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에 1686억 뜯겨”…양대노총 압수수색
민노총-한노총 건설노조 등 34곳
경찰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색
조합원 채용 강요-월례비 등 요구
노조측 “전쟁 선포됐다” 반발
경찰이 건설현장에서의 각종 불법 행위를 포착하고 19일 양대 노총 산하 건설노조를 포함해 전국 8개 건설 분야 노조 사무실 등 3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을 상대로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한 건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118개 건설사가 노조로부터 1686억 원 규모의 노조 전임비 지급 등을 강요받았다고 발표했다. 전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노총 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공동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산노조) 지부 사무실 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밖에도 군소 노조 사무실 6곳과 압수수색 대상자 주거지 20곳 등 총 34곳에 대해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8개 노조 14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휴대전화 22개 등을 포함해 문서 파일 등 약 1만7000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입건된 민노총과 한국노총 전·현직 간부 20여 명 등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들이 건설현장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채용하지 않을 경우 금품을 요구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민노총과 한국노총 본부 및 건설노조 본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양대 노총의 경우 지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민노총 건설노조 본부 등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선 건 건설현장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건설현장에 불법과 폭력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고 지적한 후 경찰과 국토부 등이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달 18일까지 건설현장 불법 행위와 관련해 929명(186건)을 수사하고 2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국토부는 대한건설협회 등 12개 민간 건설협회를 통해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494개 현장에서 총 2070건의 불법 행위 신고를 접수했다고 19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됐는데 현재까지도 신고가 밀려오고 있다”며 “88개 업체가 이미 경찰에 개별적으로 고소했다”고 했다.
노조 측은 이날 대대적 압수수색에 대해 “전쟁은 선포됐다”(송찬흡 건설노조 부위원장)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혜진 기자, 최동수 기자,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