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 민물어종중 제일 아름다운 "가시납지리"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여러 방면으로 서식지 및 채집정보를 알아보았으나 결국 < 수초와 민물고기 >님에게서 도움을 받아 올 들어 다섯번이나 여수로 향하게 되었읍니다. 제가 "가시납지리"를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어종이라고 하는 이유는 오로지 제가 소지하고 있는 도감인 < 한국의 민물고기 - 김익수, 2002년, 교학사 >에 수록된 어종중에서 가시납지리의 사진이 가장 잘 나온 탓이기도 했지만, 물생활 4년 동안에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읍니다.
작년의 목표어종인 "떡납줄갱이"는 성무성군의 도움으로 여주에서 단 한번에 필요한 만큼의 개체를 구경하고 채집하였으나 이번에는 만만치 않더군요. 가시납지리를 향한 제 여정은 아래와 같았읍니다.
제 1회( 05.05) 소개받은 장소의 현황도 알아볼 겸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였으나 내비게이션에 찍힌 7 Km 전방부터 극심한 정체로 인해 2시간 넘게 소요되어 탈진한 상태로 현장에 도착. 맑은 물이 흐르는 상류부 보를 중심으로 위와 아래를 주로 탐어했지만 피라미, 갈겨니, 기타 몰개류만 확인하고 철수하는 길에 인사를 나눈 주민분이 간밤에 넣어두셨던 통발에서 기적적으로 담긴 5Cm가량의 가시납지리를 얻음. 이 분은 그후로도 두번을 더 뵙게되는데 고맙게도 대형 피라미와 갈겨니가 잡히는 지점을 추천해주시는 통에 고생만 더하게 되었음. 아마 멀리서부터 온 사람이니 넉넉한 인심을 보이셨던 듯 한데 당최 아무리 설명을 하여도 먹지도 못하는 "납딱붕어"를 왜 잡으러 왔는 지 이해하시지는 못하시더군요.
제 2회( 05.07 ) 이번엔 물이 더럽고 흐름이 완만한 하류부를 공략하려고 하였으나 바닥이 뻘이라 깊이 들어갈 수가 없어 수초변만을 대충 탐어한 결과 송사리 10여 개체를 채집하는 전과를 올림. 깊은 곳에서 헤엄치는 가시납지리의 존재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통에 병이 더 깊어짐.
제 3회( 05.14 ) 통발과 밑밥을 준비하고는 저번에 보아둔 교각밑부분에 3개를 설치해두고는 틈틈히 족대로 주변지역을 탐사하여 처음으로 10 Cm정도의 가물치 치어를 생포함. 이건 보은의 의미로 < 수초와 민물고기 >님에게 드리기 위해 별도로 보관함. 20분 정도의 간격으로 통발을 확인한 결과 4마리나 채집하게 되어 기분이 고조된 상태로 귀가함.
제 4회( 05.21 ) 지난 주의 기억으로 인하여 기고만장하여 집사람에게 데이트겸 바람이라도 쐬자며 유혹하여 동반탐어여행을 함. 이번 기회에 점수도 좀 딸 겸 주변 경치를 감상하라고 안전속도로 주행하였고, 만나는 휴게소마다 들러 마실 것과 간식거리를 사다 바쳤으며 여수시에서는 관관안내지에 소개된 맛집에서 두사람이 먹기에는 과분한 생선구이정식을 한시간이 넘도록 먹는 여유를 즐기는 통에 너무 지체하여 현장에 되돌아 왔을 때는 다소 조바심이 났음. 교각아래 그늘진 부분에 주차하여 베이스캠프를 친 후 비장의 통발 3개를 가지고 출동. 베이스캠프와 통발을 설치한 지점이 10분정도의 거리라 4시간정도 집사람 혼자 격리되었음( 그동안 핸드폰 통화 2번 ). 더운 날씨에 통발 가득 잡히는 피라미와 갈겨니를 던져버리느라 탈진해버림. 결국 꽝 !!!
돌아오는 길에 낯선 곳에 내버려두고선 얼굴 한번 비치지않았다는 집사람의 칼날 선 잔소리에 변명만 깽깽깽...... 다음에는 더 좋은 곳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탐어하자고 했다가 더더욱 깽깽깽......
제 5회( 06.06 ) 이번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 수초와 민물고기 >님에게 자문도 구하고 통발도 2개 더 장착하고 특수밑밥도 준비하여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8시경 현장에 도착함. 족대가 필요없는 관계로 가볍게 5군데에 투척하고는 차안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한 후 10시 반경에 아래 사진에 있는 가시납지리 1마리를 채집하게 되어 의욕이 불타오름. 그 후 지리한 대기상태가 계속되다가 오후 3시경 상류로부터의 방류로 인해 수량이 증가하고 유속이 다소 빨라지면서 물색이 맑아짐으로써 마침내 대여섯마리씩 군집을 이루며 유영하는 가시납지리무리가 육안으로 관측됨. 내 주위에만 20여마리의 가시납지리가 몰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채집의 욕구가 불타오름. 그로부터 해가 지기 시작한 7시 15분경까지는 나와 가시납지리와의 처절한 두뇌싸움(?)의 연속. 결국 뼈아픈 진실을 확인하고는 귀가함 - "가시납지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고기가 아니라 제일 머리 좋은 어종이라는.....
그 후 이틀동안 몸살이 나 집사람에게 더 깽깽깽......
< 탐어지 윗부분 >
< 탐어지 현장 상하부 >
< 나를 미치게 한 바로 그 녀석 >
- 여과기 뒤에 모여 움직이지도 않고 먹이도 먹지 않아 걱정이 되어 큰납지리 몇마리를 넣어주니 그제서야 활동을 하네요. 채집이 아니라 이제는 번식에 도전해보려 함.
첫댓글 후기 탈력 붇으셨습니다^^ 5월 한달은 가시납지리와의 숨바꼭질이셨군요 그래도 채집을 하셨으니 다행입니다 폭우로 물이 많이 불었습니다 언제나 안전에 유의하시면서 즐기세요^^
을지문덕님이 병실에서 무료해하실까봐 무리해서 올려봤읍니다. 역시나 제일 먼저 읽으셨네요. ^~^
갑갑한 병원생활 잘 적응하시고 빠른 쾌유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비님과 여러 회원님들 염려 덕분에 오늘 퇴원했습니다 그동안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차 나오면 7월에 한번 내려갈려고 했는데 비가 많이와서 힘들겠네요 이번에는 여름 휴가를 남쪽으로 잡을 계획입니다 텐트가지고 야영하면서 즐겨볼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계획이지요 늘 건강하십시요 멋진 후기 가끔씩 올려주세요
가시납지리도 예쁘고, 글은 더 재미있네요 ㅎㅎ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엇보다 맘이 얼마나 애타셨겠어요.
재미난 탐어기 잘 봤습니다 ^^
님 와이프와의 과정이 저에게도 너무나 익숙한...ㅎㅎ
재밌습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목표어종을 만나는 그 설레임,,,^^ 저두 혼인색에 물든 가시납지리를 보고싶네요~
정열에 찬사를 보냅니다...
ㅎㅎㅎ 나비님 다음에는 함께 가봐요~~^^ 둘이서 채집하면 좀 쉬워지지 않을까요?? ^^
우와!!나비님 대단하시네요^^ 함께 탐어하는 것 같네요^^ 사진도 무척 잘나왔네요..
하하하! 어쩜 그리도 저와 똑같습니까~~ 특히 "깽깽깽" 요게 압권입니다. 그래도 요사인 어부인께서 지긋이 눈감아줍니다. 딴짓(?)거리안하고 그나마 물고기하고 논다고 근래 이사후 왠일인지 어항하나 거실에 갖다놓으라고하니... 이길 재간이 없던가봅니다. 그래서 인가 아내가 요사인 너무 이뻐보입니다.
어부인의 간섭이 어쩌면 더욱 탐어를 자극하는 활력소가 되는가싶다해요^^#
저렇게 이쁜 가시납지리는 처음 보네요~ ㅎㅎ 잘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탐어기 잘 봤습니다...목표어종을 향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ㅎㅎ
저의 경우 집사람을 설득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물생활 관련하여 집사람과 싸울 일이 줄어듭니다. ㅎㅎ
이야~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매주를 달려가셨네요~!!! 그리고 가시납지리도 최고입니다~~~
어이구야~~~ 고생많이 하셨네요. 그래도 재미있으시죠?
아름답습니다. 붕어나 납자루나 끌리는점은 비늘의 가지런함이 너무 매력적인거죠.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어렵게 얻으신 가시납지리 번식 성공하시길~ ^^
가시납지리.. 그동안 탐어하면서 종종 접했지만.. 우점으로 채집되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 개인적인 희소성때문에 수조로 고의 모시고와 사육을 하면.. 영락없이 체색이 빠지더군요... 납지리와 구분이 안될정도로 발색이 떨어져 관심밖 어종으로 되버렸습니다... ㅎㅎ 다음번 목표어종.. 음.. 서호납줄갱이?? ^^;; 멸종이 과연된건지.. 한번도 채집해본적이 없어서요.. ㅋㅋ 재미난 탐어기 잘봤습니다~
ㅋㅋㅋㅋ 글이 너무 재미있네요 ㅎㅎ
전 일행들 잠들면 밤에 하고 또 운전하고 그런식.... 탐어겸 놀이 갔다오면 초죽음상태입니다
열정이 대단하네요. 부럽네요. 한번씩은 미치고 싶어도 하는 일이 여유가 없다보니 ...쩝쩝
이번 탐사 잘 다녀오시고 한가로운 탐어가 되시길 ...^^
이 긴 글이 하나도 지겹지 않네요...^^
재미난 글 잘보았습니다 공감이 갑니다 ^^
정말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한동안 이글생각하며 미소짖고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