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섬이 좋다! (천수답의 일요칼럼)
비록 내 이름으로 등기된 부동산은 아니었지만, 통영 살 때 자주 가서 즐겨 보았던 섬 하나가 있었다. 통영에서 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만 볼 수 있는 거제시 남부면 다포리에 위치한 소병대도가 바로 그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소병대도는 거제 제1 비경이라고 할 만큼, 마치 수반에 올려진 수석처럼 바다 위에 그림처럼 떠 있다. 아름다운 여차 홍포길을 돌아서 차를 세우고 그 비경을 볼 때마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울렁이던 내 영혼의 바다가 잔잔해지는 걸 느꼈다. 나는 섬이 너무 좋다. 그래서 통영에 살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나는 섬 투어를 즐겼다.
섬을 돌다가 멋지게 어우러진 절경 하나를 발견하면 스냅 카메라에 추억을 담듯이 마음의 눈으로 그 장면 하나하나를 찍어서 기억의 저장고에 고이 접어서 넣어 두고 그리울 때면 다시 찾아가곤 했다. 570여 개의 섬을 가진 통영에는 그런 곳이 참 많았다. 소병대도는 그 가운데 으뜸인 곳이다.
한산도에 가면 봉암 마을이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추봉도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아서 걷노라면 모퉁이 돌아 한눈에 들어오는 그 전경, 해송 몇 그루와 나지막한 바닷가 집들로 연결된 섬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봉암 마을은 그래, 차라리 그림이라고 해야 맞는다. 그림에나 나올 법한 장면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탄성과 함께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된다. 같은 곳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 모습도 다르기 때문이다.
여차 홍포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소병대도, 소매물도에서 바라보는 등대섬, 비진도 선유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비진도 해수욕장, 연화도 어느 절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용머리의 전경 그뿐이겠는가? 가는 곳곳마다 펼쳐진 절경들은 통영 사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울산에 와서 또 탐이 나는 섬 하나를 발견했다. 마음속에 넣어 두고 그리워할 만큼 아름다운 섬이다. 울주군에 위치한 명선도가 바로 그 섬이다. 밤이면 미디어가 코딩해주는 옷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현란한 춤을 추는 섬 명선도, 그래서 나는 그녀를 명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비 내리는 날에는 참 외로워 보이는 섬이다. 달려가서 품에 안고 토닥여 주고 싶을 정도로 작고 왜소한 명선도는 우산도 없이 비에 흠뻑 젖은 소녀처럼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런 섬을 보고 오는 날은 왠지 모를 그리움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
세상에는 명선이처럼 섬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있다. 남들 앞에서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멋진 드레스를 뽐내지만 정작 그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인생의 비에 홀딱 젖어서 외로이 떨고 있는 섬, 누군가 자기에게로 건너와 그 손을 잡아 주고 이름을 불러주길 간절히 원하지만, 용기가 없어 덩그러니 세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립된 인생들이다.
나는 오늘도 이 섬에서 저 섬으로 건너다니며 섬들을 여행한다. 나는 섬이 좋다, 사람이 좋다!
---(팟캐스트 방송)---
http://www.podbbang.com/ch/10726?e=24704645
---(Link-2)---
http://file.ssenhosting.com/data1/chunsd/230528.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