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내내 태풍이 가져다 준 호사, 비님이 내려준 덕분에
들판이 푸르르고 녹조가 사라지고 생명이 끈을 부여잡고 일어서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하며
스마트 폰을 통해 아침 인사들을 하였는데
어쩌자고 어제 안산 친구네 집엘 간 아들 녀석이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지금 막 전하는지.
며칠 전에 아들 친구가 미국에서 잠시 다니러 왔었다...
겨우 3일 체류하여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는 엄마를 잠깐 보고 다시 돌아가면서 8월에 오겠노라고 했단다.
그 아이들은 초딩 시절 부터 아들과 친구여서 웬만한 속사정은 죄다 아는 처지이기도 하고
형제보다 더 끈끈한 인연으로 서로 집을 오가며 숙식은 물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였기에
벌써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밥 한끼 못해먹인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오늘 소식은 황망하다 못해 더더욱 충격이다.
마음이 착찹하고 혼란스러워 전에 쓴 글로 아픔을 대신한다.
작년 8월 12일에 쓴 글이다.
****************************************************************
지난 주간 내내 물에 빠졌던 핸드폰과 씨름하느라 애면글면.
결국엔 문명의 이기 쪽으로 혹은 011에 대한 미련과 2G에 관한 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고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를 하였다.
아니 그보다도 아무리 수신기를 많이 세워도 첩첩산중에서 작동되지 않는 스마트폰을 어찌 사용할까가 더욱 고민이기도 하였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무설재 유선 전화로 핸드폰을 변환시켜 받는 방법으로 사용하기로 했던 터.
외출시에는 잊지 않고 집으로 연결되었던 전화를 반드시 작동해제 하여야 함을 기억하는 것이 관건이기도 하다.
어쨋든 폴더 핸드폰 시대를 마감하고 스마트폰 시대로 입성을 하였으니 과연 우아한 핸폰의 성능을 확실하게 활용하게 될지
그것도 흥미로운 일 중에 하나....와중에 아들 녀석과 친구들이 찾아들었다.
바빠서 집에 올 마음의 여유가 없던 아들 녀석은 보고 싶어하는 초로의 아비 바람은 기대감일 뿐으로 귓등으로 흘려 듣더니만
멀리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친구를 위해 그들이 늘 뛰놀던 무설재 안락한 집으로 찾아들었음이니
아직은 친구의 위력이 부모보다는 확실하기도 하고 세다는 말도 되겠다.
그렇다고 부모로서 섭섭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기 보다는 친구를 위하는 마음을 지닌 아들이 오히려 듬직하기도 했고
또 돌발상황으로 벌어진 그 친구 엄마의 아픔을 함께 걱정하고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오히려 미더워 보였다.
아들의 친구녀석들, 초딩시절부터의 오랜 인연이요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기가 될 죽마고우들이다.
늘 5인방이라 불리던 녀석들 중에 셋은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났다.
덕분에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소식만으로 우정을 쌓아오더니 이번에 그중에 한 친구가 제 어미의 발병으로 급히 찾아들었던 것.
이름하여 폐섬유화종...일종에 폐가 굳어가는 병인데 한 3년 전에 가습기 사건을 기억하시는지.
그때도 가습기를 사용하였던 가정의 어린 아이들이 원인도 모르고 사망에 이르렀다가 결국엔 가습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던
그러나 원인 규명하기까지 꽤나 오래 걸리기도 했고 지금도 싸움의 공방이 끝나지 않은 그 발병이 바로 폐섬유화증이다.
하지만 아들의 친구 엄마는 원인과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엔 잘못 들어 간경화증으로 알았더니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폐가 굳어지는 것.
말하자면 폐 조직이 영구적으로 딱딱하게 굳어 폐조직이 수축과 이완 작용의 기능이 상실되는 병을 말한다고 하는데
원인으로는 담배, 화학분진이나 과거에 앓았던 페렴 들에 의해 폐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그로 인해 지속된 손상과 재생을 반복하다가 폐섬유화가 진행된다지만 친구의 엄마는 원인도 규명하지 못했다고 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급성으로 찾아들어 오히려 더욱 암담한 위험군이라는 말에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궁금해 하는 쥔장을 위해 제 엄마에게 쳐들어온 고약한 병명에 대한 증세와 방법이 없다는 말을 전하는 아들 친구는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인지 담담하기까지 해서 더욱 울컥.
결과론적으로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폐 조직의 손상이 점차적으로 확대되면서 호흡을 방해하고
치료 방법도 확실하게 이것이다 말할 것도 없어 결국엔 폐섬유화증이 손 쓸 수 없을 만큼 진행되면
사망에 이르른다고 하니 답답할 밖에.
하룻밤을 자고 늦은 오후에 돌아가는 아이들 편에 각자 꿀 한 병과 끌들의 온갖 노력으로 마련되는 화분을 들려보냈다.
특히 아픈 아들 친구의 엄마를 위해 밤꿀을 들려보내며 간절한 마음으로 반드시 쾌차하기를 기원했다.
늦은 밤, 제 집으로 돌아간 아들의 친구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환자인 그 애 엄마로 부터 숨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 받았다.
워낙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자신도 제 정신이 아니어서 포기 상태였지만 다시 병원을 찾고 최대한으로 노력해 보겠다는 말을 전하니 다시 마음이 짜안해지고 눈물이 피잉.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최대한의 응원을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은 그녀를 위해 진정한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기어이 살아내야 한다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한다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견뎌야 한다고....응원하겠다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들의 친구는 착찹함을 감추지 못할 터이고 그런 것에 비해
무설재에 있는 동안에는 참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쾌하고도 명랑하게 잘도 지내주었지만 그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부모 곁에 있는 자신보다 어린 동생이 제가 하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엄마를 위해 간호하며 지극정성을 들여 엄마를 보살피고
그녀의 남편, 애들의 아버지가 발 벗고 나서는 중이요 알게 모르게 뒤에서 응원 중인 많은 사람들의 기운을 받아
그녀가 다시 소생하기를 바라지만 장담하기는 어려운 일.
그래도 주어진 운명이라면 별 대책 없이 사는 날까지 살다가 그냥 세상을 떠나겠다고 포기 의사로 들려지며 전해지던 말과 다르게
다시 병원을 가보겠다고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재생의 의지를 갖는 모습이 보여 일단은 안도하기는 했다.
꼭 버텨내길 바라고 최대한으로 해 볼 수 있는 것은 죄다 해보아야 함이 마땅할 일이니 그녀가 중도 포기하지 아니하고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좌절하여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 본다.
세상에는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더란 말이냐 싶어도 약을 먹고 견딜 수 있는 병이라면 그것은 그나마 행운이라 하겠다.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암울하고도 어려운 병마와 싸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응원을 한다.
그래도 버텨내어 끝까지 자신의 몸을 믿고 의지하며 반드시 이겨낼 수 있도록 기어이 해내시라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시작되는 일주일의 첫날.
마음이 아픈 하루의 시작이다.
*************************************************그런데 일년만에 세상과 작별을 하였다.
그날도 비가 왔었나 보다.
오늘도 똑같은 비오는 날씨와 한 주간의 첫날이다.
내일쯤 문상을 가려한다.....
첫댓글 정말 황망한일...
아직. 젊은. 나이같은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가족들. 힘내셔요!!!
그러게요...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고 먹먹합니다.
꼭 찾아가보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아들 친구가 큰 아들이니 이제 55,6세 정도?
부모란 모름지기 아이들이 제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내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을 때까지
아프지 말고 살아주는 것이 역할이고 몫일텐데 더더욱 마음이 착찹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보지만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참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에효 일찍 세상살이 근심 걱정에서 놓여났다고 생각합시다~!
어제까지도 마음이 많이 아팟는데 생과 사는 우리의 목시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미련을 버렸습니다.
그저 잘 가라는 인사만 할 뿐....
아직도 한창 사실 나이에....
나머지 가족들도 상심이 크겠군요...
가족들은 초연해 보이기 조차 하더라는...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파오더라구요.
활짝 웃고 있는 모습에 먹먹하고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