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원한
"미카엘한테서 연락은 받았소.미카엘하고는 옛날에 같은 배를 았었
지. 지금도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오."
산체스가 주름살투성이의 얼굴에 더욱 깊은 주름을 만들며 웃었다.
담템진에 맨 이가 드러났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내가 도와 드릴 일이라는 게?"
"밀항자를 찾고 있어요, 한국인인데, "
호세 김은 호주머니에서 고영무의 사진을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
았다.
"이 사람이오. 카르타헤나의 모든 대리인한테는 이야기가 되었는데
이곳 산타마르타는 아직 연락이 안되어서요."
산체스는 사진을 들고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일주일 전에 살인을 한 놈이오. 보고타의 신문에는 크게 났었는데 . "
"그래, 그렇군. 나도 읽었소. 같은 한국인을 살해하고 도주했다고 기
억이 나는데."
머리를 끄덕이며 산체스가 말했다.
"돈도 꽤 많이 가지고 달아난 모양이던데요."
"놈을 잡아 주면 놈이 가지고 있는 돈은 모두 드리 겠소. 그리고 따로
백만 페소를 드리지요."
입을 벌린 산체스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햇볕에 탄 검은 피
부에 모가 난 얼굴이었다. 갈색의 눈동자가 호세 김을 향하고 있었으
나 조금씩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큰 돈이군. 그놈은 경찰에서도 찾고 있을 것인데, 그렇지 않소?"
"그래요, 계엄군도 놈을 찾습니다. "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사내 두 명이 시끄럽게 지껄이며 들어싫다.
"너희들 나가, 나가 있어."
산체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들이 멍한 얼굴을 하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경찰에 알리지 말고 당신한테 넘겨 달라는 이야기로군. 그렇지요?"
틱을 내밀며 산체스가 물었다.
"그렇소. 그저 몸만 넘겨 주면 됩니다. "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 봐도 되겠소?"
"놈은 내 아들을 죽였소."
"아아, 그 한국인이 당신의 아들이군."
산체스가 커다랑게 머리를 끄덕이며 허리를 됐다.
"이제 이해가 가는구만."
"도와주시 겠소?"
"물론이오. 도와 드리고 말고. 당연히 복수를 해야 하는거요."
"이제까지 그놈이 오지는 않았쳤지요?"
"물론. "
"난 볼리바르 호텔에 묵고 있어요. 카르타헤나는 친구한테 맡기고
당분간 이곳에 머물 작정이니까 그곳으로 연락을 해주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호세 김이 산체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산체스씨, 돈 걱정은 마시오. 놈만 잡으면 얼마든지 드리리다. "
산체스의 사무실을 나온 호세 김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밤 열시
십분이 되어 있었다. 보고타와는 달리 이쪽의 항구 도시들은 통금이
없다. 그쪽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도시였고 이쪽은 상업적으로 중요한
지 역인 것이다.
산타마르타의 시장은 라파엘 정권 때 잎명된 사람이다. 그는 지금의
카스틸로 정권이 무너지고 마약왕 카를로스가 집권하더라도 계속 시
장으로 있을 것이다. 보고타를 장악한 사람에게 복종하면 되는 것이니
만치 이쪽이 신경쓸 일도 努 그쪽에서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가게의 불빛과 현란하게 네온사인이 번책이는 거리는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세 김은 차를 달려 호텔로 들어섰다. 산
타마르타에서 밀항업을 하는 두 명의 사내들을 모두 만난 것이다. 어
깨가 늘어질 듯 피로하였으나 아직도 정신은 밝았다. 호세 김은 방에
들어서자 윗도리를 벗어 던지고는쓰러지듯 소파에 앉았다. 탁자 위에
전화기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으므로 몸을 누이고는 전화기를 끌어당
겼다.
하루 동안에 콜를비아 전국을 일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이 얼을 누르고 신호가 가자 곧 저쪽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김영지의 목소리 였다.
"나다, 애비다. "
"아아, 아버지."
그녀의 목소리는 한숨을 토해내는 것 같고 놀란 것 같기도 했다.
"지금 어디 계세요?"
"산타마르타야, 지금 볼리바르 호텔에 있다. "
"카르타헤나에 전화했었어요, 민 아저씨한테. 거기 가신 줄은 알았
어요. "
"여긴 밤에도 음식점이나 카페가 문을 여는구나.통금이 없어서 말
이다. "
‥‥‥‥
"애비 걱정은 말아라, 곧 돌아갈테니까."
"언제요?"
"곧 간다. "
"아버지."
김영지는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 호세 김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제가 오빠 대신으로 더 일할게요. 이젠 엔진도 배울게요."
"아버지, 돌아오세요."
"곧 간다. "
호세 김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잠시 턱을 번쩍 치켜들고 천장을
노려보고 있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엇인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식욕은 일어나지 않았지
만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일을 하려면 배를 든든하게 해놓
아야 할 것이다.
호주머니에서 두들한 붕투 하나를 꺼낸 마르틴은 그것을 탁자 의에
내려놓았다.
"산체스, 여기 40만 페소가 있어. 어제 자네는 30만으로 해준다고
했지만, 난 40만을 받아왔네."
봉봉투를 내려다본 산체스가 주름진 얼굴을 활짝 펴면서 싱글벙글 웃
었다.
"신부님은 사업가가 안되신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돈
을 모으실 수 없어요."
"그게 무슨소리야?어서 거기에서 10만 페소를 떼어 나에게 주게."
웃음띈 얼굴로 산체스는 봉투 속의 돈을 세어서 마르틴 앞으로 밀어
놓았다.
"신부님은 할인비용만큼 돈을 버셨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그렇
게 어중간한 입장이면 안됩니다. "
마르틴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저한테는 더 깎고, 저쪽에다가는 더 올려야지요. 더구나 신부님은
저를 마음대로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그런 좋은조건에서 겨우 10만
을 챙기시다니요."
"그건 자네 같은 사기꾼이 하는 짓이고."
"저는 일주일에 한번씩 꼭 고해성사를 합니다. "
"자넨 일주일간의 죄만으로도 지옥에 갈거야. 고해하고 바로 죽는다
면 모르지만."
"그땐 부하들을 시켜서 고해받을 신부를 끌고 올테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갈 사람은 데리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응, 상관있나? 모레 배를 탈 때 나오면 되겠지."
머리를 끄덕인 산체스가 봉투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여권은 가지고 있겠지요?미국에 도착하떤 돈이 즘 필요할겁니다.
2천 달러 정도만 있으면 아예 이민국이 발행한증서를 살 수가 있는데
요. "
"여권은 있어, 돈도 있고. 그런데 한국 여권이라 이민국 증서가 될
까?"
"한국인입니까?"
산체스가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한국인이야. 그런데 그것이 자네한테 무슨 상관이야? 머릿수
만 많으면 되는거지, "
"그렇지요."
탁자 위에 等인 담배를 집어들고 입에 물었다가 산체스는 도로 내려
놓았다.
"배는 모레 몇 시에 출항인가?"
"네? 배는 모레 밤 열한시에 출항합니다. 그러니까 열시까지는 부두
에 나와야 됩니다. 모이는 곳은 제3부두의 야적장인데 그곳에서 모터
보트를 타고 근해에 떠 있는 화물선으로 가는겁니다. "
"열시까지 제3부두의 야적장이라고 했나?"
"네, 거기에 저희 안내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사람 인적사항을 적
어야겠군요."
자리에서 일어난 산체스가 종이와 펜을 들고 돌아왔다.
"이름이 뭡니까, 신부님?"
"마르틴이 야."
산체스가 멍 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마르틴이 그를 향해 웃었다.
"세관의 입국심사도아닌데 이름이 무슨 필요가 있나?그 사람을 마
르틴이라고 부르게."
"한국 사람은 맞지요?"
"그렇다네. 그러면 되 겠지?"
"한국 사람 마르딘이라‥‥‥‥
산체스는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더니 마르틴에게 넘겨주었다.
"그것을 안내원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이 여권이자 및괌의 지불
영수증이니 까요. 그런데 ‥‥‥‥
산체스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 한국인을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내 신도야."
"아아, 그렇습니까?"
"산체스, 아까 미국에 도착해서 시민권 만들어 줄 사람을 안다고 했
지? 그 사람을 소개시켜 주게."
산체스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종이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건네
주었다.
"이놈한데 연락하면 될겁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돈이 패 들텐데
요. "
"그거야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쪽지를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마르틴이 상체를 기울이며 그를 바라
보았다.
"산체스,내가 자네의 고해를 받아주했네.지금 조금 시간이 있으니
까 여기서 해도 돼."
산체스가 머리를 저었다.
"아넘니다, 신부넘.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틀 전에 고해를
했습니다. 아직 ‥‥‥‥
"이틀간의 죄도 상당할텐데."
마르틴이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자 산체스가 따라 일어서며
마주 웃었다.
"다음에 하겠습니다, 신부넘. 며 칠 더 있다가 말입니다. "
사업관계로 미사집전을 하지 못하겠다던 마르틴 신부가 미사를 마
치고 돌아왔다. 얼굴에 싱싱한 생기가 넘쳐흐르는 듯했다.
"고,난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하지 못했소.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당
신의 이름을 성모 앞에서 부를 수는 없었소."
신부복을 벗으면서 마르틴이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당신은 죄인이오. 그러나 당신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가끔 착
각을 한다니까."
고영무가 탁자 위의 두 손을 깍지편 채 그를 바라보았다.
"역경에 처해 있는데도 당신처럼 초연한 젊은이는 처음 보았어. 불
평도 원망도 하지 않고 또 실의도 좌절도 없어. 나는 당신이 맹렬한 복
수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야.그저 당연히 처리해
야 할 일처럼 그들을 찾아 나서고 있어."
옷을 갈아입은 마르틴이 그를 마주 보고 앉았다.
"450년 전에 황금의 땅에 첫발을 디딘 우리 가틀릭 신부들이 아마
당신 같은 천성을 지딘을거요. 그때의 신부는 군인보다 더 용맹했고
더 용기가 있어야 했지. 나는 계을과 법의 기준으로 당신을 측량하지
않은거요."
"고맙습니다, 신부님."
"물론 조금은 선입견이 있지. 당신의 돈으로 산타밀라에 성당이 증
축된다는 것 말이오. 그것까지는 주넘이 이해하실거요."
머리를 11덕인 고영무가 한쪽에 치워 둔 혁띠형 전대를 가져다가 탁
자 위에 내려놓았다.
"여기 I천 6백만 페소가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돈을 드리
지요. "
덕을 내민 자세로 전대를 바라보던 마르틴이 시선을 들었다.
"고, 약측은 5백만 페소였는데."
"이중에는 죽은 김강남의 돈도 있습니다. 나는 그가 돈을 가지고 있
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놈들이 그의 몸속에 그 돈을 넣어 두어서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어요. 이 돈을 신부님께 드리게 되어서 기쁨니다. "
"성당을 세우실 때 김강남의 이름을 기록해 주십시오. 그의 영혼이
기매할겁니다.
"그러지요."
마르틴이 두 손을 벌리고는 전대를 끌어당기다가 움직임을 멈추었
다.
"미국에 가면 시민권을 받는 데 돈이 든다고 하던데. 내가 산체스한
레서 받았던 주소와 이름 있지 않소? 그 사람한테‥‥‥‥
"그 정도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면 받을 돈도 있고."
"LA에는 친구도 있으니까요."
혼잣말처럼 마르틴이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이윽고 그는 전대를 끌
어당겨 주머니 안에 든 돈을 꺼내더니 장사꾼이 물품대를 받은 것처럼
엄숙한 얼굴로 돈을 세기 시작했다. 고영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데로
다가가 방문을 바라보며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모레 밤이면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앨버트 존슨은 사십대 후반의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온 사나이였
다
배가 나온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다리가 상체에 비해서 가늘게 보
였는데 팔이 긴 편인 그는 더욱 그했다.
창가에 서 있던 그가 몸을 돌려 이쪽으로 다가오자 지미 굴드는 저
도 모르게 몸을 굳혔다.
"지미, 그 염병할 놈의 새끼가 시카고로 떠난 이유는 뭐냐?네 알량
한 생각을 말해 봐라. 이번만은 들어줄테니까, "
그렇게 말하면서 앨버트는 얼굴을 펴고 활짝 웃었다.
"미친 개처럼 켈리포니아를 쏘다니다가 이젠 시카고로 떠났단 말이
야. 그곳은 그놈에게 기반이 없는 지역이야."
"시카고 지부의 파킨슨이 놈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쉬고
있다는데요. 사람을 만나지도 않습니다. "
앨버트가 머리를 끄덕였다.
늘어진 볼의 살이 출렁거리며 혼들렸는데 콧날만 딘다면 늙은 불독
의 얼굴이다.
"너한테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 지미. 네 대가리는 전화통과 똑
같으니까.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하고 듣게만 해주지."
"보스, 당신 대가리는 구형 전화기요, 전할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
는
눈생을 즘히며 앨버트가 그를 노려보았다. 첫빛 눈이 먼 곳을 보듯
이 가느스름해졌다. 그가 턱을 들었다.
"지미, 시카고 지부에 연락해서 그놈의 방에 도청장치를 해놓으라고
해"
"알았습니다, 보스."
"크링거가 할일없이 Al카고에 머무를 놈이 아니야. 지금 시중에는
마약이 달려서 마약값이 두 배로 뛰었어.그런 때 시카고로 떠나다니,
그 지겨운 동네로."
지미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그와 7,8년 같이 생활하다 보니 그
는 자신의 두 번째 아내보다도 더 앨버트 존슨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
금 당황해하고 화가 나 있는 것이다. 크링거가 갑자기 시카고로 떠난
것은 복싱 상대방이 경기 도중에 링을 떠나 락카룸으로 간 것과 마찬
가지였다. 화가 난다. 그리고 크링거도 이상한 놈이지만 링에 흔자 남
게 된 자신의 꼴도 우스장스럽고 허전한 것이다. 언제 또 발작을 일으
킬지 알 수 없었으므로 지미는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었다.
"지미, 그 콜름비아에서 들어온 배, 이름이 뭐였지?"
지미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오니아 호라고 했지요, 아마."
"이상한 것 없었나?"
"별것 없었습니다. 불량품 에메랄드를 잔뜩 들여왔는데 아마 곱 장
사는 하겠지요."
"보스, 마약이 귀해지고 크링거가 시카고로 간 것은 당연한 일 아넘
니까? 우리의 단속이 심해져서 마약이 귀해졌고, 그리고 크렇거는 다
른 볼일로‥‥‥‥
그러자 앨버트가 빙그레 웃었으므로 지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곧 걸쪽한 욕설이 튀어나을 것이다. 앨버트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어도 그것이 마약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그의 앞에서 커피에
백설탕을 넣을 때는 조심해야 했는데 잘못하면 그를 홍분시킬 수가 있
었다.
"지미,크링거가 이 기회를 놓칠 놈이 아니야."
의외로 앨버트가 차분하게 말했다.
"이런 때 마약을 들여오면 전보다 곱 장사가 된다. 원가의 20배를
받는다구."
지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년에 크링거를 추적하였다가 증거 불충
분으로 사건이 흐지부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앨버트는 워싱턴으로부터
문책을 받았던 것이다. 크링거 길패드럭은 골수 공화당원일 뿐만 아니
라 LA와 캘리포니아에 건설회사와 철강회사를 가지고 있는 유력한 실
업가였다. 그에게는 전과기록도 없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앨버트는 크
링거의 축재과정에 마약이 개입되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었다. 그의
철강회사에 근무하는 수백 명의 외극인들 중 밀입국자가 많다는 것도
외심책었다. 그러나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다. 이번에도 실수를 한다면
틀림없이 옷을 벗게 되든지 아니면 알래스카로 들겨나게 될 것이다.
"요즘 콜름비아의 카를로스가 자금이 달린다는 CIA의 정보가 있어.
놈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거야. 밀가루 부대처럼 마약을 창고에 쌓
아 놓고 있는 놈이다. 지미,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어?"
선 채로 지미는 입맛을 다셨다.
"이곳으로 실어오지 않겠느딘 말이다. "
"보스,콜름비아에서 오는 밀항자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연
안 경비정을 지난 달부터 두 대나 늘렸지 않습니까?"
밀입국자들이 가져오는 마약도 상당량이 될 것이다. 이쪽에서는 카
르타헤나나 산타마르타에 있는 밀입국 대행자들에 대해서도 파악은
해두고 있다. 그러나 그쪽 정부와 결탁한 놈들이어서 그쪽에서는 손을
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지미가 슬그머니 몸을 돌렀는데 이제 앨버트는 더이상 그를 부르지
않았다.
"페르난도, 물량은 틀림없습니다 "
페르난도에게 다가간 매린이 말했다.
"모두 다섯 개의 가방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
아래쪽 창고를 내려다보던 페르난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카를로스한테서 연락이 왔어, 매 린. 그쪽은 급한 모양이다. "
그와 나란히 서서 매린이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은 비행기의
격납고처럼 보이는 거대한 창고었다.
그들이 서 있는 이층의 사무실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창고의 내부가
편히 보였다. 나무상자나 종이 박스, 또는 커다란 기계들이 종류별로
차곡차곡 쌓여 있없는데 사방은 진회색의 시벤트 벽이다.
창고 한쪽에서 노란 헬랫을 쓴 열 명 남첫한 인부들이 나무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짐차가 박스를 싣고 비틀거리면서 달려가
고 있다.
"난 크링 거를 만나고 나면 곧장 콜롬비아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
페르난도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이달말에 지불해야 할 돈이 많아. 무기도 받아야 하고."
"페르난도, 돈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번에 돈을 받으면 말입니
다"
담배에 불을 붙인 페르난도가 힐끗 매린을 바라보았다
"5억 달러는 큰돈이지. 하지만 나라를 상대로 하는 게임이야. 군대
와 부패한 관리들에게 쏟아못고 나면 그 돈도 금방 없어진다. "
페르난도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오늘 낮에 앨버트의 부하들이 세관을 한바탕 흩고 갔어 놈들이 촉
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증거다. "
"별일은 없었습니다. 이오니아 호에 실었던 물품들의 내역을 확인하
고 갔습니다만 다른 선박들의 물품 내역도 모두 체크했다는군요. 형식
적 인 조사지요."
그리고 이미 물품들은 세관을 빠져나와 있는 것이다. 마약은 모두
TV박스에서 거두어 다섯 개의 가방에 담겨져 있었고 TV는 스들웰이
본래 계약한 대로 중고품 시장으로 실려 나갔다.
이제는 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진 다섯 트렁크만 지키면 된다.
페르난도는 신중한 성격이었다 매린의 장담을 듣고는 얼굴 표정이
굳어겼다.
"일이 끝날 때까지 방심을 하지 마라,매린. 마지막 순간에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
"알겠습니다, 페르난도."
"카를로스는 너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
"너는 나에게도 특별한 사내다. "
"페르난도, 일을 마치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
페르난도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밀리카가 어제 전화했었다. "
"일이 끝나면 휴가를 갖게 해달라고 하더구나. 스페인에 가고 싶다
고 했어."
"우리 집안에 한 명이면 돼,그리고 나는내가 한사람몫은더 한다
고 믿으니까."
"페르난도, 저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야. 네가 날 따라간다면 그애도 널 따를 것이
야. "
"몸 바쳐서 이번 과업을 성공시켰어.밀리카는 제 몫을충분히 해내
었다. 넌 밀리카와 남아서 스페인으로 가든지 프랑스로 가든지 해라.
포상으로 휴가를 주는거다. "
"페르난도."
페르난도는 담배를 버리고는 시멘트 계단 위에 떨어진 중초를 구들
발로 비벼 됐다.
"끝없이 계속되는 전쟁이야.마약이 있는 한 전쟁은 끊이지 않을 것
01다. "
몸을 돌린 페르난도는 뒤쪽의 사무실로 들어졌다. 멍한 얼굴로 서
있던 매린이 뒤를 따랐다. 넓은 사무실에는 컴퓨터가 가동되고 있었다.
여남은 명의 직원들이 입출고를 체크하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
다. 머스키 자재수입 창고의 사무실인 것이다. 앞장서 가던 페르난도가
걸음을 멈추었다.
첫댓글 아무래도 밀항선 타기가 어렵겠구먼 애구 갈수록 태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