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헐렁해진다
김향숙
소슬산 입구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본 후로
어딘지 모르게 헐렁해진 것 같다
몽골의 가축우리에서 한 마리의 가축이 사라지고
밤새 술렁이던 가축들을 몬 적도 있다
서로 밀착된 몸보다 더 안심이 드는 우리가 있을까
어디선가 풀린 양들의 울음이 계속 겉돌던 밤처럼
숲엔 새 소리가 무분별해졌다
바람도 몇 개의 깃털이 빠진 채 허술해진다
퍼즐에서 안 맞는 조각이 있지만
안 맞는 판은 없듯
숲도 내버려두면 스스로 딱 맞는다
숲의 조각을 맞게 하는 것은
개미들과 붕붕거리는 파리들이다
오늘의 숲은 뾰족한 귀퉁이들이 너무 많다
준비된 말들이 빠져나간다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귀가처럼
꼭 맞지 않는 빈 곳은 오히려
움푹, 팬 곳이 아니다
불쑥 튀어나온 곳이 되어
잠자리를 뒤척이게 한다
죽은 새 한 마리의 빈 곳을 채우려
밤새 숲이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를 듣는다
---애지 봄호에서
김향숙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 시 부문
호미문학상, 최충문학상, 대상 등
시집 『질문을 닦다』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김향숙의 숲이 헐렁해진다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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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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