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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세계자연보전총회)에 보내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님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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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정마을회장 강동균입니다.
우리 마을은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중문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약 7km 떨어져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사시사철 풍부한 물이 흘러서 제주도에서는 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마을입니다. 깨끗하고 맑은 물 덕분에 강정마을에서 수확한 쌀은 한국에서도 최고로 쳐주었습니다. 오늘날 강정마을의 물은 대부분 서귀포시 식수원으로 사용됩니다. 세계자연보전총회에 오신 여러분들도 강정에서 흘러나온 물을 마시고, 이 물로 샤워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열흘이 지나면 여러분들은 피부가 얼마나 보드라워졌는지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우리 조상들은 강정마을에서 400년 넘게 농업과 어업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문화유적이 말해주듯 지난 4천년간 이 풍요로운 강정 지역에서 인구가 번성해왔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여러분, 우리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정마을의 해안가 역시 특별합니다. 이곳은 제주도에서도 유일한 암반 습지대로서, 용암에 의해 형성된 곳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구럼비’라고 부릅니다. 구럼비 곳곳에는 용천수가 흘러나와 바위 위에 민물습지를 이루고 있는데, 이 물은 그냥 마셔도 좋을 정도로 깨끗한 물입니다. 이 물이 바닷물과 만나 특별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할망물’이라고 부르는 샘물도 있는데, 많은 생명들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해군이 구럼비로 가는 길을 차단한 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구럼비에서 먹던 김과 미역과 소라의 맛이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합니다. 그 맛은 제겐 너무나 소중합니다. 유명 음식점처럼 화려하게 차려놓지는 않았지만 저희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산해진미였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강정마을이 환경 문제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소리입니다. 강정마을은 환경 문제와 직접 연관이 있습니다. 이제 구럼비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우리는 강정 바다에서 구할 수 있던 것들을 가게에 가서 사먹어야 합니다. 고통스런 일이죠. 구럼비 바위를 통해 수천년간 풍성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구럼비에는 86종의 해초가 자라고 있으며, 소라와 전복 등 수백종의 조개류도 살고 있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요.
저 해군기지 공사장 펜스 넘어에서 해군은 구럼비를 폭파하고 있습니다. 할망물은 오염되었습니다. 시멘트 덩어리와 중장비에 깔려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가 으스러지고 있습니다. 강정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면 핵추진 잠수함과 핵추진 전함이 정박하게 될 것이고, 미사일은 중국을 겨냥하게 될 것입니다. 강정 앞바다를 준설하면서 70종의 연산호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24종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최근 발견된 것에 의하면 강정 앞바다에는 15에이커의 연산호 군락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면적인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큰 연산호 군락일 것입니다. 하지만 해군기지 사업은 이 세계 최대의 연산호 군락을 죽이게 되겠지요. 그리고 아름다운 강정마을이 사라지게 만들겠지요.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들은 그토록 열심히 싸워왔던 것입니다. 지난 5년간 해군기지를 막기 위해서 말입니다. 정부는 이것이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사업이 우리를 보다 안전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생태계에 의존해 살아온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안보가 아니었을까요?
해군기지 때문에 토양과 물이 발암 물질과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강정마을은 물이 깨끗하기로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자연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다면 우리는 그에 의존해 살아왔던 자립의 전통을 잃게 될 것이고, 우리의 문화도 사라질 것이며, 생존 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빈곤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안보’가 아닙니다. 중국을 겨냥해 미사일을 배치한다고 우리가 더 ‘안전’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끔찍한 전쟁이 발발하면 공격 목표지점이 될 뿐입니다.
강정마을은 조그만 마을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수천 명의 전투경찰을 동원해 평화활동가들을 매일 탄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행되었고, 수백명이 공권력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감옥에 간 사람들도 저를 포함해 부지기수입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나요?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던 자연과 그에 의지한 문화를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범죄입니다.
지난 2009년 400명이 넘는 마을 주민들이 정부의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되었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환경영향평가에는 세 종의 멸종위기종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을 위반한 사례들도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다 자란 맹꽁이 성체를 환경이 비슷한 대체 서식지로 이주시켰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실상은 맹꽁이 성체가 아니라 올챙이들이었고, 이주된 곳도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웅덩이에 불과해 맹꽁이 올챙이들이 절대로 살 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처한 심정이 마치 이 맹꽁이들 같습니다. 하늘이 내려준 자연에서 무자비하게 쫓겨난 모습이 말입니다.
이 소송이 법원에서 계류되어 있던 상황에서 구럼비 발파와 자연을 파괴하는 공사는 지속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박하게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기간에 강정마을회 부스를 설치 운영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을 때 우리는 매우 실망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를 짓기 위해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민들이 얼마나 돈을 많이 모금했는지 아십니까? 우리 손으로 지은 이 컨벤션센터에서 우리가 부스 하나 설치할 수 없다니요? 이것이 과연 정의인가요?
처음 국제컨벤션센터가 설계될 당시 우리는 그것을 평화센터 건설계획이라고 불렀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제주도민들은 끔찍했던 4.3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며 평화센터를 짓기 위해 희생을 감내했습니다. 한국군이 저지른 1948년의 끔찍한 4.3 학살로 제주도민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고, 이는 당시 미군정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 끔찍한 학살의 기억은 당시 생존자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짓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강정마을을 비롯한 제주도는 자연을 파괴하고 신동서냉전을 야기하는 제주도가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전세계인들이 모일 수 있는 자연환경의 성지이자 평화의 성지로 만드는 것이 세계의 자연과 생명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제주도에 평화가 영원히 깃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환경법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제주해군기지를 비난하는 비상결의안 발의안을 마련하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부에서 염려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에서 이 발의안이 경청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회의 홍보부스가 설치조차 못되도록 탄압을 받은 것처럼 세계자연보전연맹 사무국에서 이 발의안을 탄압하지 말아달라고 우리는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뛰어난 것은 사무국 덕분이 아닙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뛰어난 것은 그 회원국들이 ‘세계의 자연을 보전하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덕분입니다. 이 발의안이 총회에 상정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시기를 모쪼록 당부드립니다.
우리가 맛본 구럼비의 생생함이 단지 기억으로 멈추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구럼비의 생태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기를 우리는 소망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시 한번 이 땅에 오신 여러분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강정마을회장 강동균
첫댓글 호소력이 있고 감동적인 글입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 강정마을 화이팅!
회장님의 편지 내용 중에
..
'1948년의 끔찍한 4.3 학살로 제주도민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고, '..... 이 부분은 수정되어야 할듯.
당시 제주도 인구 30만 중에 3만여명이 학살되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1/10로 고쳐져야 합니다.
이 편지가 강정 투쟁을 이해시키는데 참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아요. 마구 퍼트려야겠어요...
전달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지금의 현실은 전쟁이라는 놈이 있기에...
전쟁은 왜 해야 하는가?
이명박 정부는 언제까지 계속해서 국민을 속이는 꼼수정치를 하려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임기도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해군기지건설을 중지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것이 그나마 용서 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후유증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해군기지건설을 즉각 중지해야 합니다. 수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아름다운 강정의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기를 기원하며 그러한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님을 비롯한 강정주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평화애호가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당신들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