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꽃봉오리 피우기 위해
헐레벌덕 달려와 앉자 채 한숨 한번 내쉬기 전에 버스가 출발한다.
오전에 서울 도착 후 광주행표를 미리 준비한 게 오히려 날 달리기 선수로 만들어 버린 것같다. 머릿속에는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고 몸은 축 늘어진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여유가 생겨 창밖을 보니 빗방울이 창문을 마치 내 뺨을 때리듯 내리치고 있다 적막함도 외로움도 모두 견뎌내는 게 내 몫인데
대신 울어주니 정신 차리라고 섧게 가슴저미는 눈물을 대신 흘리고 있었다 .
순간 오늘 만난 김은자 회장님의 경쾌한 은방울 굴러가는 소리가 귓등을 울린듯 하다.
아침 6시 알람이 서슬 퍼렇게 울어댄다.
아~아파! 으~힘들다! 안마기로 몸을 풀며
오늘 이선택은 잘한 것일까?
허리가 안 좋아 하반신이 문제가 있다.
아프다고 연락하고 가지 말까?
그래도 약속인데ㆍㆍ
막막하고 두려워 굼벵이처럼 꼼지락꼼지락거리며 준비하다 보니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걸 어쩌나 맘은 급한데
머릿속은 뒤죽박죽 전쟁을 한다.
저리고 아픈 마비증세 때문에 빨리 걷지도 못한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8시 35분이다.
아뿔싸 이젠 어떻게 늦지 않게 서울을 도착하느냐가 관건이 되어 버렸다.
무슨 생각 따위가 있으랴.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9시 5분 프리미엄이 있었다
급한 마음에 표을 사서
버스에 앉자 1분도 채 안돼 차가 출발한다.
아~내가 정신이 나가긴 나갔구나!
우등을 타야 하는데,
생각 없이 프리미엄을 사다니,
아이고 오늘은 쫓겨 다니기 바쁘겠구나.
창밖에 스쳐가는 푸른 신록을 보니,
또 맘이 착잡하게 널뛰기를 한다.
너는 어찌도 그리 푸르게 보이는지 설레게한다.
한겨울 그 삭풍을 이기고 잘도 뽐내는구나!
난 언제나 너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아들의 짓눌려버린 맘이 조금이라도 녹길 바라는 마음에 자서전을 썼건만 나의 마음 살아온 생활 반도 쓰지 못하고 보기도 아까운 아들의 눈에서 피눈물 내리게 하다 보니 어찌 풀어줄까 못난 엄마의 삶을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궁리 끝에 수필을 써보기로 했다 특수한 직업상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요일이 맞지 않아 아는 지인과 상의했다.
해서 문예춘추 김은자 회장님과 연결이 됐다.
처음 통화 하는데 회장님 연세가 팔십이 넘었단다 곱고 낭랑한 소리가 우리보다 젊은것 같았다.
설마 5월 둘째 주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생활전선에서 포도청 같은 목구멍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책 한 줄 보지 못한 지가 언제던가? 지금 꼭 해야 하나? 아냐 , 지금이 아니면
또 난 후 회 하게 될지 몰라, 과감해보자,
날 달래면서, 약속을 해놓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두려웠다. 가슴이 조여왔다.
잘할 수 있을까?
무섭기도 했다.
못 가르치겠다고 내쳐지지는 않을까?
온갖 상념에 젖어있다 보니,
푸른 신록도 차창밖으로 스치는 건물도,
저 하늘의 구름도
모두 어깨 너머로 지나가고 있었다.
드디어 한양도착,
종로 3 가면 3호선을 타면 되는데,
왜? 5호선 5번 출구까?
으아해하면서 전철역을 가는데,
낮도깨비 같은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몇 번을 주저 않아가며
종로 3가에 도착,
5번 출구를 찾으며,
5호선을 또 타야 하나?
혼선이 왔다.
그래도 강북길은 자신 있었는데,
코배 간다는 한양길에 온 것 같아
쓴웃음이 나왔다.
5번 출구를 나와 송해동상을 찾느라,
뱅뱅 도는데,
회장님이 출구에 나와 있다며 전화가 온다.
옛다 모르겠다.
급한 맘에 교통 아저씨에게
송해동상 어디 있느냐?
물으니 바로뒤에 있지 않느냐며
손가락으로 가르친다
이게 무슨 공원이냐며 실망하기도 전에
회장님과 또한 사람의 수강생이 서있다.
인사를 나누면서 참 곱구나!
느끼 기도 전에
내가 수민 씨 주려고 책을 배낭에 넣어 왔는데 너무 무거워 수민 씨가 젊으니 대신 메면 좋겠네.
네, 회장님 제가 맬게요
길을 따라가면서 걱정이 앞을 선다.
가다 다리가 마비가와 주저앉으면 민망할 텐데.
내 또래 수강생도 다리 수술을 했다며 절룩거리며 따라가는데,
갑자기 비는 왜 오는지 하늘이 얄미웠다.
수강생한테 내 우산을 주면서
난 괜찮다
했더니 그이는 내게 미안해하고,
난 용감한 척 걷는데,
다행히 다리는 마비가 안 와 수업장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땐 내 허리가 얼마나 예쁘고 감사 한지,
키스라도 해주고 싶을 만큼 좋았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회장님은 내게 용기을 주며
괜찮다
다독여주는데도 자신이 없고 슬퍼
눈물이 나올려했으나
애써 태연한 척 듣고 있었다.
회장님의 낭랑한 은방울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어찌 저 체구에 저리도 많은 지식을 가지셨을까?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고
아득했으나 시침 떼고 있는
내 가슴은 후들 후들 떨렸다.
어떻게 첫 수업 을 했는지도 모른 채
시간에 쫓겨 차를 타고 나왔다
못 배운 가슴에 맺힌 한을 풀 수 있을까?
가슴의 활화산은 언제나 진정이 될까?
나의 사랑보석 아들은 언제나 가슴의 슬픔을 털어낼 수 있을까?
난 언제나 하고 싶은 말 글로 원 없이 쓸 수있게될까?
김 회장님의 지식의 반에 반만 이라도 머릿속에 심을 수 있다면 나도 언어의 마법사가 될 수 있으련만 달리는 차창에 기대어 암흑 속 창밖을 보며,
가슴을 때리며 오는 비를 맘껏 안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