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게 장제원은 어떤 존재인가
친윤 당 대표 만들기 돌격대장 자처한 장제원
尹, 차라리 ‘찐윤 인증’해 혼란 줄이는 게 낫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권에선 한 가지 오래된 퀴즈가 있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장제원 의원 중 누가 더 실세냐는 것이다. 이 해석에 따라 친윤 그룹이 권핵관과 장핵관으로 나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퀴즈의 답은 달라졌다. 지난해 7월 권성동이 윤 대통령에게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노출해 파문이 일자 “권성동은 이제 끝났다”고들 했다. 실제로 그해 9월 원내대표에서 조기 퇴진했다. 그렇다고 장제원이 계속 잘나간 것도 아니다. 지난해 8월 대통령실 인적개편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잇따라 물러난 뒤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2선 후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아무튼 둘 다 잠시 권력투쟁에서 밀리는가 싶더니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즌이 다가오자 지난해 말부터 다시 기지개를 켰고, 최근에는 권성동보단 장제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권성동이 당권 레이스에서 조기 낙마하는 과정에서 윤심(尹心)이 전달됐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용산에서 마음을 두고 있는 김기현 대표 구상을 나경원 전 의원이 과욕이라는 욕을 먹어가면서도 흔들자, 김기현과 손잡은 장제원이 최근까지 융단폭격을 퍼붓는 걸 보며 이런 해석은 더 힘을 얻고 있다.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이 장제원의 나경원 저격을 결과적으로 묵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장제원이 친윤의 핵심임을 다시 확인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이런 해석에 “정말?” “과연?”과 같은 반응을 내놓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장제원의 언행, 행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충성스럽고 순발력 있지만 동시에 과격하고 위험한 측면이 있다는 건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대개들 공감한다. 일부는 안철수와 단일화를 해낸 그의 뚝심을 평가하지만, 일부는 가벼운 처신에 혀를 찬다. 김기현이 갑자기 “김장연대는 철 지났다”며 뒤늦게 장제원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도 이런 흐름을 감안한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이 지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대통령에게 도대체 장제원은 어떤 존재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단지 한 정치인의 미래가 궁금해서 하는 게 아니다. 벌써 여권에선 김기현 대표 체제가 될 경우 장제원이 사무총장을 맡아 정치 지형에 적지않은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이야 사무총장을 별것 아닌 당직으로 인식하지만, 대통령이 대표를 겸하던 시절에는 당의 인사권 재정권을 휘두르며 무소불위의 파워를 자랑한 사무총장들이 많았다. 당의 2인자였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장제원이 사무총장을 맡으면 공천에 적극 관여하는 실세형 총장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민들은 정치 지도자가 어떤 사람을 곁에 두는지 보면서 그의 정치적 역량이나 그릇, 더 나아가 국정 방향을 짐작한다. 한동훈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한 뒤 검찰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장제원이 당의 핵심이 되면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장제원을 어떻게 여기고 쓸지는 그에 대한 세간의 복잡한 평가를 떠나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나중에 역사가 평가할 정치적 선택이다. 때문에 차라리 장제원이 대통령에게 어떤 존재인지 이제라도 분명히 밝혀두는 게 그나마 향후 불필요한 혼란이나 윤심에 대한 오독(誤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찐윤 공인 마크’를 받은 최측근인데도 주변 시선을 의식해 괜히 아닌 척해서 대통령실과 여의도를 바라보는 관가, 특히 애꿎은 기업인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승헌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