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화요일 도서관 책배달부 강좌 때 주제가 '지역도서관 그동안의 회고와 전망'입니다.
옥천신문 황민호 국장님이 발제하는 자리인데, 안남초등학교 선생님들도 왔음 하시길래
책배달부 안내문도 전해드리고 초대도 할 겸 학교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가기 전, 교장선생님과 통화하니 그 날 출장 일정은 없답니다.
별 일 없으니 참석해보시겠다 합니다.
안내문은 교감 선생님 편으로 전달해달라시기에 가는 김에 전해드리고, 5학년 도서 담당 서순애 선생님과 1학년 오승교 선생님께도 드릴 겸 학교를 들렸습니다.
지애와 일대일 정담하며 지애에게 잘 해주는 마을, 학교의 어른이 누군지 묻자 "교장 선생님이요."합니다.
인사도 잘 받아주고 교장 선생님이 새로 오고 난 후 한 번도 상을 못 받았던 지애가 상도 받았답니다.
물론 교장 선생님이 온 것과 지애 상 받은 게 상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지애에게 힘을 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엄하고 권위적인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살갑고 편안하고 친근한 아저씨같은 교장 선생님이시니 아이들도 편히 대하고 아이들 만나는 저도 학교에 연락드리고 협조 구하는 일이 편안합니다.
교장선생님께 늘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교무실 들렀다 나오는 길에 복도에서 우연히 출장 가시는 교장 선생님을 마주쳤습니다.
"아이구, 선생님. 사택 지내시는데 불편하진 않아요?" "네, 과분한걸요. 혼자 지내니 넉넉합니다." "아참, 사택에 땅콩 캐러 갔더니 밭에 풀을 매놓으셨더라고요. 뭐 심으시게요?"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고요. 그냥 풀이 많아 보기가 좀 그래서요." "아유, 안 그러셔도 되는데... 선생님들 시켜서 좀 정리해놓으라고 할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제 집처럼 생각하고 한걸요."
교감 선생님이 권하시는 바람에 아이들 급식 먹는 학교 식당서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각 학년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이 같이 밥을 먹으니 가족 같습니다. 정답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밥 먹으면서 대화하니 저 또한 한결 가까워진 듯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부터 급식 보조 김순미 어머님, 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 다 아는 얼굴로 밥먹습니다.
유치원 예은이가 와서 묻습니다. "응, 선생님들 뵐 일이 있어서."
이해했다는 듯 끄덕끄덕하고 돌아가는 예은이. 어쩜 저리 예쁠까요.
식사하시는 5학년 서순애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책배달부 강좌 안내도 드리고 그 날 참석하는 일도 설명드렸습니다.
"자리에서 꼭 어떤이야기를 해주실 필요는 없고요. 그냥 우리 아이들 얘기할 때, 우선 학교 선생님 입장에서 들어보시고 하실 말씀 있음 한 마디만 보태주세요. 그냥 청중으로 와서 들어주셔도 좋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 하십니다.
식당을 나와 1학년 교실 계신 오승교 선생님께 들립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차 한 잔 드릴까요?"
언제 와도 반기시고 시간 내주시는 오승교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책배달부 강좌 안내문과 도서관 가정통신문을 드리면서 27일 강좌를 알리고, 참석 가능하신지 여쭙니다.
책배달부 강좌 안내문을 보시면서 "이런 분이 진짜 왔다 갔어요? 안남은 복 받았네요." 하시고 도서관 가정통신문을 보시곤, "도서관 다운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어린이회관 같아요."하십니다.
아이들 하는 활동이 책을 매개로 일상, 생활에 밀접하게 적용, 활용되고 생활의 지혜, 삶의 지혜가 쌓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하니 깊이 공감하십니다.
27일날 참석은 집안 사정상 어렵다 하시길래, 도서관에 하시고픈 말씀 없는지 여쭙자 평소 찾아가서 관심 갖지 않았던 외부 사람이라 딱히 할 말 없다하십니다.
그래도 안남 아이들 얘기를 나누는 자리니 못 오시더라도 보태주실 말씀이 있으신지 여쭈었습니다.
"아, 그런 거라면 제가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사실 진짜 지금~ 저는 제 에너지의 15%밖에 아이들 만나는데 에너지를 못 써요. 그게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요.
처음에 여기 와서 학교가 작으니까, 아이들이 적잖아요. 그래서 잘 됐다 했는데, 정작 할 게 너무 많은 거에요.
이번 해 감사하고 장학평가 한다고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이거 끝나고 나니까 체육활동 해라 그러고 보건활동도 해야 되고...
진짜 아이들 만나면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혹은 보고 배운 거 알려주고 싶은 게 많은데 이런 거 하다보면, 진짜 하고 싶은 걸 못 해요. 자꾸 이게 아닌데, 하는 거죠.
또 아이들보고 공부만 하라 그러고 결과만 따지고 하니까
중요한 과정을 놓쳐요. 얘가 몇 점 이런 거보다 무언가 하는 그 과정도 얼마나 중요한데.."
오승교 선생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도서관에 아이들 오기 전에 왠만하면 문서작업들, 행정일은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아이들 왔을 때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선생님 되고 싶진 않거든요.
아이들과 얘기하고,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무궁무진한데요."
당사자인 아이들에게 느끼는 갈증이 오승교 선생님과 제가 닮았습니다.
본인이 하는 일의 진정성을 궁리하고 고뇌하는 이가 비단 사회사업가 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많은 현장 직업 또한 그러함을 깨닫습니다.
뜻있게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자극이 됩니다.
더불어 어느 직업이든 그 자리에서 지역사회와 사람을 섬기고자 하는 이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승교 선생님 하시는 일을 존경합니다. 내 힘의 15%를 쓴다한들, 그런 절실함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선생님이 계시니 고맙고 든든합니다. |
출처: 살림 일꾼 원문보기 글쓴이: 살림일꾼_이주상
첫댓글 고맙습니다.
자기 에너지의 15%를 사용하심을 아시는 오승교 선생님이 귀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참 멋지십니다. 입학사정제를 하는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과 담임, 교장 선생님과 면담한다고 하네요.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곧 학생이 지닌 바탕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는군요.
무엇을 심을 지 정하지도 않고 주상이 미리 김매기 한 그 텃밭처럼, 주상이 있는 자리에, 누군가를 위한 귀한 바탕이 일궈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