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둔촌주공, 뚜껑 여니 ‘계약 포기’ 쏟아졌다
통상 인기 있는 분양 아파트들은 10만 명이 청약할 수 있다고 해서 ‘10만 청약설’이 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이름으로 분양에 나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송파구로 이어지는 준강남권 입지에 1만2000채가 넘는 미니 신도시급 대단지여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일찌감치 ‘분양시장 최대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곳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초라했다. 지난해 12월 청약에서 10만 명은커녕 2만 명이 신청해 경쟁률은 평균 5.45 대 1에 그쳤다. 청약 가점은 84점이 만점인데, 전용면적 49㎡에선 20점으로도 당첨되는 사람이 나왔다. 저조한 청약 성적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때 23억 원을 넘었던 인근 대단지 아파트 전용 84㎡의 호가가 16억 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둔촌주공 84㎡ 분양가는 발코니 확장 등을 포함해 14억 원 정도다.
▷미분양 공포를 막아세운 건 ‘1·3 부동산 대책’이었다.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와 중도금 대출 규제를 없애고,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들이 대거 담겼다. 소급 적용도 해주기로 했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만 남겨 놓고 규제지역도 모두 풀었다. 당장 둔촌주공 청약 당첨자들이 혜택을 보게 되자 이번 대책이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라는 얘기가 돌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둔촌주공 청약 다시 해야 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17일 계약이 마감되자 “소문난 잔치에 역시나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둔촌주공 계약률은 70% 수준으로 일반분양 4786가구 중 1400여 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특히 전용 29∼49㎡ 초소형에서 계약 포기가 속출했다. 기대 이하의 청약 경쟁률과 공급 물량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방위 규제 완화에도 인기 단지에서 이만큼 미계약이 발생한 것은 흥행 참패라 할 만하다. 정부의 규제 대못 뽑기도 집값 하락 우려와 금리 인상의 위력을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높은 분양가도 미달 사태에 한몫했다. 비슷한 때 분양한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100% 계약을 끝냈는데, 입지는 조금 떨어지지만 분양가가 4억 원 이상 낮다. 둔촌주공의 넓은 원룸, 투룸을 누가 7억∼8억 원 주고 사겠냐는 것이다. 전국에 쌓인 미분양 주택은 7년 만에 6만 채를 넘어섰고, 지난해 수도권에서 생애 처음 내 집을 마련한 사람은 16만여 명에 그쳤다. 1·3대책으로 숨통이 트이나 싶던 부동산 시장은 열흘 만에 닥친 기준금리 인상에, 둔촌주공의 미달까지 덮쳐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정임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