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는 실망의 실마리가 될 거라는 사실을 조심스레 새기며 몰입을 요구한다.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결과론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알고 있는 주제와 과정 결말을 놓고 완벽한 몰입을 기대한다는 것에 배우들의 부담도 컷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듯 절규하는 두 주인공(설경구, 김남주)의 덕분에 어부지리로나마 얼마간의 몰입과 강정이입에 휩싸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 속의 정신병동을 문득 떠올리기에 충분하게 그려진 일명 불성실한 형사상의 오명마저 감수해야 할지도 모를 위기의 수사과정, 그에 더 큰 갭으로의 오열과 절규로의 주문대로 열연 해 낸 듯한 피해자들과의 대조적인 부조화는 이미 사고 불감증에 개인주의화 되고 있는 공직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려는 작가의 다분한 의도였으리라 자위해 보지만 현실과 픽션을 동일선상에서 추구한 듯한 감정적인 부조화에서만은 오래된 흑백 필름에 노란 셀로판지를 얹어 결과물을 꺼내기 위해 그저 잡아 돌려지기에 너무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우선이었다.
실제 사건의 상황과 다른 앵커가족의 설정은, 외치고 분노하고 절규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감정을 실감 있게 표출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싸늘하게 죽은 아이의 시신을 발견한 후 스치듯 아버지들의 가정으로 복귀 요구를 넋두리처럼 남기고 영화 속에 묻혀버린 현실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그리고 냉소하고 교양 있고 여유 있게 귓속을 파고든다. 이미 잊혀져버린 그놈 실제 음성으로 ....
수십 여 차례의 녹취 목소리가 조소처럼 어그적 거리는 사이 만든 이의 프로필이 스크린 한편을 기어오른다.
그 긴 시간동안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뒤로하고 또 영화는 산 자의 슬픔 때문이라도 죽은 자의 소리는 우리의 가슴 한켠에 묻어버리라고 말한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지금
그놈은 살아남은 자와 나란히 본 영화의 시사회를 즐겼을 지도...
마치 CI 첩보영화를 연상이나 하라는 듯 조롱하고 비웃는 그놈 목소리는 퉁명스럽지도 상스럽지도 않은 보통 우리 안에 있었다.
첫댓글 체육관에서 활기차게 운동하시는 across lots 님의 목소리 부터 들려 주시죠!
짠 하고 나갈 날이 있을 겝니다. 기다리옵소예.
그 무기력한 경찰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죠. 또 김남주가 한여름에 붉은색 밍크를 입고 헤메다 쓰러지고, 성경을 찢는 장면, 부모라면 가슴이 찢어질 장면 등인 참으로 인상적이었지요.
한 여름 밍크와 찢겨진 성경 조가리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영화 아니 그 무엇일지라도, 무언가에 몰입하고, 또 향유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시간나면 저도 한번 그놈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반반 일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로서 꼭 느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지는 필히 준비하세요. 눈도 코도 크니까 평균치보다 배로 준비하는게 좋을 듯...추천합니다.ㅋㅋ
저도 그 영화 봤는데요.... 나름대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좀 늘어지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건 25시 ' 를 영화관으로 옮긴 거 같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