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의 만남이 좌절된 이후의 좌충우돌 이명박 캠프
INDRAGO [222.110.***.**]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6월 4일 오전 7시30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만났다. 통역과 배석자 한 명씩만 대동한 채 마주 앉은 두 사람은 1시간 40여 분에 걸쳐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어 버시바우 대사는 오후 2시30분 서울 여의도 엔빅스 빌딩에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그는 통역 없이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를 배석시킨 박 전 대표와 30여 분간 대화했다.
정책토론회에서 운하로 망신을 당한 이명박으로서는 살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캠프에도 듣는 귀는 있을 터. 하여, 운하라는 이벤트를 잠재울만한 이슈가 필요하였고, 미국 방문이 아닌가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이 미국 방문 때 부시와 만나기로 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백악관 비서실은 부인했다. 이명박은 2002년 이회창처럼 체니 부통령을 만나 사진을 찍고 부시 행정부로부터 인정받는 한국의 대선후보임을 입증하려고 했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에리카 김, 김경준 사건과 관련한 마피아식 빅딜도 의중에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가자 이명박은 미국 방문을 무기한 연기하였다. 꿈은 사라졌다.
운하로 카운터펀치를 맞고 비틀거리는 이명박을 여권이 모를 리가 없다. 이대로 두면 박근혜만 좋은 일을 시키는 셈이기에 여권이 너도 나도 나선 것이겠다. 특파원 스타 정동영이 나서고, 한국 최초의 지방자치제 스타, 김혁규가 나서고, 이해찬, 박상천까지 나섰다.
이명박의 청와대 때리기는 자충수
필자는 이마골로기 효과로 운하론을 노무현 대 이명박 등으로 설정하면 이명박에게 유리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이도 저도 안 되다 보니 이명박 측이 이에 착안한 듯 청와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명박 죽이기로 나섰다. 이전까지 이명박 캠프는 노무현과는 하면 노무현이 더 강하게 나올 것이므로 지금 주적은 박근혜다,라고 한 것을 며칠만에 뒤집고 방향전환을 한 것이다. 시며느리 구박론, 집토끼 못살게굴기론으로 유명세를 떨친 이명박 캠프의 윤여준이 노무현을 얕보지 말라고 주문하였을 터인데 다급한 이명박으로는 찬물 더운물 가릴 것 없을 듯이 보인다.
결과는?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노무현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안 그래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인기가 허전하고, 이런 틈을 노리고 민주당이 추격하고 들어오는데 정국 주도권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자 정치 공방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짜증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이 이명박을 공격하면 이는 이명박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이명박이 노무현을 공격하면 이명박에게 정말 불리하게 된다. 이마골로기 효과는 힘의 논리, 이데올로기가 내포되어 있다. 노무현 VS 이명박은 비슷한 이미지이고 비슷한 지지기반이므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노무현이 이명박에게 우세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여권에서 홍준표, 고진화, 원희룡 등을 만만하게 보는 까닭도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노무현에게 유일하게 도전할 수 있는 정치인은 현재 박근혜밖에 없다. 하여, 다른 정치인들이 노무현에 대들면 열이면 열 모두 당하고 만다. 유일하게 버틴 이는 박근혜다. 또한 반대로 박근혜에게 대들면 열이면 열 모두 당하고 만다. 승부사라는 점에서 만큼은 공통적인 박근혜와 노무현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이명박 캠프가 이 정도를 모르면서 할 리는 없을 것이고, 찾다 안 되니까 나선 모양이다. 만일 몰랐다면 무식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런 것을 두고 막장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다. 도박판에서 돈을 잃어 제 정신이 아닐 때 급전을 찾는 모양새다. 급전만 있으면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
이명박의 얼마 안 되는 핵심 지지층인 반노 친명계로서는 드디어 노무현과 일전을! 하는 자족감에 도취되겠지만, 그간 허위적 대세론의 주역인 다수파 친노 친명계로서는 노무현과 같은 대통령이 여권에서는 없다고 여기거나 여권에서 후보가 나오기 전까지 박근혜를 죽이기 위해 차악으로 이명박을 택한 것인데 이 무슨 망발인가 하면서 서운함을 감추지 않을 듯싶다. 안 그래도 운하론으로 반신반의하고 있던 차에 돌아서거나 최소한 중립으로 돌아선 이명박 하락세 전범이 이들이 아니겠는가. 세금조사 이후 친노 포털로 거듭난 바 있는 다음 아고라에서는 그간 노무현과 이명박이 노명박이라 부를 정도로 사이좋게 높은 지지를 획득한 바 있다. 현실과는 다르게 이명박과 노무현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베스트에 오르는 글들 대부분이 노무현과 이명박 칭송 글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이 다소 바뀌고 있다. 노무현 입장에서 이명박 까는 글이 주류로 형성되어가고 있다.
첫댓글 좋은 분석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