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 물김치! 오래된 봄이 머문 듯 고색창연한 맛입니다. 견줄만한 음식도 마땅히 찾기 어렵지요. 같은 재료를 썼어도 이 집 저 집 식감이 다르고 풍미가 다채롭습니다. 그 이유는?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순 없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지요. 명료합니다. 소금·파·마늘·생강·고춧가루 양념에 찹쌀풀을 넣어 하루 이틀 익히면 놀라운 맛의 마법이 펼쳐집니다. 까칠한 입맛을 단번에 되살리는 기적 같은 반전! 그러나 먹는 법은 단출합니다. 국수를 말거나 찬밥, 더운밥 아무렇게 넣어 후루룩∼. 봄날 하루가 가뿐하게 넘어가지요. 생채 그대로 초고추장에 버무려도 매한가지.
물 빠짐이 좋은 땅이나 돌밭에서 자라는 돌나물은 꽃이 피기 전, 도톰하면서 윤기 나는 새순을 솎아 식재료로 씁니다. 잎이 연하고 부드러워 물에 헹구듯 씻어야 재료 본래의 맛과 식감이 유지되는 건 알려진 비밀!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군락을 이루고, 잎과 꽃이 무성해 관상용으로도 인기를 끕니다. 채취가 쉬워 조금만 정성을 기울이면 한 끼 반찬을 뚝딱 만들 수 있고,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비타민과 무기질, 칼슘을 무한정(?) 얻을 수 있습니다. 무침 생채와 김치, 볶음 등 다양하게 요리되지만 새콤달콤한 물김치가 단연 최고의 맛!
약용가치 또한 뛰어납니다. 한방에서는 불갑초(佛甲草)라 하여 해열·해독·타박상·벌레 물린데 처방하였으며 민간에서는 곪은 상처에 돌나물즙을 바르거나 항암 치료제로 썼습니다. 옛 의서에는 “식욕을 돋우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며 “이뇨와 담즙 분비를 도와 치료 효과가 크고, 기관지염 등 감염성질환에 좋다”고 강조합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생체를 짓찧어 상처 부위에 바르거나 날것 그대로 섭취합니다. 이쯤 되면 표적 처방이 필요 없겠지요. 평소 즐겨 먹으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까요. 음식이 곧 치료제!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계절. 아지랑이 봄 언덕에 옛 추억이 피어납니다. 봄이 무르익을수록, 초록이 짙어질수록 코끝을 간질이는 고향의 맛과 냄새. 맛깔스럽게 익어가는 돌나물 물김치가 그중 하나입니다. 고향이 그리울수록 더 간절해지는 맛! 탱탱한 국수사리 휘휘 저어 후루룩 넘기면 ‘봄 시샘’도 사르륵 녹아내리겠지요. 잠시 머물다 훌쩍 가버리는 봄이어도 ‘돌나물 추억’은 오래도록 남을 겁니다. 그렇지요. 제아무리 빡빡한 세상이라도 추억마저 불사르지는 못하는 법! 봄이 저렇게 오는데…
강병로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