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진미
김태우
기회만 닿으면 서해안을 여행하면서 생활상을 한 올 한 올 풀어보기로 했었다. 나에게는 그다지 알지 못했던 지방이었다. 매스컴이나 신문지상에서 새만금 간척지와 태안군 기름 유출 사고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6.25사변 때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 작전으로 서울 탈환과 연안 부두의 노랫말처럼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항구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영화 '실미도'가 떠올랐다. 서해에 위치한 섬으로 북파 공작원들의 소재를 다룬 군인들의 비극적인 결말이 연상됐다. 서해 교전으로 뼈아픈 과거를 회상하기가 힘이 들지만,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 조업으로 어민들의 애타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처럼 서해안은 많은 애환을 생각나게 했다.
오늘 여행은 서울을 경위하여 서해안 어느 곳을 가게 될지 기대가 컸었다. 여행 일정표가 없기에 마음속으로 차분히 벼의 낱알을 벗기듯, 서해안에서의 어구로 고기를 잡는 모습을 떠올리며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아침에 일어나 콜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지하철이 노사 간 잠정적 합의로 파업은 모면하게 되었다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며 여행길이 순조로울 것 같았다.
우리 부부가 제일 먼저 공항에 나온 것 같았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한 시간 가량이나 남아 있었다. 공항 대합실에서 삼백 원 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으며 일행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공항은 제주의 관문을 과시나 하듯 소란스러운 인파 속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이네들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게 될 거란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작년에는 동해안의 숨겨진 진주를 캐듯이 여러 곳을 다녀왔다. 정동진 역을 깃점으로 강원도의 생활상과 해안도로를 따라 토끼 꼬리모양을 한 울산 호미곶 등대까지 둘러보았다. 간첩선이 침투나 옛날의 외구들의 출몰이 잦았던 곳이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한반도를 잇는 산하란 것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일행들은 유명한 코리안타임도 없이 공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원 파악을 끝낸 후 기념 촬영이 이어졌다.
잠시 후 여행사 직원의 인사 소개를 끝으로 일정표를 받아 보니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서울을 경위하여 서해안 일주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도 못했던 방향으로 수정되어 있었다.
청주공항으로 출발하여 청주에서 장애인 휠체어 조립부분을 견학하고 동해안으로 가게 될 것이라 쓰여 있었다. 변경된 노선으로 몇몇 사람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항의를 해도 막무가내로 변동 사항은 없었다는 얘기뿐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 꿈에 부풀었던 서해안 여행길이 삽시간에 무너진 꼴이 되고 말았다. 서해안을 시작으로 동서 문화의 생활상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서해안 여행을 하게 되어 기대가 컸었다. 제철에 나오는 주꾸미, 낙지, 전어를 생각하며 군침을 삼키기도 했었다.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변경된 여행 행선지를 보니 희비가 교차되었다.
청주에서 허브 농장을 견학하고 늦은 시간에 영덕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차에서 내리자 몸이 불편한 관계로 다른 사람보다 뒤늦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소란스러울 정도로 북적대는 옆으로 나지막한 음식이 차려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차를 타고 다녔기에 배도 고팠다. 한상 가득 차려진 상 앞에 앉아 수저를 먼저 들었다. 식사하는 도중에 식당 직원이 다가와 빈자리가 많으니 다른 쪽으로 옮겨 달라고 해도 못들은 척하며 먹기에 바빴다. 배도 고픈데 푸짐한 진수성찬을 보고서 양보하기가 싫었다. 영덕 대게와 대하, 굴비구이, 주꾸미, 온갖 회감으로 동해안과 서해안의 진미를 밥상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식탁엔 관광버스 기사님과 관광 가이드를 위해 준비한 밥상이란 얘기 들었었다.
눈치 없이 먹어 되던 저녁 식사가 우리 부부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여행의 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첫댓글 지금 저녁시간입니다. 배가 고파서 일까 먹는 얘기를 하니 먹고 싶어 입안에 군침이 가득 하네요 .영덕 대게 ,대하 ,주꾸미 내가 무척 좋아하는 것 인데 우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맛나겠다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여행다니면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
청주에서 허브 농장을 견학하고 늦은 시간에 영덕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청주공항으로 경유하셨군요... 늘 행복하소서~~!!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듯 꿈에 부풀었던 서해안 여행길이 삽시간에 무너진 꼴이 되고 말았다. 서해안을 시작으로 동서 문화의 생활상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서해안 여행을 하게 되어 기대가 컸었다. 제철에 나오는 주꾸미, 낙지, 전어를 생각하며 군침을 삼키기도 했었다.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변경된 여행 행선지를 보니 희비가 교차되었다."
여행길,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행선지는 바귀여도 동해안의 진미를 맛본 여행이 즐겁을것 같습니다. 잘 감상 했습니다.
너무 재밌었습니다. .....*^^*
안녕 하세요. 좀 처럼 못 잊을 추억이 되시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원하시던 코스는 아니지만 여행일기를 보니 행복하셨던 하루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하, 쭈꾸미는 서해안의 대표 음식입니다. 영덕대게요...침이꼴각합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선생님.
유유자적, 여행을 하시며 멋진 삶을 사십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