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22061819
Ⅰ.
졸업의 추억을, 연애의 추억을,
기억마저 아스라한 각자의 추억들을
더듬으며, 우리는
구름바다 우뚝 솟은 천왕봉으로 간다.
향내 물씬 대원사 자락 어디쯤에
세속 보따리 풀어놓고
몸 편히 지내려도 좋으련만
먹을 욕심 바리바리
등산 보따리 쟁여매고
몸 고생사서 하며 천왕봉으로 간다.
또 하나의 추억을 간직하고파
Ⅱ
바람이 분다. 치밭목 중턱 무제치기 폭포에
거세지도 아니한
그저 산객 지날제 흘린 땀 식힐 만큼
그저 산객 반기는 나뭇잎 살랑일 만큼
지친 산객은
천왕봉 마중 바람에
등여진 등산 보따리 내려 놓으며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Ⅲ.
치밭목 밤공기 따스하다.
삼겹 불판에 불이 오르며
모랑모랑 익어가는 이야기들로
오늘 밤 치밭목 대피소에는
늘상 그래왔듯이
내 모르는 사람들의
삶의 추억들이 쟁여져 간다.
Ⅳ.
지리산 무명 봉우리에도
일(日)이 출(出)한다.
노란 서광이 붉은 양광이
감(感)을 동(動)한다.
천왕봉 일출 아닌들 어떠하랴
무명봉 일출인들 어떠하랴
지금 여기는 어디든 어쩌든
같은 지리산인 것을, 같은 감동인 것을
Ⅴ.
구름이 핀다
저멀치 남도 바다인양
성삼재를 휘두르고 노고단을 감싸안고
천왕봉 아래는 모두가 구름바다다.
천왕봉 아래 구름은
바다를 거부하여 용이 되고
용은 또 다시 하늘로 간다
在天王峯下雲海
천왕봉 아래 구름 가득 바다요
在天王峯上龍天
천왕봉 위 용 오르는 하늘이로다.
Ⅵ
안개가 피어올라 白霧洞인가.
안개가 춤을추어 白舞洞인가
백무동 가는 한신계곡 안개가 자박하다.
안개 낀 한신계곡 아쉬움으로 남겨 놓는다.
백무동 한적한 어느 주막집
머리 희끗 중년 무리들
등산 보따리 내려 놓은체
또 하나의 추억 보따리
주섬 주섬 챙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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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대원사~치밭목~천왕봉~장터목~백무동) 감상기
뜬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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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7
22.06.22 16:4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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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뜬구름이 지리산에서 시인으로 변신했구나~~ 느끼는 대로 나오는 진솔한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
자연에서 느낀 감동을 전하는 데는 충분...감상 잘했어~~
지리의 풍광과 감흥을 한꺼번에 전해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