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은 준호의 얼굴을 보면서 엊그제 정희가 한 말이 생각이 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되는 것을 느꼈다.
" 오빠, 지금 그 놈들이 미행을 하고 우리를 감시하는데 어떻할거야?"
선경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준호에게 물었다.
" 응, 알고있어."
준호는 말하고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공중전화 박스로 가서 우건이에게 전화를 하고는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 우리도 슬슬 출발해볼까?."
" 응, 오빠. 그런데 어디로?"
" 우선 렌트카를 빌려야겠다."
" 알았어. 어디로 갈건데?"
" 청평으로 가서 구경이나 하지 뭐."
선경은 준호를 따라 일어섰다. 둘은 택시를 타고 렌트카 회사로 갔다. 선경은 조수석에 앉아 준호가 운전하는 것을 보면서 자꾸 마음이 들뜨는 것을 느꼈고, 이따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으 로 신경이 온통 집중되어 한강의 탁트인 시원한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오빠한테 우리 출발한다고 말해야지."
" 응, 그래야지."
선경은 오빠에게 청평으로 출발한다고 말했다.
준호는 워커힐을 지나서 강을 거슬러 구리시로 차를 몰았다.
한편 우건이는 준호로부터 연락을 받고 애들을 불러서 주의를 주었다.
사무실에는 열 다섯명이 모여서 우건의 말을 듣고 있었다.
" 자, 이번일은 불알 친구의 부탁을 받고 하는 거니까 돈은 나오지 않고 대신 일을 잘 끝내면 내가 술 한 잔을 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긴장까지 할 건 없고 야유회 가는 기분으로 행동하면 될꺼야. 알았지?"
" 네, 형님.알았습니다."
" 형님, 나는 뭘 해야지유?"
충청도 말을 쓰는 뚱뚱하고 키가 큰 친구가 물었다.
" 아, 내가 배치할테니 잘 듣고 행동을 하도록."
" 먼저 백합장 호텔은 5층인데, 인천이는 다섯명을 뽑아서 넥타이를 매고 로비에 대기하고 있고, 강원이는 각 층마다 애들을 두 명씩 배치하도록. 팔뚝만한 몽둥이를 숨기고 준비하고 있다가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는 놈들을 손 맛을 보여줘라!
뼈가 부러진다던가 그런 서투른 짓을 하면 안돼.표시 안나게 두둘겨 패란 말이야. 서울이는 카메라 두 개를 준비하여 룸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신호를 하면 방으로 뛰어들어가 사진을 찍는데, 만약 누군가 문 앞에서 있으면 나타나지 말고 윗층 계단에 숨어 있도록, 절대로 내가 신호를 할 때까지 나오면 안돼, 알았지?"
" 알았습니다."
우건은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모두가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일 것을 확인했다.
"자! 가자."
우건은 버스에 모두 승차하자 자신도 승차하고 출발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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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와 선경은 렌트카에 타고 도심을 벗어나 북한강 길로 접어들자 뒤따르고 있는 현철과 하이에나는 오늘이 바로 절호의 기회라고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비록 선경을 납치하지 못했으나 정사 장면을 덮칠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했다.
" 형님, 저것들이 아주 무드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요?"
" 그렇군, 사람들 눈에 안띠는 곳이 즐기기에 좋겠지. 공기도 맑고 경치도 그만인데 이곳은."
하이에나는 창문을 열고 스쳐가는 강변의 물줄기를 보면서 말했다.
" 저자식이 우리가 미행하고 있는 걸 알까요?"
현철이 궁금한 듯이 하이에나에게 물었다.
" 모를거다. 알면 왜 북한강으로 가겠냐?"
"그래요, 형. 저자식은 지금 기분이 째져서 우리가 미행하고 있는 것을
모를거야. 안다면 아마 까무라치겠지."
현철은 기분이 좋아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오토바이는 렌트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눈치채지 않게 뒤를 쫓고 있었고, 현철의 뒤에는 짚차와 푸른색 승용차가 백 미터 거리를 두고 따르고 있다.
준호는 백밀러을 통해 오토바이가 뒤따르는 것을 살펴보고 있으나 잘 보이지 않자 속도를 떨어뜨렸다.
" 오빠, 오토바이가 안보이는데 우리를 놓친 것은 아닐까?"
선경은 걱정이 되어 뒤를 돌아다 보며 물었다.
" 그렇지는 않을거야.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안심해도 돼."
" 오빠는 미리 도착해서 옆방에 있겠지?"
" 아까 내가 나오기 전에 출발한다고 통화했으니까 아마 도착했을꺼야."
선경은 대성리로 접어들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지?' 선경은 명숙이가 말한 것을 떠올리면서 초조한 듯이 손으로 무릎을 두드리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바람쐬러 나온 차량들로 길은 밀리기 시작했고, 오른쪽에는 대성리 역 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역 앞에는 열차를 이용하여 놀러온 젊은이로 붐비고 있었고,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자 준호는 엑셀레이더를 힘차게 밟았다. 차는 요란한 엔진음을 내면서 앞으로 돌진했다.
저 멀리 청평대교가 보이고 백합장 호텔로 들어가는 길이 보였다.
잠시후 백합장에 도착하자 주차장에는 서너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볼보와 사브 그랜저가 눈에 띠었다.
준호는 차를 주차장에 파킹시키고 카운타에 가서 예약한 방 키를 받아들고 로비의 쇼파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현철과 하이에나는 망원경으로 준호와 선경이 차에서 내리고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차를 백합장으로 진입하는 곳에 세워놓고 뒷 차들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는 차에서
나와 백합장으로 들어갔다.
선경은 준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얼굴을 어깨에 기대며 행복함을 느꼈다.
카운터 사람이 일부로 보라는 듯이 두 사람은 얼굴을 붙이고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밀착하고 있었다. 준호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시계를 보고 곧 일어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준호는 자신의 방을 키로 열고는 옆 방으로 가서 문에 노크했다.
문이 열리고 경일이 나오자, 선경이 물었다.
" 오빠. 언제 왔어?"
선경은 준호와 같이 있을 것만 생각하고 물었다.
" 조금전에, 그 놈들 쫓아왔니?"
" 아마 곧 들이 닥칠거니 빨리 준비해야죠."
" 그래요, 아, 참 인사해요, 여기 나의 친구이고, 대학시절에 사진을 전공해서 지금은 잡지사 사진기자로 있어요."
"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카메라를 가슴에 메고 있는 기자는 준호에게 인사를 했다.
" 별 말씀을... 좋은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준호는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
" 내가 아래층에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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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준비하고 있다가 그 놈들이 들이닥치면 여기에 있는 벨을 누르면 제 친구가 달려 올 겁니다. 선경이는 준비해야지."
" 알았어. 오빠."
선경은 얼굴을 붉히며 말하고 준호를 잠시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팬티와 부라자만 걸치고 침대로 들어가 누웠다. 천정을 보면서 준호를 생각하며 정희가 말한 것을 떠올리고는 "오빠가 들어왔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있다가 '부를까?' 도 생각해보다 그만 얼굴을 붉혔다.
준호는 경일에게 말했다.
" 방으로 들어가서 놈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선경이와 같이 있다가 연기를 부탁해요."
" 알았습니다."
경일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선경이가 누워있는 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건은 호텔 근처에 버스를 주차하고 애들에게 말했다.
"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었을테니 기자와 카메라를 빼앗기면 안돼니 명심하도록, 알았나?"
" 알았습니다."
애들이 이구동성으로 복창했다.
우건은 애들이 배치받은 곳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몇 명을 데리고 502호로 올라갔다.
노크를 세 번 하자 준호는 문을 열어 주자 우건은 부하들과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현철은 하이에나 그리고 부하들 몇 명을 데리고 러브호텔 백합장 문을 열고 카운타로 가서 물었다.
" 조금 전에 들어온 젊은 남녀가 몇 호실에 투숙했나?"
" 왜 그러시죠?"
카운타 보는 직원은 의아해서 하이에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 물으면 대답하지 뭔 잔말이야!"
현철은 흥분하여 식식대며 돼지 목따는 소리를 꽥 질렀다.
" 우리는 아무나 손님의 묵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직원은 현철이가 반말을 하며 소리치자, 화가 난 얼굴을 하며 대들었다.
" 참아, 참아."
" 경찰서에서 왔는데, 협조를 안할 건가?"
하이에나는 갈갈한 목소리와 거만한 얼굴로 늘 하던 식으로 강압적으로 말했다.
" 신분증을 보여주시죠."
직원은 현철을 보면서 하이에나에게 말했다.
" 아니, 이자식이? "
현철이 험상궂게 말하자. 하이에나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 보여주면 되지 뭘 그래?"
하이에나는 정년퇴직 하기 전에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강력계 형사 반장 신분증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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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돌려주면서 말했다.
" 죄송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요?"
" 이자식아! 형사가 물으면 대답만 하면 되지 웬 잔말이야?"
현철이 욕을 해대자, 하이에나가 명령했다.
" 공무야, 말하지 않으면 잡아넣을거야."
" 알았습니다. 전 단지 무슨일인가 궁금해서...503호실 입니다."
" 자식, 일본놈 닮았나? 의심은."
현철은 말하고는 엘리베이터로 갔다. 카메라가 배가 툭 불거져 나온 가슴에 엊혀져 흔들거렸다, 뒤 따르던 형사와 하이에나도 우르르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서자 튀어나오 듯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녹색 카페트가 깔린 복도를 달려가 503호를 확인하고 손잡이를 돌리면서 확! 잡아 당길려고 했으나 열리지 않자, 현철은 하이네나를 보고 말했다.
" 형, 문을 잠갔는데?"
하이에나는 손가락을 입에 대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 야, 가서 키를 가져와."
옆에 있는 늙은 형사를 시켰다.
" 알았어요."
선경과 경일은 침대에 걸쳐 앉아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돌리는 소리가 들리자, 선경은 후다닥! 침대로 가서 누웠다.
" 오빠, 그 염병할 놈이 왔어. 옆방에 신호를 보내야지."
" 알았어."
경일은 말하고 주먹으로 벽을 세 번 가볍게 쳤다. 그리고 선경 옆에 몸을 누웠다.
현철은 키를 가져와 문을 열고는 발로 차듯이 밀치며 들어갔다.하이에나와 늙은 형사들이 뒤따라 들어갔다.
동시에 옆 방에서 대기하던 우건이와 부하들, 준호와 사진기자가 문을 열고 나와 옆 방으로 진입하기 위해 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 보았다.
현철은 선경이와 경일이가 누워 서로 꼭 껴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는 소리치며 다가가서 이불을 확! 젖히며 말했다.
" 잘 걸렸다. 이제 위자료는 날라간 줄 알아라. 요것들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재미를 보고 있어? 그것도 돈을 뜯어내려고. 이 바퀴벌레 같은 것들 같으니라구."
현철은 득의만만해서 고함치며 말했다.
선경은 현철이 목소리를 듣자, 고개를 들고 현철과 하이에나의 얼굴을 확인하자, 침대에서 일어났다.
누워있던 경일은 그제야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렌즈에 잘 보이도록 카메라를 마주보았다.
" 어? 너는? "
현철이 놀라며 소리쳤다.
" 그래 선경의 오빠다. 놀랐지? "
하이에나는 기가막히다는 듯이 경일을 쳐다보고는 선경을 보았다.
그사이에 선경과 경일은 일어나 재빨리 옷을 입었다.
문 앞에서 엿보던 준호는 우건이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오자, 뒤 돌아 보던 현철과 하이에나와 졸개들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 누구야? 너희들은? "
" 내가 바로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니 실컷 보라구."
" 그럼 바로 네가 준호냐? "
하이에나는 어이가 없어 물었다.
" 기자님, 우리도 사진을 찍을까요?"
준호는 사진기자를 보며 말했다.
" 네, 알았습니다. 자 여러분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지만 돈을 받습니다."
말하고는 셔터를 연속해서 누르자, 후레쉬 터지는 잔광으로 가득했다.
우건은 문 앞 계단에서 대기하던 부하들에게 신호를 하자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이 우르르 문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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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모르냐? 바로 선경이 오빠다. 친 오빠."
경일은 옷을 다 입고 나서 현철을 향해서 말했다.
" 아니 이것들이 쇼를 해?"
현철과 하이에나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 얘들아. 카메라를 빨리 뺏어라."
하이에나의 명령이 떨어지자 졸개들이 카메라를 뺏으려고 달려들었다.
" 자 우리도 이 늙은 너구리들을 요절을 냅시다."
준호는 말하고 선경을 뒤에 두고 현철과 하이에나를 마주 보고 섰다.
우건은 늙은 형사들이 카메라를 뺏으려고 달려들자, 너구리들을 향해 덮쳐 갔다.
" 어딜? "
우건은 발을 들어 제일 먼저 달려드는 놈을 향해 발길질로 걷어 차 버리자,
달려들던 놈은 침대 저 만치 꼬꾸라졌다. 순식간에 방 안은 싸움터로 변했다.
준호는 선경에게 눈짓으로 밖으로 나가라고 사인을 보내고 뒤따라 나섰다.
로비에 대기하던 부하들도 달려와 늙은 형사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서울이는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로, 계단에서 죽치고 있던 강원이 패들은 뛰어서 올라와 하이에나 패거리들과 싸움이 붙었다.
우건은 현철이 달려들자 뛰어서 이단 차기로 목을 걷어찼다. 현철은 꽥! 하고 돼지 울음소리를 내고는 벽에 부딪혀 고꾸라지면서 쓰러졌다.
" 카메라를 뺐어라! 그렇지 않으면 우린 끝장이다! "
하이에나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었다.
준호와 선경, 경일은 우건의 부하들 호위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뒤돌아 보니 늙은 형사들이 여기저기 문 앞에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이제 끝났군."
준호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선경을 바라보았다.
" 오빠, 이제 저 지긋지긋한 놈들은 뒤를 따라다니지 않겠지?"
" 그럴꺼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봐야 우리가 먼저 가정법원에 갈 것을 알고 있을테니."
경일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1층 로비로 나오자 일행은 서둘러 승용차에 올랐다.
" 오빠? 친구는? "
" 응? 걱정할 것 없어. 그 친구는 해병대 특수부대 출신이라 그리고 부하들이 인천 밤무대를 꽉 붙잡고 있는 싸움꾼들이니까."
"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뭐라 감사의 말을 올려야 할지..."
" 별 말씀을..."
준호는 말하고 사진기자에게 말했다.
"사진을 잘 부탁합니다. 나오는대로 법원에 제출할 것입니다."
" 알겠습니다. 판사가 납득할 만큼 여러 가지 액션 장면을 보내드리지요.
아마 판사도 법관 생활 수 십년에 이런 해괴한 사건은 처음이라고 할
것이며 기자들도 취재하려고 인터뷰를 요청할 것입니다."
사진기자는 웃으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일행은 모두 환하게 웃으며 창문을 열고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서 심호흡을 했다.
모든 일이 잘 매듭지어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