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구녀산에 봄꽃이 피어 붉은 날,
여든이 다 된 노모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병상에 오르는 사십대 초반
남자 환자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인다.
입원 절차를 끝낸 후 환자의
기본 임상기록을 살펴보았다.
확정 병명은 간암 말기,
딸이 하나 있는 이혼한 전직
학원선생님이었다. 외아들로
누이와 늙은 어머니의 시중을 받으며
투병하다 정토마을에 오셨다.
평소에 술과 담배를 즐겨 했단다.
B형간염을 앓은 적이 있고, 황달과
복수가 차올라 심각한 상태였다.
예리하고 지적인 옆모습에서 권위적
인 분위기가 크게 느껴지는 환자였다
환자는 A대학을 수석 입학해서
수석 졸업한 수재로, 집안의 희망이자
기둥이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아들은 천재적인 두뇌덕에 많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살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외아들의 출세를 위하여
시골의 논밭을 팔아 아낌없이
뒷바라지를 했고, 결국 성공시켰다.
이야기를 펼쳐놓는 늙고 지친 어머니의
주름살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나는 그 어머니의 긴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간호사들에게 '선생님'
이라 불리던 환자는 첫날
부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우겼다.
자기가 왜 이런 산골짜기에 머물러야
하고. 시간 맞춰 공양을 해야 하며,
산책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무엇보다 더 좋은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는데도 어머니와
누이들이 자신을 살리려는 의도가
없는것이라고 불평했다.
스님들이 방문하여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안타깝게도 환자의 심리 상태는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환자는 틈만 나면 집으로 돌아가자고
해서 늙은 어머니를 힘들게 하였다.
무엇보다 더 이상 치유될 수 없고
그래서 살 수 없는
자신의 병 때문에 괴로워했다
환자의 분노는 다양했다. 특히 자신
처럼 유능한 인재를 그냥 죽도록 방치
하는 사회를 '썩은 곳' 이라며 분노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에게 '선생님' 이셨다.
이 사회에 대한 '가르침'으로 우리의
주의를 집중시켰고, 현재 상태에 대한
강한 부정과 거부감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였다. 환자는 언제나
간호과장과 의사 선생
그리고 나와의 대면을 원했다.
다른 사람들이 곁에 가면 눈도 뜨지
않았다.그렇게 눈도 뜨지 않을 때가
많은 환자와 어느 날
아침 병실에서 눈이 마주쳤다
스님이시네?
환자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능행 어떠세요, 오늘 아침 기분은?
환자 스님이 오시니까 좀 살겠네.
능행 구체적으로 어떻게 좀 살겠는지요?
환자 일단 느낌이 다르니까요.
능행 어떤 느낌일까요?
환자 안심이 되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 (수줍게 웃는다.)
수줍게 웃는 환자의 등 뒤로 가서 두
팔로 살며시 야윈 어깨를 안아주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힘든 애기를 나누던 중
그가 하얀 쪽지를 손에 쥐어준다.
''우리 친구가 모 학교 선생님인데
아마도 내가 여기에 있다고 전화
하면 나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니
그 친구에게 꼭 내가 여기에서 죽어
가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내가 믿고
부탁할 데는 스님밖에 없거든요''
"아,그렇군요. 그런 친구 분이 계셨군요.
도와드릴게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혹시
마음에 두고 계시는 병원이 있나요?''
''아, 예. 아마도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야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아! 외국에 있는
병원에 가보고 싶은가 봐요''
''예. 그렇습니다. 꼭 외국에 있는
병원에 가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환자의 목소리에 설렘과 기대가 어린다.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께서 아들의
등짝을 두드리며 한 말씀
하시고는 밖으로 나가버리신다.
"1차 수술하고 나서 잘 관리해야 한다
고 할 때는 고래처럼 술을 퍼먹더니
지금에 와서 누가 너를 살려준단
말이고. 이 한심한 놈아, 이놈아."
쪽지를 들고 방으로
돌아와서 전화를 걸었다. 중후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신의 친구가 정토마을이란 곳에
이런 상태로 입원해 있으며, 당신을
몹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친구는 너무 바빠서 내려 갈 수가
없다며, 언제 시간 나면 한 번 내려
가겠다고 전해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아팠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환자가 실망하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병실로 올라갔다.
황달이 심한 두 눈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친구 분께서 머지않은
때에 한번 다녀가시겠다고..."
환자가 일어나 앉으며 벌컥 화를 냈다.
스님이 어떻게 전화를 했기에 금방
오지 않고 다음에 온다고 했냐며,
자기가 시킨 대로 똑바로 전화를
한 거냐며 짜증을 냈다. 그러고는
전화기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내 휴대폰을 환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던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이불 위로 전화기를 집어던졌다.
마음이 착잡해진 나는 환자의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환자가 혼잣말로 되뇌었다
''나에게 이럴 수는 없지''
안타까운 마음에 밖으로 나와서
다른 전화기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빠른 시간 안에 꼭 방문해달라고
부탁했다. 환자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이면서...
사흘이 지난 주말에 친구가 찾아왔다.
환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친구를
우리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리고 친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
했다 ''너 내 친구지? 내 친구 맞지?''
외국에 있는 유명한 병원 이름을
대면서 그 병원에
자신을 입원시켜달라고 애윈했다.
''어.. 어.. 그래..그래''
환자의 말을 들으며 엉거주춤 서서
'그래. 그래' 하고 있는 친구의 손에.
외국에서 유학 중인 자신의 딸을 한국으
로 빨리 불러달라며 주소를 쥐어주었다.
미국, 일본 등 간암 치료로 유명한
병원 이름을 대면서, 지금
나를 도와주면 나중에 다 나아서
보답하겠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친구는 알아보겠다고 얼버무리면서
얼른 자리를 떠나버렸다. 환자는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친구의 등을
향해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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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 1---능행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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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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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