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과 팔 빵 사이
비 내리고 산 위에 구름이 가득한 오전,
천주교의 성지 천진암과 허균의 누님인 허난설헌의 묘를 답사하고
조안면사무소 근처에서 순두부 백반을 먹었다.
촐촐한 김에 배가 부르게 먹었는데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집이 유혹하니 너도 나도 빵집으로 향했고,
달콤한 빵을 또 하나 반을 먹고 다산 생가에 도착했다.
오후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일행이 모인 뒤에 팔당댐에 대해서 설명했다.
“팔당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여덟 개의 당집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내 말을 잘 못들은 서래봉이
“선생님 뭐라고 그러셨어요?”
그때 문득 점심 후에 먹었던 찐 빵이 생각나서
“이곳에 여덟 개의 빵집이 있어서 팔 빵이라고 했다네.
조금 전에 두 개를 보았으니, 여섯 개만 보면 되네.”
그 말을 들은 일행들이 박장대소하자.
그 유래를 들은 서래봉이“선생님만 아니면 한 대 때리고 싶네요.“ 해서 한참을 더 웃었다.
마대사馬大師가 백장百丈을 데리고 어디로 가는 중,
날아가는 들오리를 보고 불쑥 물었다. “저게 뭐냐?”
“들오리입니다.”
백장이 이렇게 답하자 마대사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갔지?”
“저 쪽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백장이 이렇게 대답하자 마대사는 느닷없이 백장의 코끝을 잡아 힘껏 비틀었다.
백장은 너무 아파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마대사는 백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긴 어딜 가! 여기 있지 않느냐.!”
벽암록에 실린 <백장의 들오리>라는 글이다.
길을 걷다가 보면 길에서 길에게 길을 물을 때도 있다.
길에서 느닷없이 만나게 되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마음 속 풍경도 넓어져서 예기치 않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꽃피우기도 한다.
길에서 만난 도반들의 이야기가 잘 익은 술처럼
세파에 씻긴 마음들을 어루만져 주는,
그것이 길 걷는 자의 가없는 기쁨이고 행복이 아닐까?
계사년 시월 초하루
출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