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장난
원제 : The Trouble with Angels
1966년 미국영화
감독 : 아이다 루피노
음악 : 제리 골드스미스
출연: 로잘린드 러셀, 헤일리 밀즈, 준 하딩
마지 레드몬드, 카밀라 스파브, 돌로레스 서튼
비니 반스, 메리 윅스, 바바라 헌터
짐 허튼
'위대한 유산' '로빈슨가의 모험' '덩케르크(50년대작)' 등의 영화로 알려진 영국배우
존 밀즈, 그의 딸 헤일리 밀즈 역시 배우로 활동했는데 1959년 '타이거 베이'라는
스릴러 영화를 통해서 아역배우로서 존재감을 보였고, 이후 60년대 초중반까지
아역배우로서 제법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헤어졌을때와 만났을때'
'연인의 창문' 두 편만 개봉이 되었지만 당시 아역배우로서의 헤일리 밀즈의 위상은
제법 높았습니다.
헤일리 밀즈가 출연한 영화들이 몇 편 DVD로 출시가 되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작품이
'천사들의 장난'입니다. 이 영화는 30-40년대의 유명 여배우 출신의 감독 아이다 루피노
연출작품입니다. 아이다 루피노는 1950년에 감독으로 데뷔하고 5편의 영화를 내리 만들며
감독으로서도 활동했는데 당시 보기 드문 여성 감독이었지만 '히치 하이커' '아웃레이지'
등의 남성적 범죄물 장르를 연출했습니다. 이후 주로 연기와 연출 모두 TV를 통해서 활발히
활동했는데 '천사들의 장난'은 모처럼 극장용 영화 연출로 돌아온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기존 범죄물과 다르게 여성 감독스러운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내용의 코믹한 드라마
장르로 돌아왔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입니다.
아이다 루피노, 헤일리 밀즈,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인지도는 높지 않았지만 한 시대에
제법 인지도나 영향력이 있었던 두 여성 영화인의 영화입니다. 거기다 수녀원장으로
출연한 배우는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의 전설급 작품으로 꼽히는 '히즈 걸 프라이데이'를
통해서 알려진 30-40년대의 명배우 로잘린드 러셀입니다. 3인의 무게감있는 여성
영화인들의 이름이 보이는 작품이지요. 3인의 공통점이 꽤 이름있고 한 때 잘 나간
여성 영화인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다는 점입니다.
두 소녀 악동의 이야기입니다. 삼촌과 아빠의 권유로 마지못해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성 프란치스 아카데미 여학교에 입학한 메리(헤일리 밀즈)와 레이첼(준 하딩), 둘은
엄격한 수녀원 학교에 입학한 첫날부터 말썽을 피우면서 수녀원장(로잘린드 러셀)의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당배를 피우다 걸리고, 몰래 출입금지된 수녀원에 들어가다
발각되고, 설탕에 비누방울이 생기는 재료를 몰래 넣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무단으로
빠져나가는 둥 두 악동 소녀의 말썽과 기행 때문에 학기중에 수녀원이 조용할
시간이 없습니다. 수녀원에서는 두 소녀의 기행을 멈추게 하려고 채찍, 당근을 함께
병행하며 처벌도 하고 그러지만 둘의 장난을 막는데는 역부족입니다.
불량소년이 아니라 두 불량소녀의 기행담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3년과정의 수녀원
부속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고, 메리와 레이첼이 마음에 내키지
않은 입학에서부터 3년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과정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엄격한 수녀원에서 거침없이 벌이는 두 소녀의 기행이 매우 코믹하고 빠른 전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수녀들과 여학생들입니다. 여학교를
무대로 한 '제복의 처녀'같은 영화가 꽤 무거운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엄격해야 할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코믹스런 소동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년간 벌어지는 내용이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모두 담아낸 아름다운
배경 영상과 제리 골드스미스의 경쾌한 음악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진행이
무척 빠른데 도저히 답이 없어 보이는 두 악동의 장난을 온갖 인내심을 발휘하며
참아내는 수녀원장 역할을 로잘린드 러셀이 기품있는 모습으로 연기합니다. 당시
로잘린드 러셀은 59세였는데 '집시'에서 나탈리 우드와 공연한 이래 4년만의 영화
출연이었습니다. 50년부터 띄엄띄엄 영화출연을 했고, 이 작품 이후에 5편의
영화에 더 출연했습니다.
말썽쟁이 두 소녀지만 차츰 원장수녀의 진정성에 동화되어 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후반부에 뜻밖의 결말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그 결말에 대한 암시를 슬쩍슬쩍 주고 있어서 혹시....라고 예상이 되기는 합니다.
헤일리 밀즈는 당시 20살을 맞이하던 시기였고, 단짝이자 같이 말썸을 부리는
레이첼 역의 준 하딩은 26살로, 여고생 연기를 하기에는 좀 과한 나이이긴 했습니다.
학기 내내 말썽만 부리는 두 소녀지만 메리는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생각해내는
밉지 않은 악동 소녀입니다. 메리 덕에 연주회 우승상금을 받아서 고장난 보일러를
고칠 기금도 마련하게 되고.
두 수녀의 우정, 그리고 악연처럼 시작되었지만 큰 인연으로 이어지는 운명적 만남,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소동과 그런 과정에서 피어나는 인간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경쾌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훈훈한 느낌을 주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수녀원 부설 기숙학교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배경속에서
섬세하고 톡톡튀는 연출과 구성으로 풀어낸 60년대 고전입니다. 아이다 루피노가 이 영화 이후에 극장용 영화연출을 다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오프닝 타이틀 배경화면이 재미납니다.
ps2 : 나중에 필리핀 선교를 지원하는 얼짱 수녀역의 카밀라 스파브는 이 영화가
데뷔작인 셈이지만 얼짱외모와 늘씬한 키 덕분인지 '매켄나의 황금'
''스레이걸' '다운힐레이서' 등 유명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에 비중있게
등장합니다. 큰 스타는 되지 못했지만.
ps3 : 티모시 허튼의 아버지이자, '던디소령' '걸헌트' '보이헌트' '그린베레' 등에 출연하여
알려진 멀대처럼 키가 크고 서글서글한 인상이 특징인 짐 허튼이 두 장면 특별출연
합니다. 레이첼이 먼저 다녔던 혁신학교의 젊은 교장역할인데, 레이첼이 '잭 레몬
닮았지만 더 젊은 교장'이라고 표현합니다. 티모시 허튼이 잭 레몬과 별로 닮진
않았지만 서글서글하고 코믹한 분위기는 비슷하죠.
ps4 : 체육시간에 수녀가 수영수업을 가르치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물론 수녀는
수영복을 입지는 않습니다.
ps5 : 엘리자베스 수녀 역을 연기한 배우가 매우 수녀로서 낯익은 인상인데 바로 1년전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도 수녀로 출연했습니다.
ps6 : 국내 출시된 DVD의 번역수준은 정말 엉망중의 엉망입니다. 아무리 초짜번역으로
출시했어도 쓸데없는 주어남발 번역은 정말 못봐주겠더군요. 가령 '문닫아'라고
번역하면 되는데 '너는 문을 닫아야 해' 그런 유형의 번역이 영화내내 나옵니다.
'Good Afternoon'을 '좋은 오후' 라고 번역하고 있으니 말 다했죠. 한글자막은
그냥 내용의 이해 정도에만 도움이 되는 수준입니다. 더구나 2017년 출시되었는데
왜 16:9 가 아니고 4;3 인지도 그렇고. 돈주고 사기 아까운 DVD죠. 희귀영화가
아니라면. (다행히 화질은 아주 좋아요)
[출처] 천사들의 장난(The Trouble with Angels 66년) 두 악동 소녀|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