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0-12-02)
< 선무당의 굿판 >
- 문하 정영인 -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는 당골네가 있었다. 어머니가 늘 아프셨기 때문에 우리 집은 해마다 큰 굿판을 벌렸다. 당골네는 신들린 사람처럼 하룻밤을 눈 한 번 붙이지 않고 굿판을 벌렸다. 주절거리기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였다. 굿판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무당이 날이 시퍼런 작둣날에 올라가 춤을 추는 것과 대를 잡는 것이었다. 옆에서는 무당의 기둥서방이 징을 연신 두들겨 댔다. 당골네가 작둣날 위에서 발을 베지 않는 것을 보니 선무당은 아니었나 보다. 대를 잡는 사람에 따라 대를 자기도 모르게 흔드는 사람과 대가 꿈쩍도 안하는 사람이 있다. 무당은 꿈쩍 안 하는 사람은 대가 센 사람이라 했다. 대를 잡은 사람은 무당의 주문과 징소리를 따라 집안 곳곳을 훑고 다니다가 귀신이 붙은 물건이라고 하며 대로 그 물건을 두들기며 사연을 읊었다. 이상한 것은 그런 물건은 좀 값이 장농 같은 것이었다. 그런 물건들은 버리거나 좀 값이 나가는 것은 당골네로 보내기도 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당골네 부부는 아편쟁이었다. 아편의 힘으로 밤을 새워 굿판을 벌인 모양이다.
우리 속담에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 라는 말이 있다. 작금의 세상은 선무당들이 설익은 굿판을 벌이고 있다. 소설을 쓴다는 선무당도 있고, 현미로 빵을 만들 듯이 집을 만들고 싶다는 마리 빵투아네트라는 별명을 얻은 선무당도 있다. 빵파만파를 일으키기도 한다. 소설을 쓰신다고 한 선무당은 날마다 설익은 굿판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박수무당은 자신과 배치되는 의견을 갖는다고 대역죄인이라는 말을 마구 뱉는다. 이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조선시대에 사화(史禍) 쯤 생각하나 보다. 사람 잡는 선무당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얼마나 선무당이 용했으면 원전파일 444개를 삭제한 공무원들이 신내림이라고 했을까. 원전폐기는 신(神)의 계시였나 보다. 용한 무당의 무속인이 다 되 가고 있으니…. 어떤 선무당은 입만 열면 평지풍파를 일으키니 국회에서 여야 합동으로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봉했다고 하나. 이쯤 되면 점입가경(漸入佳境)이 따로 없다. 그나저나 신내림 서기관이 구속되었으니 신을 내리게 한 그 용한 무당은 누구일까 궁금증이 더해만 간다. 가장 과학적이어야 할 원전 폐쇄가 가장 미신적인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했으니 선무당이 원전을 잡은 셈이다. 그래도 선무당의 작두질이 여전하다. 먼저 선무당의 굿이 시원찮다고 다른 선무당으로 바꾼다. 먼저 선무당보다 더 못한 굿판을 벌이곤 한다. 그래서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라고 하나보다.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꼬 겉만 바꾸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언제 이 선무당들에 대한 진짜 무당의 씻김굿이 벌어질른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 굿의 굿판은 역사 앞에서 벌어질 것이다. 선무당의 벌린 굿판 중에 가장 큰 굿판은 탈원전이다. 온통 국토를 검은 식민지로 만든 굿판을 막을 내려야 한다. 이젠 선무당의 굿판도 마무리 단계이다. 이젠 진짜 용한 무당이 굿판을 벌여야 한다. 그것도 선무당이 벌려 놓은 일들에 대한 씻김굿을 한 다음에 신명나는 굿판을 벌려야 한다. 선무당들은 알박기라는 굿판을 깔아 그동안 벌려 놓았던 굿판을 이어가려고 한다. 혹은 새 선무당이 굿판을 시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새 굿판에서 대를 잡고 신명나게 그간 한판 잘해 먹은 선무당을 흔들어대는 굿판을 벌이고 싶다.
이번 대선판에 유난히 무속인에 대한 굿판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 무속인의 점은 대선판에서도 한가락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용한 점쟁이나 점집의 이야기들이 대선판에 뛰어 든다. 장관 청문회에서도 점을 가지고 벼르고 있다니…. 아마 계속해서 선무당이 나타날 것이다. 우매한 군중은 용한 무당보다는 선무당에 말에 솔깃해진다. 하기야 지금의 선무당들은 자기들의 벌였던 굿판이 엉터리일까바 검수완박이라는 굿판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국민이 선무당에 속지 않는 공정과 상식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
첫댓글 反 지성주의가 발 못 붙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결국 우리 사회의 수준이 올라가야 하는데 ㅠㅠ
자유민주주의를 누릴 만한 지성이 필요한거죠.
장관 청문회를 보면서 우리의 최고 지성인의 현주소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