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릉(惠陵)
혜릉은 제20대 경종의 원비 청송(靑松) 심씨(沈氏) 단의왕후(1686~1718)의 능이다. 단의왕후는 청은부원군 심호의 딸로 1696년 11세에 9세였던 세자(경종)와 가례를 올린다. 경종은 장희빈의 아들이니 단의왕후는 숙종과 장희빈의 며느리인 셈이다. 단의왕후는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덕을 갖춰 11세에 세자빈에 책봉되어 양전(兩殿)과 병약한 세자를 섬기는 데 손색이 없었다고 한다.
심 씨의 왕실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희빈 장 씨가 갑술환국으로 왕비에서 빈으로 강등된 직후였고, '무고의 옥'으로 사약을 받았는데 이때 세자빈의 나이 16세였다. 이러한 풍파 속에서 심 씨는 세자가 왕위에 오르기 2년 전인 숙종 44년(1718) 갑자기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이때 조선에는 여역이 창궐했고 숙종과 세자가 경덕궁(경희궁)으로 급히 옮긴 기록으로 보아 세자빈의 병도 여역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심 씨는 1720년 경종이 즉위하자 단의왕후에 추봉되었다.
혜릉의 능원은 동구릉 내 17명의 유택 중 유일한 원 형식으로 가장 작은 규모다. 능이라면 당연히 세웠어야 할 입구의 홍살문도 없다. 능역이 전반적으로 좁고 길게 자리하고 있으며 석물도 사람의 키 정도로 별로 크지 않다. 곡장 안의 봉분은 병풍석 없이 난간석만 둘러졌고 난간석에 새겨진 12자가 비교적 또렷하게 남아 있다. 봉분 주위에 네 마리의 석호와 네 마리의 석양이 교대로 배치되어 능을 보호하고 있다. 망주석은 다른 왕릉보다 작게 만들어졌으며 좌우 세호의 방향이 다르게 조각되어 있다. 장명등은 현재 터만 남아 있으며 조선 왕릉 1,600여 개의 석물 중 유일하게 혜릉의 장명등만 멸실된 상태다.
무인석은 이목구비가 상당히 이국적으로 상당 부분을 코가 차지하는데 치아를 7개나 잔뜩 드러내놓고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인석보다 약 10센티미터 작고 한 단 위에 서 있는 문인석은 입을 꼭 다물었는데 주책없게 웃고 있는 무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표정이라는 설명도 있다.
현재 보이는 정자각은 1995년 재건된 것이다. 또한 혜릉이 다소 특이한 것은 조선 왕릉은 대부분 북침인데 혜릉은 서쪽에 머리를 두고 다리를 동쪽으로 향했다는 점이다. 혜릉의 좌향은 유좌묘향(酉坐卯向), 즉 서측에서 동측을 바라보고 있는 지세다.
시신의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두느냐는 민족, 지방, 종교 등에 따라 다른데 한국에서는 동쪽이나 남쪽으로 두는 예가 많았다. 이후 삼국 시대에 중국의 영향으로 북침으로 바뀌었는데 고려, 조선을 거쳐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조선 왕릉은 모두 42기인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왕릉은 총 40기로 북한에 있는 제릉과 후릉은 제외되었다. 후릉은 개성에 있으며 제2대 정종과 정안왕후의 쌍릉이다. 정종은 태종에게 왕위를 넘기고 개성 백룡산 기슭의 인덕궁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왕후가 1412년 죽고 난 뒤 1420년 사망해 그곳에 묻혔다.
문화재청에 의하면 후릉은 고려 공민왕릉을 닮았으면서 조선 시기 왕릉의 특징도 갖추고 있다. 즉 조선 왕릉은 공민왕릉을 비롯한 고려의 왕릉 건축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규모를 크게 하고 석물을 많이 놓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후릉의 봉분 높이는 3.45미터이며 직경은 7미터다.
태조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신의왕후는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사망해 개성 근처인 제릉에 매장되었는데 제릉에는 건원릉과 유사한 육각형의 장명등이 있다고 적었다.
또한 제릉은 북한의 문화재 분류인 보존급(대한민국의 보물급에 해당) 제556호로, 제릉비는 보존급 제1624호로, 후릉은 보존급 제551호로 지정되었다.
단의왕후(端懿王后)
요약 : 조선 제20대 왕인 경종(景宗)의 비(妃). 숙종 때 세자빈으로 책봉되었으나, 경종이 즉위하기 전에 소생없이 죽었다. 경종이 왕위에 오르자 왕후로 추봉되었다.
출생-사망 : 1686 ~ 1718
본관 청송(靑松). 성 심씨(沈氏). 시호 단의(端懿). 청은부원군(靑恩府院君) 심호(沈浩)의 딸. 1696년(숙종 22) 세자빈(世子嬪)에 책봉(冊封)되었으나 경종이 즉위하기 전에 소생없이 죽었다. 1720년(경종 1) 경종이 왕위에 오르자 왕후로 추봉되었으며 1726년(영조 2) 공효정목(恭孝定穆)이라는 휘호가 추상(追上)되었다. 능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의 혜릉(惠陵)이다.
혜릉(惠陵)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