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未然防)
그러하기 전에 막는다는 뜻으로, 멀리 앞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한다는 말이다.
未 : 아직 미(木/1)
然 : 그러할 연(灬/8)
防 : 막을 방(阝/4)
이 성어는 아직 그러하지 않을 때 막다, 그러하기 전에 막다, 멀리 앞을 내다보고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비한다는 말이다. 서진(西晉) 시대의 문인 육기(陸機)의 詩 군자행(君子行)에서 비롯된 말이다.
육기(陸機)의 자는 사형(士衡)이며, 오(吳)나라의 세족이었으나 그의 나이 20세 때 오(吳)나라가 망하자 문을 걸어 잠그고 10년간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후일(後日) 동생 육운(陸雲)과 함께 뤄양(洛陽)으로 나와 당시 지식인의 중심 인물이었던 장화(張華)의 지우(知遇)를 받았다.
장화의 도움으로 벼슬도 하였지만, 가밀(賈謐)과 함께 문학집단에 가입하여 북방문인(北方文人)과 교유하면서 문명(文名)을 날려, 동생과 함께 이육(二陸)으로 불렸다.
그의 시(詩)는 수사(修辭)에 중점을 두고 미사여구(美辭麗句)와 대구(對句)의 기교를 살려, 화려하지만 감정이 결핍되고 내용이 공허한 육조시대(六朝時代)의 조류(潮流)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시(詩)를 짓는 방법에 있어서는 의고(擬古)의 수법을 많이 써 이전 작가의 수법을 따랐다. 그가 지은 문부(文賦)는 위진남북조시대(魏晉南北朝時代)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문학 비평서로 꼽히고 있다.
육기는 또 악부(樂府) 17수(十七首)를 지었는데, 그 중 군자행(君子行)에서 군자는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며 미연방(未然防)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육기의 시(詩) 군자행(君子行)
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군자방미연 불처혐의간.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여, 의심 받는 사이에 처하지 않는다.
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외밭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바로잡지 않는다.
嫂叔不親授 長幼不比肩.
수숙불친수 장유불비견.
형수와 시동생 사이에는 직접 물건 건네지 않고, 어른과 아이 사이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는다네.
勞謙得其柄 和光甚獨難.
노겸득기병 화광심독난.
겸손하기에 애쓰면 권력을 잡게 될 것이나, 화광동진(和光同塵)은 유독 심히 어려워라.
周公下白屋 吐哺不及餐.
주공하백옥 토포불급찬.
주공은 흰집(초가집)에서 살았고, 손님 맞이로 먹던 밥도 뱉어내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네.
一沐三握髮 後世稱聖賢.
일목삼악발 후세칭성현.
손님 맞이로 한번 목욕하면서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왔으니, 후세 사람들이 성인이라 일컫는다네.
이것은 한대(漢代)의 악부(樂府) 중 군자행(君子行)의 다음 구절을 의고(擬古)한 것이다. ‘군자는 미연에 막고(君子未然防), 혐의 사이에 몸을 두지 않는다.’
군자는 무슨 일이든 멀리 앞을 내다보고 결정하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지 않기 때문에 항상 복을 받는다는 말이다.
미연에 막는다거나 미연에 방지한다는 말은 오늘날 여러 경우에 두루 쓰여, 앞날의 사고에 대비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육사형집(陸士衡集)에 수록되어 있다.
▶ 未(아직 미)는 ❶상형문자로 나무끝의 가느다란 작은 가지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나중에 분명하지 않다, 희미한 모양, 아직 ~하지 않다란 뜻에 쓰인다. 음(音)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여덟째 글자로 쓴다. ❷지사문자로 未자는 ‘아니다’나 ‘아직~하지 못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未자의 갑골문을 보면 木(나무 목)자의 윗부분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나뭇잎이 ‘무성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未자의 본래 의미는 ‘(나뭇잎이)무성하다’였다. 그러나 지금은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아직’이나 ‘없다’의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고 있다. 未자는 ‘끝부분’을 뜻하는 末(끝 말)자와 매우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다만 末자는 끝부분의 획이 긴 반면 未자는 짧게 되어 있으니 이러한 차이점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未(미)는 (1)십이지(十二支)의 하나. 그 여덟째임. 양을 상징함 (2)미방(未方) (3)미시(未時) (4)어떤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아직 다 이루어지지 않음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못하다 ②아직 ~하지 못하다 ③아니냐? 못하느냐? ④여덟째 지지(地支) ⑤미래(未來), 장차(將次)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不),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비(非),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그 동안이 그리 오래지 아니함을 미구(未久), 아직 오지 않은 때를 미래(未來), 아직 다 갖추지 못함을 미비(未備), 편안하지 아니함을 미편(未便), 아직 끝마감을 하지 못함을 미감(未勘), 아직 미치지 못함을 미급(未及), 아직 도착하지 아니함을 미도(未到), 끝을 다 맺지 못함을 미완(未完), 아직 작정하지 못함을 미정(未定), 아직 결혼하지 아니함을 미혼(未婚), 돈이나 물건을 아직 다 거두어들이지 못함을 미수(未收), 아직 결정되거나 해결되지 아니함을 미결(未決), 열매가 채 익지 못함을 미숙(未熟), 정한 수효나 정도에 차지 못함을 미만(未滿), 아직 정하여지지 아니함을 미연(未然), 아직 넉넉하지 못함을 미흡(未洽), 아직 모름을 미지(未知), 아직 다하지 못함을 미진(未盡), 아직 내지 못함을 미납(未納), 그 동안이 오래되지 않고 가까움을 미구불원(未久不遠), 아직도 속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였다는 미능면속(未能免俗), 모든 일에 밝아도 오직 한 부분만은 서투름을 미달일간(未達一間), 아직 듣지 못한 일을 미문지사(未聞之事), 그렇지 않은 바가 아님을 미상불연(未嘗不然), 아직 그렇게 되기 전을 미연지전(未然之前), 옳지 않다 할 것이 없음을 미위불가(未爲不可),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을 미증유(未曾有), 누가 옳은지 모름을 미지숙시(未知孰是),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송장이라는 미랭시(未冷尸),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과부가 스스로를 겸손하며 일컫는 말 미망인(未亡人) 등에 쓰인다.
▶ 然(그럴 연/불탈 연)은 ❶회의문자로 燃(연)은 통자(通字), 肰(연)은 동자(同字)이다. 개(犬) 고기(月=肉)를 불(火)에 구워 먹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然자는 ‘그러하다’나 ‘틀림이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然자는 犬(개 견)자와 肉(고기 육)자, 火(불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글자의 조합으로만 본다면 이것은 개고기를 불에 굽고 있는 모습이다. 然자의 본래 의미는 ‘까맣게 타다’였다. 개는 가죽을 벗기지 않고 껍질째 불에 그슬려 익혀 먹는다. 그러면 껍질이 새까맣게 타게 되기 때문에 然자는 ‘까맣게 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그러하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火자를 더한 燃(그을릴 연)자가 ‘그을리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然(연)은 ①그러하다, 틀림이 없다 ②그러하게 하다 ③명백하다, 분명하다 ④그러하다고 하다 ⑤~이다 ⑥듯하다 ⑦허락하다, 동의하다 ⑧불타다, 불태우다 ⑨밝다 ⑩그런데, 드디어 ⑪그러하면, 그리하여 ⑫그렇다면, 그러면 ⑬그러고 나서, 연후(然後)에 ⑭그러나, 그렇지만 ⑮그런데도, 그렇기는 하지만 ⑯상태를 나타내는 접미사(接尾辭) ⑰원숭이의 일종(一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저절로 그렇게 되는 모양을 자연(自然), 도리상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당연(當然), 뜻밖에 저절로 되는 일을 우연(偶然), 겉 모양이 장엄하고 엄숙한 모양을 엄연(儼然), 알고 보니 정말이나 정말로를 과연(果然), 아득하여 분명하지 않은 모양을 막연(漠然),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마음이 환하게 풀림을 석연(釋然), 침착하고 여유가 있음을 유연(悠然), 어떤 목적이 없이 되는대로 하는 태도가 있음을 만연(漫然), 그윽하고 멀어서 눈에 아물아물 함을 묘연(杳然), 갑작스러움을 돌연(突然), 확실히 단정할 만하게를 단연(斷然), 넓고 텅 빈 모양을 확연(廓然), 아주 정확한 꼴을 확연(確然),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고요하고 엄숙함을 숙연(肅然), 아직 정하여지지 아니함을 미연(未然), 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크게 놀람을 아연실색(啞然失色), 한숨을 쉬며 크게 탄식함을 위연탄식(喟然歎息),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런 대로 묵인한다는 말을 의수당연(依數當然), 조용하고 적적하여 아무 소문도 없음을 적연무문(寂然無聞), 흥미를 잃어 가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흥미삭연(興味索然) 등에 쓰인다.
▶ 防(막을 방)은 형성문자로 埅(방)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方(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方(방; 한 계단 높아져서 좌우로 죽 계속되는 둑, 물을 막다, 막는 일)과 좌부변(阝=阜; 언덕)部 흙을 쌓아 놓아 막아 놓았다는 뜻이 합(合)하여 막다를 뜻한다. 그래서 防(방)은 ①막다, 방어하다 ②맞서다, 필적(匹敵)하다(능력이나 세력이 엇비슷하여 서로 맞서다) ③헤살놓다, 훼방하다 ④둑, 방죽(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⑤요새(要塞), 관방(關防) ⑥방(=房)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막을 옹(壅), 지킬 수(守), 막을 거(拒), 막을 저(抵), 막을 저(沮), 막을 장(障), 막을 두(杜), 거리낄 애(碍), 금할 금(禁), 막을 어(禦), 막을 고(錮), 가로막을 알(閼),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격(擊), 칠 공(攻)이다. 용례로는 남 또는 적의 침노하는 것을 막아냄을 방어(防禦),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음을 방지(防止), 전염병의 발생을 미리 막음을 방역(防疫), 적의 공격을 막아서 지킴을 방위(防衛), 재앙을 막아서 없앰을 방제(防除), 간첩을 방어함을 방첩(防諜), 침입이나 피해를 미리 막아서 지키는 설비나 수단을 방비(防備), 추위를 막음을 방한(防寒), 탄알을 막음을 방탄(防彈), 재해를 막음을 방재(防災), 미리 대처하여 막는 것을 예방(豫防), 공격과 방어를 공방(攻防), 외적에 대한 국가의 방비를 국방(國防), 화재를 예방하고 불 난 것을 끔을 소방(消防), 수해 예방을 위해 토석으로 쌓은 둑을 제방(堤防), 적을 막을 계책을 방적지책(防敵之策), 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 어렵다는 뜻으로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말을 중구난방(衆口難防)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