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따지자면 20대 중반 남성의 목소리. 약간 딱딱하고 차갑게 들리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태양의 신이자 내 오른팔인 키즈티엔의 목소리일 것이다.
"젠장, 왜 또 나를 찾는 거야? 여어― 키즈티엔, 나 여기 있어!"
내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키즈티엔을 부르자 그는 곧바로 내가 있는 호숫가 앞으로 달려왔다.
"누트님, 지금 여기서 뭘 하고 계시는 겁니까!"
태양의 신답게 빛나는 긴 금발머리에는 한참 나를 찾으러 돌아다닌 흔적처럼 땀이 맺히다 못해 젖어 있었다. 내가 너무 구석에서 놀았나?
"그냥 여기서 가만히 앉아서……."
"참 여유로우시……."
응? 갑자기 속이 안 좋은가? 중간에 말을 하다가 만 것도 모자라서 이젠 점점 얼굴도 창백해져 가네? 와아―! 키즈티엔 아프다아♡ 이젠 당분간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된다아―. 너무 좋아♡
혼자 나만의 상상에 빠져 만세를 외치는-물론 속으로만.- 나를 향해 키즈티엔은 말까지 더듬어가며 겨우 말을 이었다.
"호, 호숫물을 어, 어떻게 건드리신 것입니까……."
호숫물? 아아, 저 이상한 오물들 말하는 거구나. 헹, 저건 내 잘못이 아니라구.
"아까 내가 먹었던 음식에 독이 들어 있었단 말야. 난 그것도 모르고 먹었다가 속이 울렁거려서 결국 호수에다가 토하고 말았어. 헤헤."
앗, 키즈티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마 나를 한 대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겠지.
"가뜩이나 아직까지 쌓인 일도 처리하지 못했는데 더 일을 만드십니까!"
씨잉… 저건 내 탓이 아니래두.
"근데 일이 또 있었어? 아까 내가 했던 게 끝 아니였었어?"
"……정말 진심으로 몰라서 물어 보시는 것입니까?"
"응."
…순간적이었지만 난 보았다. 아주 잠깐동안 키즈티엔의 손에서 지지직 소리를 내며 태양열이 모여졌었다는 것을…….
"지금 이러고 계시는 순간에도 일은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어서 호숫물을 정화시키고 안으로 들어가 밀린 일을 하셔야 될 겁니다."
으윽, 나도 편히 좀 쉬고 싶어라.
아, 키즈티엔이 계속 이렇게 날 부려먹는(?) 이유는 지금 여기에서 정화 마법을 쓸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키즈티엔이 제아무리 신이라 하여도 그는 태양의 신이기 때문에 태양과 관련된 일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나? 나는 하늘의 여신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신도, 악마도, 아무것도 아닌 그냥 조물주, 또는 절대자이기 때문에 나 혼자 특별하게 마법에 제한을 두지 않고 아무거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쳇, 정화 마법도 꽤 힘든데……."
"투덜대지 마십시오."
히잉… 아무리 봐도 키즈티엔 녀석, 정말이지, 너무 냉정해.
"퓨리피케이션(purification)."
누가 본다면 나는 아주 잠깐동안 작게 중얼거리고도 물을 정화시켰다고 놀라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녀석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말씀. 정말로 그들이 놀라워 해야할 것은 내가 약 2.5초 동안에 엄청난 정신 집중을 해서 정화마법을 썼다는 점이어야 한다.
"자, 이제 끝났으면 남은 일들도 마저 끝내셔야죠."
"아야야얏! 아파, 키즈티엔!"
정말로 이 냉정한 녀석은 내가 또 도망가지 못하도록 귓불을 잡고 내 방 안으로-아, 참고로 나는 편하게 하기 위해 내 방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놀고……를 다 한다. 이런 나를 보고 키즈티엔은 맨날 게으르다는 둥, 어쩐다는 둥… 잔소리 해댄다.- 들어갔다. 히잉… 이래봬도 내가 저 녀석보단 지위가 더 높은데 왜 난 항상 저 녀석에게 지는 걸까, 흐윽.
헉! 방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의 일 할 때 쓰는 아담한 책상 위에 이상한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이다. 젠장, 보나마나 또 인간들을 위해 이것저것 해달라는 제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겠지. 창조 또한 나밖에 못하는 것이니까.
"쳇, 이건 라이누스가 쓴 종이군."
인간들의 영혼을 창조해 달라는 글만 봐도 환생의 신 라이누스가 보낸 서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뭐, 영혼이 모자란다나 뭐래나…….
"……."
입을 삐죽이 내밀고 라이누스가 보낸 서류를 찢어 버리려고 하자 갑자기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순간 멈칫했다.
"왜, 왜 그래? 키즈티엔?"
"아니오, 제가 뭐라 했습니까?"
으윽, 저렇게 말없이 노려보는 녀석이 더 무섭다니깐…….
"뾰로로로로……."
그 때 밖에서 낯익은 소리가 들리더니 곧 몸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새 한 마리가 까만 눈을 깜빡이며 내 어깨에 앉았다. 아마도 내가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온 것일 것이다. 후후, 이래서 내가 널 보고 산다니깐.
"슈가, 어디 갔었어?"
"뾰로로롱♬"
쳇, 목소리 들어보니 꽤 신나 있는 것 같은데…… 놀고 온 건가? 의리 없이…… 내가 잠시나마 너의 주인인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는 게 후회스럽다!
"쳇, 너 저리 가! 나 일할 거란 말야! 이쪽으로 오지마! 흥!!"
"누트님, 괜한 데 화풀이 하지 마시고 빨리 일을 끝내십시오."
윽… 키즈티엔까지 합세를…….
그 이후에도 나는 몇 시간동안 키즈티엔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겨우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내가 처리한 서류 종이들은 모두-단, 키즈티엔의 째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티며 구기거나 갈갈이 찢어버림 몇몇 종이들만 빼고. 그리고 그 대부분이 라이누스가 보낸 종이들이라는 것도 알아두기 바란다.- 키즈티엔이 어디론가 가져갔다. 딱 한마디,
첫댓글 어디서 많이본 소설인데..???? 나만의 착각??? 누트라는 이름도....
네 ㅎ 예전에 인소닷에서 연재했었어요 ^^ 제 닉네임 검색해보시면 나올거예요 // 이번에 새로 쓰는 건 수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죠 ? ;;;
마젤린님 이제 컴백 하신거에요 +_+??(소설나라에서 읽은사람 -_-ㅋ)
오옷 >_< 반가워요 이슬님+ㅁ+ 이젠 컴백했답니다 ^ㅡ^
아아 ~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 > < 너무 재밌게 읽었었답니다~ 말젤린님 수고하십니다 (꾸벅)
누트라면....이집트신화에나오는 하늘에여신아닌가요?
오~~이거 올만에 본다~~!! 흠 언재엿드라..본게?? 그런데..;; 약간 더 봐낀듯..;;^^ 님 팬이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