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노래
원제 : With a Song in My Heart
1952년 미국영화
감독 : 월터 랭
음악 : 알프레드 뉴만
출연: 수잔 헤이워드, 로리 칼훈, 데이비드 웨인
델마 리터, 로버트 와그너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부문 작품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
수잔 헤이워드는 나름 대기만성형의 여배우입니다. 1930년대 후반부터 영화에 출연을
시작했고, 단역을 거쳐서 조연, 주연배우로 차근차근 성장했습니다. 20대 중반인
40년대 초반, 비중있는 조연이나 주연으로 위상이 올랐지만 톱 배우의 지위는 갖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명성을 높이고 오히려 30대에 접어든 50년대에 더 많은
활약을 할 정도로 오랜기간 꾸준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오드리 헵번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폭발적인 느낌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위상을 높인 보기 드문 여배우입니다.
40년대에 활동한 비슷한 연배의 배우들이 30대가 되는 50년대에 접어들면서 슬슬
내리막길을 맞이하는 것과는 달리 6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명성을 높였고, 30대 후반에
칸 영화제 주연상을 받았고, 40대에 접어드는 나이에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을 만큼
꾸준한 배우였습니다.
1952년에 출연한 '내 마음의 노래'는 일종의 전기영화입니다. 실존했던 인기가수 제인 프로만의 삶을 다룬 음악영화입니다. 수잔 헤이워드가 제인 프로만을 연기했는데 공교롭게도 50년대에 수잔 헤이워드가 출연한 '내일 울련다'와 쌍둥이처럼 닮은 영화입니다. 두 편 모두 수잔 헤이워드는 실존했던 가수를 연기했고, 두 영화들은 모두 연기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내 마음의 노래'는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내일 울련다'는 칸 영화제 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절반 가까운 장면이 무대 공연 장면인 영화
공통점은 스토리에서도 비슷합니다. 가수로서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중간에 이야기가 전환이 된다는 부분입니다. 가수로서의 성공담은 이미
초반부에 이루어지고, 중반부 이후에는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내 마음의 노래'는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고 다리를
다치게 되는게 이걸 극복하는 과정이 전개되고, '내일 울련다'는 알콜 중독에서
헤어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도
두 영화의 공통점입니다.
이렇게 몇년 사이에 비슷한 역을 연기하게 된 이유가 아마도 52년에 출연한
'내 마음의 노래'에서의 호연 때문에 3년뒤에 비슷한 역할로 캐스팅된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인 프로만과 수잔 헤이워드는 10살 차이이며, '내일 울련다'에서의
릴리언 로스와는 7살밖에 차이가 안났습니다. 수잔 헤이워드가 60세를 못 살고
1975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제인 프로만이 오히려 5년이다 더 생존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크게 성공한 가수 제인 프로만이 소개되는데 과연 어떻게 해서
이렇게 성공한 가수가 되었는지 회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좀 특이한 것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화자가 1명이 아니라 3명이 번갈아가면서
한다는 점입니다. 유독 나레이션 설명이 많은 참으로 '친절한 영화'입니다.
수잔 헤이워드의 우아한 분위기가 영화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가수를 지망하는 제인(수잔 헤이워드)은 돈 로스(데이빗 웨인)라는 싱어송 라이터
앞에서 오디션을 받고 조언을 받게 되고, 그의 적극적인 추천에 의해서 라디오
방송에 나가게 되고 일찌감치 성공의 길을 걷습니다. 제인을 적극적으로 돌봐주며
매니저 노릇을 하던 돈은 그녀에게 청혼하여 결혼합니다. 하지만 대스타의 길을
순탄하게 걷는 제인과는 달리 돈은 쇼 비지니스계에서 거의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 가면서 둘 관계는 서서히 갈등이 생깁니다. 전형적인 '잘 나가는 스타 아내'와
별 재능없는 남편의 갈등 구조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단지 이런 이야기만으로
진부한 내용을 계속 이끌지는 않습니다. 2차 대전 기간중 프랑스 공연을 가던
제인의 비행기가 사고가 나고 제인은 다리를 크게 다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이런
부상을 극복하고 재기하는 내용이며, 부상중에 만난 존 번 이라는 미남 조종사와의
로맨스, 그리고 좌절을 딛고 아주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과정등이 함께 전개됩니다.
2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중 거의 절반이 수잔 헤이워드의 공연장면입니다. 가수의
전기 영화중에서 이렇게 공연장면을 많이 담은 경우도 드뭅니다. 꽤 많은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하는 장면에서의 목소리는 실제로 제인 프로만이 더빙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노래의 목소리가 너무 올드하다고 느꼈는데 당시 제인 프로만은
45세의 중견가수였으니 그럴만도 했습니다. 수잔 헤이워드의 우아한 외모와
제인 프로만의 목소리가 결합하여 꾸며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님에도 무난한 무대공연
연기를 잘 해낸 수잔 헤이워드
비행기 사고를 당해서 시련을 겪는 제인
보통 전기영화는 성공하기 위해서 좌절과 인내가 많이 나오는 것에 비해서
이 영화는 너무나 순탄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듯 성공하기 때문에
좀 의아한 느낌도 들지만 성공담이 아닌 부상극복담이 더 중요한 이야기이고
성공과정보다는 그로 인한 남편과의 갈등도 중요한 비중이라서 일반적인
전기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성공과정은 그리 비중이 많지 않습니다 그냥
데뷔하자마자 빅스타가 되지요.
수잔 헤이워드가 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고,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 시절까지
연기하기 때문에 적절한 캐스팅이었고, 무대위에서의 연기와 의상도 훌륭했습니다.
군인앞에서 공연하는 장면에서 당시 22살의 로버트 와그너가 깜짝 등장하는데
20대 초반의 로버트 와그너는 톰 크루즈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전성기 못지않은
조각같은 미남입니다. 무대에 올라가서 어색해하는 로버트 와그너를 리드하며 둘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장면이 아주 일품입니다. 로버트 와그너는 두 장면 등장하는
단역이지만 불과 2년안에 주연급 스타에 오릅니다. 이 당시의 로버트 와그너의
싱그러운 외모를 보면 60년대 이후에 미비했던 활동이 아쉬운 느낌입니다.
후반부에 벌어지는 공연장면이 꽤 감동적이고 공연 장면도 꽤 길게 이어집니다.
미국 각 지역을 상징하는 노래들을 차례로 부르는 장면이 재미있지요. 유명한
가수의 전기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수잔 헤이워드가 사실 더 유명해진 인물인
셈입니다.
22살의 로버트 와그너가 조각같은 외모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유부녀인 제인 프로만이 존 번 이라는 미남 조종사를 만나서 사랑을 느끼고
갈등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실제 제인 프로만은 돈 로스와 26살인 1933년에 결혼해서
1948년 15년간의 지속해온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이혼했고, 같은 해 존 번과 재혼하여
8년간을 살고 1956년에 이혼했습니다. 오히려 존 번과의 결혼생활이 첫 남편인
돈 로스와의 삶보다 짧았죠. 물론 영화가 발표된 1952년에는 아직 존 번과 살고
있을 때라서인지 존 번을 훨씬 멋진 배우로 출연시켰습니다. 사진으로 본 제인
프로만의 외모는 수잔 헤이워드 못지 않게 품위있는 미모의 모습입니다.
수잔 헤이워드가 실제 가수나 뮤지컬 배우가 아닌 순수 연기자인데도 공연장면을
굉장히 많이 부여한 것은 아마도 제인 프로만에 대한 배려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목소리 더빙만 나오지만 40대 중반의 중견이 된 가수에게 노래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준 것 같습니다. 공연 장면이 무척 많은 만큼 수잔 헤이워드가 전적으로
이끌어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56년에 개봉되었는데 위문공연
장면이 영화의 절정인 만큼, 6.25 전쟁 이후의 우리나라 정서에 잘 맞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우리나라에 개봉된 로버트 와그너의 영화중에서는 이 영화보다 더 일찍
출연한 작품이 두 편이나 됩니다.
ps2 : 당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수잔 헤이워드와 '서든 피어'의 조안
크로포드가 경합을 벌여는데 수상 결과는 영화에 처음 출연한 무명의
셜리 부스(사랑하는 시바여 돌아오라)에게 돌아갔습니다. 수잔 헤이워드,
조안 크로포드 모두 상당한 열연을 했는데 역시나 좀 이해가 안가는
수상결과이기도 합니다.
ps3 : 영화 제목인 '내 마음의 노래'는 내용과도 잘 맞는 제목이면서 영화속에서
부르는 노래 제목이기도 합니다.
[출처] 내 마음의 노래(With a Song in My Heart 52년) 수잔 헤이워드 주연 전기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