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김수연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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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2008-7-29 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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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장 보람된 일은 책을 벗하는 것”
지난 21일 도교육연수원에서 중등교감자격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김수연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는 지난 20여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농산어촌 산간오지마을 학교에 작은 도서관을 열게 된 사연으로 강연의 막을 열었다.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 동안을 비극 속에 살았습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불행을 연이어 겪었으니까요.
할아버지와 아버지, 할머니가 비명에 돌아가시고 장인 장모도 비극 속에 숨졌으며 형, 형수, 조카도 사고로 하루아침에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자식이 화재사고로 6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갔습니다.
시나리오도 없는 비극이 제 주변에서 이어지면서, 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이날 교직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김 대표의 강연내용을 정리했다.
비극적인 삶 경험하며 인생의 의미 깨달아
살아있는 동안 가장 소중한 일 하자고 결심
사재 100억원 학교마을도서관 건립에 헌납
책 중요성 공감…언론사·지자체 동조 활력
김 대표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40여명의 교사들이 신앙고백을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과거를 술술 풀어내는 그의 말에 강연장은 금새 숙연해졌다.
그의 고백은 이어졌다.
KBS 기자 출신이라는 것과 물려받은 재산도 많고 택시사업, 주식 운용 등으로 돈도 많이 벌었고 풍채와 입심이 좋아 술도 잘 마셨다고, 그래서 놀기도 많이 놀았다고….
하지만 자신의 삶을 뒤흔들어놓은 비극 앞에, 자식의 죽음 앞에 더 이상 의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고 현실을 회피하려고 아무리 도망가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KBS 문화부차장 시절부터 알게 된 종교계의 지도자들을 찾아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구해 봐도 속이 답답한 건 매한가지였다 “그러던 중 영국으로 연수를 가게 됐어요.
그때 영국에서 지인이 저에게 ‘This time is never come back’이라고 하는 충고의 말에 두말 안하고 바로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일주일 만에 사표를 쓰고 살아있는 동안 가장 소중한 일을 하자고 결심을 했다.
어떤 일이 소중한 일일까? 고민은 계속됐다.
그때 눈에 띈 글귀가 있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이었다.
“사람은 저마다 재물을 탐하지만 나는 오로지 내 자녀가 어질기를 바란다.
삶에 있어서 가장 보람된 것은 책을 벗하는 일이며 더 없이 소중한 것은 부지런하고 알뜰함에 있지 않으랴.
이를 너희들의 가훈으로 삼으라.”
“절재공 김종서 장군이 제18대 직조이십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남기신 이 가훈을 마음에 늘 새기며 자라왔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가장 보람된 일은 책을 벗하는 삶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이라는 것을요.”
김 대표가 어디를 가나 꼭 빠트리지 않는 멘트가 있다.
바로 선진국의 선진화 배경에 대한 이야기다.
KBS 기자 시절 그는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선진 7개국의 선진화 원동력을 특집으로 취재했었다.
그때 모든 나라의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것이 바로 독서(책)였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많은 책을 읽고 기독교적인 윤리와 도덕을 지니며 살아가니 자유롭고 풍요롭더라.
이것이 행복한 것 아니냐는 요지의 말이었어요.
그때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1989년 좋은책읽기가족모임을 발족하고 전국의 산간오지 섬마을을 다니며 도서관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 전국에 130여곳이 넘었다.
학교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하자는 운동을 펼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1991년 첫 마을도서관을 전북 남원군 산내면 마을회관에 만들었어요.
제가 대학생 때 도피생활을 했는데 그때 그곳에서 마을주민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 보은의 마음으로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줬죠.
3,000권을 기증했는데 1년 뒤 가보니까 책이 10권도 안 남아 있더군요”
우리나라 마을도서관의 첫 시작인 새마을문고 이야기도 덧붙였다.
국민의 의식을 바꾼다는 취지로 전국에 1만4,000여개의 새마을문고가 만들어졌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100개도 안 된다.
즉, 도서관은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전문적인 관리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누가 읽고 빌려갔는지, 최소한의 운영은 돼야 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관리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주목하게 된 것이 학교마을도서관이었다.
“읍·면·동 등 가장 작은 행정단위에서 존재하는 공공기관이 바로 초등학교입니다.
지금이야 많이 통폐합됐지만 90년대 당시만 해도 읍·면, 리까지 초등학교가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도서관을 마을도서관이라는 기치로 이 운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날 특강에서 김 대표는 “책이 이 시대의 화두라는 진리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학교마을도서관 건립사업에 강원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해 언론과 지자체가 동조하고 있다”며 “학교마을도서관 사업이 교사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어서 마음속에 늘 죄송함을 가지면서도 아이들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위한 시대적 사명으로 이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승에겐 교육에 대한 열정과 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군사부일체(君師父 一體)라는 말이 있듯이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그 말처럼 스승이 스승으로서 존경받기를 바란다”라며 1시간 동안의 특강을 마무리했다.
강릉=조상원기자 jsw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