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피우는 사람들
구녀산 골짜기에 북두칠성이
유난히 빛나는 봄 밤이다.
어느새 목련은 꽃잎을 부풀리고
작약나무 새 잎이 제법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시시각각 삶과 죽음이
이어지듯 자연의 오묘한
조화도 생과 멸을 거듭하고 있다
아무 일 없는 듯 꽃잎이 지고 그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낙엽이 진다.
우리도 그러한가!
만물의 질서 앞에 저항하는
존재는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딸각 소리 한 번에 이승과 저승이
나뉘건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끝없는
갈망을 보면서 무상함을 절감한다.
과연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일까?
'잘 살아보세' 를 외치며 질주하다
멈춘 곳이 바로 죽음의 문 앞이다.
그렇게 준비 없이 죽음 앞에 서서
여기가 어디인가 숨을 고르고 있을
때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죽음의 문이 활짝 열린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어느 날 멈춰버린 종착역.
죽음의 문은 늘 멀기만 하고
남의 일 같기만 했는데, 한순간에
멈춰버린 고장난 시계처럼
죽음의 문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사람들,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시시각각 조여오는 죽음을
기다리며 오직 후회와 두려움으로
외치는 절규만 메아리로 남는다.
언젠가 꼭 한번은 그 주인공이
나일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사는 것인지...
영원한 생명에 대한 자기 확신과
믿음이 흔들릴 때, 환자의 영혼과
육체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몸을 떤다.
마른 이마에 피땀이 맺힌다.
벌거숭이로 태어나 빈손으로 떠나는
것을 그저 말로만 알고 있는 우리.
교만하고 오만하며
탐욕스러운 인간의 이기심이
죽음 앞에서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자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아니 그냥 잊은 채 살고 싶어하는 우리.
그러나 이제 잘 먹고 잘 사는 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잘 죽는
법도 외치고 연구해야 한다.
잘 죽는 법이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자신에게도 죽음이 온다는 것을 인식
하는 것! 그것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지금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당신의 삶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아마 모든 것을 용서할 것이다.
움켜쥐고 있던 재산도 욕심도
미움도 모두 펴게 될 것이다.
당신에게 남은 삶의 나날들이
30년, 50년이라고 치자,
몇억 광년 저 우주의 시간으로 볼 때,
그런 날들은 몇 초에 불과하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한 달 혹은 두 달 정도 삶의
기간을 선고받은 환자들이나
20년 혹은 30년 삶의 나날들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다를 것이 없다.
우리는 오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점이 같기 때문이다.
삶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어야겠다.
허기진 갈애로부터 자신의 삶을
다 소진하지 말고 귀한 생명 받아
아름다운 강산에 태어났으니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다양한
삶의 여정에서 얻는 경험들을
영적 수행으로 성장하게 하여
다음 생에 더 높고 기품 있는 영성을
갖춘 사람으로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
죽음을 돌보는 사람을
호스피스라 부른다.
환자들의 마지막 치열한 삶과 각기
다른 죽음을 통하여
우리는 서로의 삶과 죽음의 질을
높이는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 생명을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메마른 가슴에 용서와 사랑,
그리고 신앙을 통하여 확고한 믿음으로
다음 생을 준비하도록 지지한다.
짧게 혹은 길게 한 평생을 살아온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진흙탕에 연꽃 피듯 하여
평화로움이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만족스러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이승의 마지막 벗으로 함께 한다
죽음에서 또 다른 삶의 시작까지
밝은 희망의 빛으로 손잡아
주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죽음의 길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두운 밤.
길이 되어주는 등대 같은 좋은
친구로 늘 곁에 함께 하리
한계 없이 흘러내리는 물 같은
사랑으로 호스피스의 소임을
감당하는 이 땅의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축복이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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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피우는 사람들---능행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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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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