 양로원에 노래를 다니던 시니어센터의 노래그룹이었습니다.
제가 그곳에 가면서부터 매릴루가 위기를 느낀 듯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사람이 온 거지요.
아마 평생 그녀는 시선집중을 받으며 살아왔을 듯합니다.
예쁘고
노래 잘하고.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면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음을 발견합니다.
원래 예쁜 목소리이기는 한데 고음으로 바뀌면서 소리가 많이 달라지거든요.
이제는 소리도 정말 많이 흔들리고.
저는 그녀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지요.
게다가 원래부터도 제가 노래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제게 집중을 할만큼
제 목소리와 표현에 뭔가가 있었는데
돈 들이고 시간 많이 들여서 레슨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가요나 팝송은 어떤 노래든지 그냥 소리를 갖고 놀 수 있네요.
사실 그녀와 비교가 안되지요.
그것을 느끼기에 매릴루가 이전 노래그룹에서도 저를 겨냥해서
쓸 데 없는 발언을 하더니
그룹활동을 그만 두고 말데요.
그녀가 원래 마음은 착한 사람입니다.
이번에 라이브 잼그룹도 그녀가 오라고 권해서 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고정적으로 그 그룹에서 노래를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제게 몰렸습니다.
팬들이 생긴 거지요.ㅎㅎ
매릴루가 또 이상해졌습니다.
안옵니다.
누구 뒤로 밀리는 것은 못참는 거지요.
이유를 짐작은 하면서도
두번쯤 안오길래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자식들 가족들이 와서 바쁘답니다.
그런 사정이 사실이면
진작에 그녀가 제게 전화를 했었을 겁니다.
나 이렇게 바빠서 저렇게 바빠서 못가...이렇게.
게다가 노래 부르는 일에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
손자 손녀를 데리고라도 그곳에 올 사람이거든요.
자기도 노래 부르고, 손자, 손녀도 부르게 하고 말이지요.
사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염려하긴 했습니다.
그룹에서 노래하는 사람들 중에 정말 괜찮은 가수가 없거든요.
악기 연주는 잘해도 노래는 또 다르니...
그녀 말고도 안오는 사람들이 또 생겼습니다.
에고...내가 밀어내고 있나보다.
두주 전에는 겨우 여섯명이 왔던가요?
돌아가며 한 번씩 연주나 노래를 하다보니
제가 노래를 일곱번이나 했어야 했네요.
황당하데요.
시간을 끌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노래 부르기 전에 마이크 앞에서 좀 이야기를 했습니다.
노래와 관계된 이야기도 하고 유머도 전해주고.
그룹활동이 끝나고 나서는 리더인 '레오너드'가 그러는 겁니다.
네 한국인 액센트 때문에 사람들이 네가 한 말을 못알아듣겠다더라.
한국인 액센트를 없애야 하겠다.
??????
흠, 그래?
제가 대꾸를 해줬습니다.
아마 그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만나본 경험이 없나보다.
이제 점점 익숙해질 거다.
이 레너드가 제가 뭔가 언급하는 것을 멀리서 들은 제 백인 친구 린다가 묻습니다.
레너드가 무슨 말을 네게 했던 거냐?
그래서 설명을 했더니
기가 막혀합니다.
나는 네 말하는 것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한 거라냐?
아주 무례한 언급이고.
다른 백인 친구 바브라도 거듭니다.
맞다. 그냥 조금 더 열심히 들으면 되는데.
그런 그들에게 제가 레너드에게 해준 대꾸를 말해줬습니다.
아마 그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만나본 경험이 없나보다.
이제 점점 익숙해질 거다.
그러면서 제가 설명을 했습니다.
사실 그들만 나무랄 수가 없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 오래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액센트와 발음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거든.
내가 이전에 4년이나 살았던 고층콘도에 한국인 가정들이 여럿있었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입주민파티에 한 번도 한국인들이 안오더라.
지금 살고있는 곳에도 한국인들이 있다는데 3년째 한 번도 그들을 어떤 모임에서도 못만났고.
이곳의 한국인들이 너희들에게 한국인 액센트에 익숙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이곳 사는 한국인들 책임이지 않겠냐?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이 들어서 액센트를 가진 영어를 말해야하는 한국인들이
적극적으로 현지인들과 섞이지 않는 현상을 수없이 보니 말입니다.
많은 숫자의 나이 든 한국인들이
교회도 한국교회 다니고
쇼핑도 한국마켓에서 하고
일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주로 한국인들을 상대하고
한국인들과만 어울리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인 액센트와 표현을 배울 기회를 주지 않다.ㅠㅠ
린다가 특별하게 제 말을 잘 알아듣는 이유가 있습니다.
며느리가 일본여자이거든요.
일본식 영어...죽이지요.ㅎㅎ
그 말을 이해하는 린다이니 제 영어는 상대적으로 쉬운 겁니다.ㅎ
바브라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을 가졌었기에 또한 어려움을 덜 느끼는 것이구요.
그러면서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나도 뉴스나 다큐멘터리는 거의 완벽하게 알아듣는데
실제 삶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
게다가 나이 든 사람들은 더 우물거리고 말이지.
사실 나도 그 사람들 말 듣는데 에너지를 더 쓰고 있구만.ㅎㅎ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었는데 바로 어제
제 액센트 트집 잡은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레너드가 돌봐주고 있는 거의 90살 여인 로리스!
같이 살던 다섯남자가 모두 떠난 비운의 여인, 바로 그녀가
잼 세션이 끝나고 모인 레스토랑에서 한 사람 건너 제 왼쪽 편에 앉았는데
제가 요즘 부르고 있는 '엔냐'의 노래들을 어떻게 생각하냐,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sort of 약간'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가 하는 말을 액센트 때문에 못알아들었다고 붙이네요.
오호, 너였구나!
그래서 물었지요.
너 한국 사람하고 대화해 본 경험이 있냐?
없답니다.
웃음 띤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말했구만요.
그래서 그렇다.
네 책임만이 아니다. 이 사회에 섞이지 않는 나이 든 한국인들 때문에 네가 그럴 기회를 못가진 거니까.
하지만 나 때문에 앞으로 익숙해 질거다.
그런데 그녀가 저더로 또 그럽니다.
너 용감하다.
지난번에 마이크 앞에서 그렇게 오래 말하다니.
그래, 나 용감한 사람이다.ㅎㅎ
정말 웃기는 겁니다.
사실 제가 할 대꾸가 있었네요.
이 로리스가 바로 어제도 객석에 앉아있다가 나와 두 번이나 노래를 했거든요.
레너드의 클라리넷 반주에 맞춰서 말입니다.
그런데 박자도 안맞고, 음도 잘 못맞추고, 소리도 시원찮고.
게다가 늘 부르던 똑같은 노래들.
사실 그래도 사람들이 참아주고 박수를 쳐주지요.
그런 실력으로 사람들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니
그녀도 정말 용감한 사람
맞는데.
사실 그 걸 농담처럼 지적할 수 있었지요.
측은해서 안했을 뿐.
하지만 다시 한 번 그녀가 비슷한 트집을 잡으면
저도 해줄 겁니다. ^^
레스토랑에서
오래 전부터 한국 식당에 가보고 싶다고 해댔던 레너드가
드디어 어제 선언을 합니다.
한국 식당에 너랑 같이 가고 싶다.
가고 싶은 사람들 모아서 가자.
그러면서 목소리를 높여 사람들에게 제안을 합니다.
월요일에 한국식당에 가려는데 같이 가자!
제가 로리스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로리스, 한국인 액센트 경험도 하게 같이 가자.
ㅎㅎ
글쎄요, 그녀가 올지 알 수는 없구만요.
역시 그녀의 문제도
질투입니다.
특히 그녀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백인 남자노인 두 사람이 제 왕팬이거든요.ㅎㅎ
어려서 뇌수막염에 걸려 왼손이 오그라든 할아버지 브라이스는 제게 그럽니다.
네가 노래를 하면 천사가 노래하는 듯하다.
그는 항상 제게 묻습니다.
다음 주에도 노래하러 올 거냐?
식당에 올 거냐?
다른 할아버지 로버트도 있습니다.
로버트는 척추에 문제가 있어 지팡이를 짚고도 불편하게 걷는데
소형비행기를 두 대나 갖고 있고 직접 고치기도 하는 사람이군요.
차도 근사한 것을 몰고 다니고.
식당에서도 그들이 제 곁에 가까이 앉으려 드니
남자편력 경력이 화려한 할머니 로이스가 행복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실 저는
그들이 나이가 한참 많은 할아버지들이고
몸도 불편한 사람들이니 측은한 마음에 같이 대화를 해주는 것인데...
알고는 있지요.
어디나 갖가지 생각들에 휘둘리는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쓸 데 없는 말도 생기고
불필요한 일도 생기구요.
귀찮지요.
하지만 가을에 떨어져 내려 쌓이는 낙엽이 자연스럽듯
살면서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잡음
갈등들이
그냥 삶의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는 낙엽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냥 규칙적으로
지혜를 짜내
치워가며 살아야 할 것들.
그리고 저라고 완벽할 리가 없지요.
그런 잡음과 갈등에 내가 기여하는 몫도 있지 않겠나?
할 수 있는한 조심을 해야겠다...
그래도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요.
그렇다고 노래를 그만 두는 결정을 하는 것도 우습고
노래 표현 연구를 덜하는 것도 이상하고 말입니다.
그냥 내가 할 일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어려운 인간사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일에 최선을 다 할 일.
이런 생각을 하는 오늘입니다.
참 어려운 인간사...
^^
첫댓글 ㅠㅠ 아무래도 지성이 우리보다는 보고 듣었던게 많았던 사람들이라..
들어 내 놓고 하는 군요..숨어서 욕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정말 골 때립니다.
복잡 미묘한 인간에 심성 ..겉으론 태연하지만 속은 악당인 사람이 많습니다.
쌓인 것이 많으신 모양입니다.에고...
원래 자신감이 모자란 사람들이 질투를 더하고
남의 욕도 더하지 않던가요?
큰 사람은 감싸주고 덮어주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덜 된 사람들이 측은한 것.
철 더 든 사람이 참을 수밖에 없는 것.^^
부숴 버릴거란 말이 ..무서운 말인가 보군요..
한국 사람 치고 쌓인거시 없을수가 없지요..
그래서 이민 가신건 아니 신지요 ㅎㅎ
IMF.북한 문제..등등 많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