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불암리 입구에는
지어진 지 200년이 넘은 한옥이 있다.
마당을 합쳐 약 700평인 이 고택은
항상 사람으로 북적인다.
사람들은 한옥 카페와 민박을 함께
운영하는 이곳을 '화수헌(花樹軒)'이라 부른다.
고즈넉한 한옥과 문경 특산물로 만든
메뉴를 즐기러 많은 사람이 찾는다.
지난 5월에는 약 7000명이 화수헌을 다녀갔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
3위로 꼽히던 경북 문경시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지역 기반 문화 공간 조성 스타트업
'리플레이스(replace)' 덕분이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은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해 30년 안에 사라질 지역을 의미한다.
리플레이스는 이런 지역에 있는 유휴 공간을
관광 명소로 바꿔 일자리를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인구도 늘었다.
회사는 문경시 산양면에 있는 오래된 공간
3곳을 바꿔 사람과 문화가 있는 장소로 바꿨다.
도원우(29)대표와 14명 직원이
리플레이스를 운영한다.
“문경과 같은 소멸 지역을 살리고 싶다”는
도원우 대표에게
리플레이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화수헌 개업식에서 리플레이스 팀원과
도원우 대표(오른쪽에서 네 번째).
/리플레이스 제공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리플레이스 대표 도원우라고 합니다.
4년째 리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플레이스는 어떤 기업인가요.
"리플레이스는 소멸 위기 지역에 있는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해 관광 명소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인구 유입에 도움을 주고 있죠.
리플레이스가 바꾼 공간은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3개가 있고요, 영양군에서
4번째 공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리플레이스가 기획한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한옥 카페 겸 민박인 '화수헌',
베이커리 카페 '산양정행소',
사진 스튜디오 '볕드는산'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수헌은 산양면 마을 초입에 있는
200년 된 고택을 개조해서 만들었어요.
문경에서 특색있는 사업지를 찾다가
발견한 곳이에요.
카페와 민박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오미자 에이드, 8곡 미숫가루, 떡 와플 등
문경에서 나는 식자재로 만든 먹거리를
카페에서 팔고 있습니다.
산양정행소는 폐 양조장을 개조한 곳입니다.
양조장이라는 특색을 살려
빵집으로 만들었어요.
빵을 만들 때 효모가 들어가는 데
문경 막걸리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빵집으로 결정했죠.
산양정행소 한쪽은 빵집이자 카페고,
한쪽 공간은 문경 예술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경에는 도자기를 빚고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이 많아요.
지역 예술인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작은 편집숍을 만들었습니다.
볕드는산은 일본강점기 때 지어진
금융조합사택을 개조했어요.
사진 스튜디오이자 의상대여소입니다.
관광객이 문경에 방문해 다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옷을 빌려주고 촬영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서
공간 3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 기획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리플레이스가 탈바꿈할 4번째 공간은
경북 영양군에 있습니다.
이곳 역시 인구가 1만6000명으로
소멸 예정 지역이에요.
섬인 울릉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인구가 가장 적습니다.
영양군에 있는
연못 서석지 인근에 버려진 고택을 활용해
화수헌과 같은 공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화수헌 전경. /리플레이스 제공
-소멸 예정 지역을 살리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이 사업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한 건 아니에요.
창업 전에는 보험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적성엔 맞지 않았죠.
보험업계에선 한 달 동안 열심히 해도
다음 달이 되면 모든 성과가 리셋이 됩니다.
제 커리어와 성과가 나날이 쌓여서
더 큰 시너지를 내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당시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청년 지원 사업을 검색해 동생과
공유했는데, '청년 유턴 일자리 사업
(현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이
눈에 띄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으로 청년을
유입할 수 있는 사업 공모전이었어요.
처음엔 단순히 지원금만 보고
대학 동기 3명과 디자이너 1명을 모아
지원했습니다.
청도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지원했고 덜컥 합격했어요.
합격 후 사업 아이디어를 수정해나갔습니다.
직접 경북도에 내려가 6개월 동안
많은 곳을 다녔어요. 한옥, 펜션, 고택,
컨테이너 등 다양한 건축물을 살폈습니다.
그러다 2017년 12월 눈이 많이 내리던 날
문경시 산양면 마을 입구에 있는
버려진 한옥을 발견했습니다.
부지도 넓고 주변 경관이 너무 예뻤죠.
이 공간을 관광 명소로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2018년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경북에서도 왜 하필 문경이었나요.
"경북 구석구석을 다녔는데,
모든 조건이 맞는 곳이 문경이었습니다.
소멸 예정 지역이기도 했고
외부인을 배척하지 않는 지역이었어요.
팀원 중 경북에 연고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그때 저희를 경계하지 않고
가장 잘 도와주셨던 분들이
문경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이장님께서는 거의 리플레이스
팀원 수준으로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좋은 부지를 찾아서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1월부터 7개월 동안 준비했고
같은 해 8월 ‘화수헌’을 오픈했습니다."
-화수헌은 이제 문경
‘핫플레이스’ 중 하나입니다.
오픈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나요.
"8월 한 달 매출이 800만원이었어요.
바로 다음 달 매출이 2.5배 올랐습니다.
SNS로 홍보도 하고 다녀간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월 방문자가 계속 늘었어요.
지난 5월에는 한 달에 7000명의 손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코로나19로 국내 여행객이
늘어 더 입소문을 탄 것 같아요.
지자체 반응도 좋았습니다.
화수헌 오픈 준비 중이었던 2018년 5월,
문경 시청에서 협업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두 번째 공간
'산양정행소'입니다."
산양정행소와 볕드는산. /리플레이스 제공
-단순히 인구 유입뿐 아니라
지역민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수헌을 운영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회사가 문경에 뿌리를 내리고
오래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다른 관광 명소와
차별점을 만들어야겠더라고요.
가장 좋은 방법이 지역주민과의 상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문경에서 나는 재료로
카페 메뉴를 구성했어요.
지역주민이 키운 오미자로 만든 에이드,
문경 곡물을 모두 모아 만든 미숫가루 등이
그 예죠. 우리가 돈을 벌면 지역 주민들도
돈을 벌 수 있게 만든 거죠.
같은 맥락으로 산양정행소에는
문경 예술인을 위한 편집숍을 만들었죠."
-산양면이 사람들로 북적거리면서
긍정적인 변화도 있겠지만
문제도 생길 것 같은데요.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은 없나요.
"처음 산양면에 자리를 잡을 때
지역주민분들과 문화적,
감정적 교류부터 시작했어요.
인사도 잘하고
복날이면 닭국수도 같이 먹었어요.
마을 경관 정리, 대소사도 함께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긴 큰 마찰은 없습니다.
그러나 손님이 늘면서 분명 불편하실 것 같아요.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업 후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힘들어요.
리플레이스는 경북 지역 사업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에요. 그만큼 경북에 애착이 있고
청년 유입에 힘쓰면서
오래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지자체에서 사업장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공간 운영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화수헌 운영은 저희가 하고 있지만
화수헌은 문경시 소유입니다.
문경시에서 저희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 화수헌 운영은
더 이상할 수 없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2년 뒤의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게 굉장한 스트레스더라고요.
또 직원, 지역 거래처 등 30여명이
리플레이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런 상황이 더 크게 다가와요.”
-어떻게 해결했나요.
"2020년 10월 H2O 호스피탈리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H2O 호스피탈리티는
호텔 디지털 테크 기업으로
숙박업 솔루션 개발사에요.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다고 하셔서
다섯 번 정도 미팅을 했어요.
그곳 역시 지역에 버려진 고택을
한옥 스테이로 개조해서 운영해왔더라고요.
저희 강점인 공간 기획,
지역 상생 모델 개발 등을 살려
다른 지역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서 인수 제안을 했어요.
한창 사업 지속성에 대해 고민할 때였고
방향성과 뜻이 잘 맞아 함께하기로 했죠.
또 지역 소멸 위기는 문경의 일만은 아닙니다.
소멸 위기에 놓인 곳을 찾아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계속해서 지방 소멸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겁니다.
국내 인구 50%가 서울과 경기에 밀집해있습니다.
다른 지역에는 공간이 남아돈다는 말이기도 해요.
그런 지역에 진출해 화수헌, 산양정행소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운영은 해당 지역
청년들에게 맡길 겁니다.
그런 청년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불러요.
로컬 크리에이터 수를 늘려서
하나의 직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지역 청년을 채용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거죠.
이렇게 청년 유실을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첫댓글 무언가 섬뜻 상상력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런곳을 또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은....
역시 부지런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능하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은 아이디어 싸움이네요~!
우리도 명소를 하나 만들어 가야지요..
희망나무 수목원으로...
명소는 누군가의 지속적인 정성으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그 명소를 우리도 하나 만들어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