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 론지노 신부님의 <미사일기>
매일미사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옹달샘에서 첫 샘물을 뜨듯
정갈하게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한번 꽃 진 자리에서
다시 꽃이 피지 않듯
매일 매일 미사는
내가 당신께 드리는
마지막 미사입니다.
미사 드리는 이 마음으로
밥 먹고
똥 누고
웃고
울며
살게 하소서
- 이대근 론지노 신부님의 <미사일기> 중에서 -
미사 일기 1
오늘은
미사경본의 글자 하나 하나가
망초대꽃처럼
눈을 뜨고
빠안히 나를 쳐다봅니다
경본 속에 인쇄된 예수의 말씀이
알을 깨고 책갈피 속에서
참새떼가 되어
푸드득 푸드득 날아다닙니다
어디에고 숨을 곳이 없습니다
미사라는 빨래터에서
내가 깨끗이 빨아집니다
미사 일기 3
어떤 날은
미사드리는 신자들의 얼굴이
바위로 보입니다
앵무새로 보입니다
어떤 신자의 머리 속에선
내일 장터로 팔러 나갈 소 한 마리가 걸어나옵니다
어떤 교우의 이마 위에선
아침에 매다가 온 고추밭 한 뙈기가 걸어나옵니다
천사들이 바구니를 들고
무언가를 주워담으러
바쁘게 날아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내 얼굴도
반쪽은 하느님
반쪽은 짐승입니다
詩人의 기도
나의 詩가
아직 으스름달도 시퍼렇게 알몸인 새벽
부지런한 조롱박에 퍼 올린
첫 우물물이게 하소서
나의 詩가
숨가쁜 단풍잎 너머 졸고 있는 산 위에
진한 피를 흘리우는 석양보다
더 붉은 참회이게 하소서
내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뽑아
단 한편의 詩를 쓰게 하시되
그 詩가 나의 삶보다 아름답지 않게 하시고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그 詩보다 더 아름답게 하소서
그러나 주여
당신께 도달할 내 마지막 詩는 침묵임을 아오니
詩란 단지 침묵으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
뜨면 눈멀듯 맑은 당신을 뵙게 하소서
- 이대근 론지노 신부(대전교구) -
매일 수녀원에서 새벽미사를 드리고
하루를 시작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새벽 옹달샘에서 첫 샘물을 뜨듯
정갈하게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요즈음 본당에는 새벽미사보다는
저녁미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사는
사제와 함께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입니다.
미사 드리는 마음으로
밥 먹고
똥 누고
웃고
울며
살게 하소서. 아멘
첫댓글 아멘!!!
아멘,,~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