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벌레를 닮았다
김도우
하늘이 꿈틀거릴 때마다 비가 내렸다
꽃비가 쏟아지는 날엔 수천 개
날개가 비단길을 펼쳤다
조각조각 사무친 푸른빛이 천마총에 깃들던 날
햇살을 쪼아먹던 어둠을 헤치고
도려낸 말들이 초원을 달렸다
천둥이 치면, 금녹색 띤 등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바람이 채찍을 휘두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어제와 오늘의 무늬에 겹겹이 기운 흔적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더듬이를 잘라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뼈마디가 욱씬거렸다
벌레 울음소리 우거진 그믐밤엔
썩지도 사라지지도 그렇다고
부화 되지도 않은
짓무른 속살이 오랫동안 아려왔다
비가 오는 날엔 덧댄 등짝들이 근질거렸고
이어 붙인 겨드랑이에서
날갯죽지 비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생에는 태어나지 못한 울음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애지 봄호에서
약력
2020년 애지등단
수필집 길찾기, 노을이 내게로 왔다
시집: 벽지가 피어나다
부산 부경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수료
제2회 신라문학상 수필대상
강원일보주최 김유정 문학상 수필대상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김도우의 비단 벌레를 닮았다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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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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