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 다시 연 놀이공원 (임시영업)

[한주엽]

2021년 3월 10일 물날

날씨: 어제와 비슷하다. 분명 난방을 틀어두지 않고 잤는데 춥지 않게 잘 잤다. 오늘은 털옷을 꺼내 입고 나가야지.

겪은 일: 일어나기, 전화기 확인하기, 씻기, 요구르트 사기, 학교에 닿아 온도 재고 코로나 하루 살펴보는 종이 적기, 커피 내리기, 5분수학 검사하기, 누리샘 아침열기, 후쿠시마 공부, 글쓰기로 정리, 점심밥 채비 돕기, 점심밥 채비, 점심 먹기, 5분수학 돕기, 청소, 낮공부열기, 누리샘 회의, 함께 마침회, 수학과학 공부모임 웹자보 만들기, 토리아리 마을학교 웹자보 만들기, 경기남부권학교 몸놀이 화상회의 

제목: 다시 연 놀이공원 [임시영업]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오늘은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잤어요. 습관처럼 해외축구 기사를 확인하고 출근 채비를 해요. 엊그제 털옷, 겉옷 따위를 세탁기에 넣어놨는데 오늘은 널어야겠다 싶어 세탁기 예약기능을 쓰기로 해요. 오늘은 일찍 마치는 날이지만 6시 30분에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화상으로 회의가 있는 날이라 8시쯤 집에 닿을 것 같아 시간에 맞춰 빨래를 끝낼 수 있게 예약기능을 켜둬요.

학교에 와서 커피를 내려요. 전 하루라도 커피가 없으면 못 사는데 어제 도윤이 어머니가 귀한 커피를 선물해주셔서 (사실 정말 자주 주셨어요. 기간을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떨어질 때 쯤 늘 도윤이 편으로 커피를 보내주셨어요.) 모카포트에 커피를 내려먹기로 해요. 커피를 갈고 있는데 명희 선생님이 들어오셔요. 명희 선생님도 내려드릴까 말까 여쭤보려고 했는데 명희 선생님이 먼저 말씀하셔서 명희 선생님 커피도 함께 내리기로 해요. 일찍오는 선율이가 본디 오던 시간보다 늦어 무슨일이 있나 싶어요. 오늘은 조금 늦게 학교에 닿았네요.

오늘은 1학년부터 5학년까지 후쿠시마 공부로 쓰레기를 나눠서 버리는 공부를 하는 날이에요. 쓰레기를 나눠서 버리는 방법을 모둠마다 나눠서 공부하고 잘 버릴 수 있도록 그림과 글을 쓰는 것이지요. 탈핵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은 와닿지 않을 수 있어 올해부터는 삶에서 탈핵과 닿아있는 작은 실천들을 공부 꼭지로 삼았거든요. 전체로 모여 후쿠시마 핵사고와 핵발전 이야기를 나눈 뒤, 모둠마다 나눠서 쓰레기 공부를 이어가요. 저는 유하, 지음이, 동하, 이석이, 지수, 한울이, 선율이, 영아와 한 모둠이에요. 4학년 어린이들은 모둠으로 나뉘기 전부터 “한쌤이랑 글쓰기 공부하면 너무 깐깐해!”라며 저와 모둠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는데....결국 저랑 붙어버렸지요. (어차피 4, 5학년 글쓰기는 저와 박나희 선생님이 이끌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었는데...ㅎ) 저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나눠 버리는 꼭지를 맡았어요. 앞뒤 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라고 하면 어려울 것이기에 (그래선 안 되기도 하지요) 선생이 충분히 이야기를 들려줘요. 배달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늘어난 이야기, 서울과 경기도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고 그곳의 상황은 어떤지, 선생님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니 어린이들 눈동자가 반짝거려요. 두 패로 나누어 플라스틱, 비닐을 맡아 그림을 그리고 짧은 글을 쓰도록 하지요.

공부를 마치고 다함께 모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요. 우리 모둠에서는 지수가 발표하기로 했어요. 부끄러움이 많은 형님들을 대신해 크은~ 마음을 먹은 것이지요. 사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발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지수가 큰 마음을 먹어서 크게 칭찬해주고 선생은 옆에서 도움을 주기로 해요. 본디 목소리가 큰 어린이는 아니기에 앞에 나가선 지수가 말하고 선생이 덧붙이는 방법으로 발표해요. 말하는 걸 들어보니 공부를 아주 잘 마쳤군요. 발표를 마치고 문제 맞히기를 해요. 선생은 일부러 아는 이야기도 모른채 하고, “헤에? 저엉말?” 같은 말로 어린이들 주위를 환기해요. 긴 시간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게 어린이들에겐 힘든 일이 거든요. 그러니 지음이와 채아가 저를 보고 웃네요. 지음이는 또 미간을 찡그리기 시작했어요. 우스워 보였나봐요. 아싸! 성공이에요. 문제 맞히기를 하고 난 뒤, 누리샘은 1층 마루에 모여 글쓰기로 공부를 마무리해요. 달날과 오늘에 걸쳐 들은 이야기, 공부 가운데 기억에 남는 공부, 까닭, 주고받은 말, 느낌 따위를 정리하는 글이지요. 몇 어린이가 정말 감동있는 글, 재미난 글을 써서 보기글로 들려줘요. 보기글로 들려줘도 되는지 물어보는데 부끄러운 듯 고개만 끄덕거리네요. 오늘 점심은 한울 어머니, 태훈 어머니가 맛있는 떡볶이와 우동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본디 적게 먹는 어린이도 오늘은 “조금 주세요.”라고 하지 않았으니 오늘 우동과 떡볶이는 정말 맛있었나봐요.

점심을 맛있게 먹고 청소를 하고 낮공부열기를 해요. 어린이들이 모이는데 채아랑 지음이가 “물 안 마시고 있지?”라네요. 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두 어린이에게 물을 안 마신다고 말을 했나 봐요. 날마다 물 안 마시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오늘은 “물도 먹지 말고 밥도 먹지 말고 포도도 먹지 말고 아무것도 먹지마!” “왜~ 난 커피도 먹고 이따 새참도 먹을 건데~~~” “안돼!” “왜!” “안 되니까!” “힝. 나 먹으면 안 돼?” “응 안돼! 똥이나 오줌은 먹어도 돼!”라며 함께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이 재밌어 보였는지 다른 어린이들도 매달리고 업혀요. 뒤에서 업히는 무게를 보니 1학년은 아니고.... 딱 들어봐도 다솜이 같아서 “솜(제가 다솜이를 부르는 애칭)이지?”라고 하니 맞았어요! 왼팔에는 은유, 이안이가 매달려있고 오른팔에는 채아, 지음이가 매달리고 등에는 다솜이가 업혀있으니 옛날 생각이나요.

학교에 처음 왔을 때에요. (떠올려보니, 도훈이, 시우가 1학년 때군요.)어린이들이 학교에 오면 선생을 찾아 때리고 업히고 꼬집고 끌신을 빼앗고 하며 애정을 드러냈어요. 한 어린이가 시작하면 그렇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막 달려와서 업히고 안기면 막 공중에 돌리기도 하고 목마도 태우고, 장난도 치며 놀았더랬지요. 그러면 ‘한주엽 놀이공원’이 개장하는 것이었어요. 지금 3학년 어린이들이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놀이공원이 열심히 운영되고 있었는데 지난해는 코로나로 개학도 늦어지고 몸과 몸이 닿는 것이 조심스러워지고는 놀이공원이 잠시 쉬고 있었는데 올해는 다시 시작할 수 있겠네요. 물론 여전히 지음이는 제가 우스운 목소리나 몸짓을 하면 미간을 찡그리며 째려보겠지요. 채아, 이안이, 은유는 저를 보고 “밥 먹지 말고 물도 마시지마! 똥 먹어!”라며 놀려대겠지요. 여전히 코로나 때문에 목마를 타거나 업어주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한주엽 놀이공원의 정상 영업을 위하여! 임시영업을 조심스럽게 시작합니다.

[김수강(다솜아버지)]

선생님 글에 아이들의 즐거운 얼굴이 보여요. 놀이공원이 쉬는 날이 없게 코로나가 얼른 물러나면 좋겠네요.

[이승희 (손지수어머니)]

교사의 놀이공원화...ㅋㅋ 처음에 맑은샘 와서 겪었던 문화충격 중 하나죠 ㅎ 저도 어릴 때 한번도 선생님과는 이런 식의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무섭거나 잘 보여야 하는 대상이었음.. 암튼 체력이든 교육관이든 뭐든간에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