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올해 대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 잡았다. 지난해 원화대출이 평균 10%가량 늘면서 연말부터 금융당국의 관리가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받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은 올해 원화대출 성장률 목표치를 5~6%선에서 정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3~5% 수준으로 설정했다. 금융감독원에 이러한 목표를 써냈는데 향후 협의과정에서 수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이 하향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해서다.
올해 목표치는 지난해 대출 성장률의 3분의2 혹은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은행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4대 은행의 원화대출은 1년 사이 93조원가량 늘었다. 증가율은 9.99%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9.9% △신한은행 10.6% △하나은행 9.5% △우리은행 9.8%다.
가계대출로 세분화해서 봐도 다르지 않다.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은 1년 사이 △KB국민은행 9.5% △신한은행 9% △하나은행 9.2% △우리은행 8.8%를 기록했다. 특히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에 돈이 몰리면서 신용대출 수요가 어느 해보다 두드러져 가계대출 성장을 견인했다.
은행들이 대출 성장률 목표치를 확 낮춰 잡은 건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당국은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은행들에 각별한 관리를 주문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좀 더 세세한 관리를 당부하면서 월별 목표치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연초부터 마이너스 통장 한도 축소, 신용대출 금리 인상 등 움직임이 이어졌다.
은행 자체적으로 관리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움직인 측면도 있다. 지난해 대출 폭증은 저금리 시대 이자이익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건전성 관리 면에서는 부정적이었다.
은행들은 대출 ‘선별’에 주력한다. 이환주 KB금융 재무총괄(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건전성 중심의 보수적인 여신 정책을 짰다”며 “성장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우량자산 중심으로 선별적인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뒤집으면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는 게 작년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대출의 대출행태지수는 ‘-12’로 전망했다. 이 지수가 플러스면 대출 조건이 완화된 것을, 마이너스면 반대로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을 하면서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수요를 막을 묘수를 찾고 있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CFO) 전무는 “실수요 중심으로 대출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은행권 전반적으로 뚜렷한 묘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용처를 알 수 없기에 가수요를 분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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