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외뿔고래의 삶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2018.02.20
말을 닮았지만 이마에 한 개의 긴 뿔이 나있는 신화 속의 동물 유니콘(unicorn). 바다에는 유니콘을 닮은 실존하는 동물이 있다. 이름 하여 외뿔고래. 외뿔고래는 이름처럼 뿔 하나가 머리 앞으로 돌출되었다.
한자어로는 일각고래라고도 부르며 그 의미는 같다. 뿔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송곳니 한 개가 길게 자라 튀어나온 것이다. 영어로는 외뿔고래를 나월(narwhal)이라고 하는데 의미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 이름이 시체처럼 보이는 고래이니.
나(nar)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말로 시체를 뜻하며, 회색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마치 물에 빠져 익사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월(whal)은 고래(whale)를 뜻한다. 뿔의 용도는 다양하다. 수컷끼리 싸울 때는 무기가 되고, 숨을 쉬기 위해 얼음에 구멍을 뚫을 때는 연장이 된다.
외뿔고래의 신비한 생활
외뿔고래의 생활은 신비에 싸여있다. 접근하기 힘든 북극해에 살기도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곳에서 보내서 우리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로 외뿔고래의 수수께끼 같은 삶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풀리게 되었다.
이 고래들은 바닷가에 높이 솟은 얼음 절벽이 녹으면서 깨져 가끔씩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피오르드에 모여 있기를 좋아한다는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2018년 2월 9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아마도 외뿔고래가 빙하 녹은 물이 침적토가 섞인 채 격렬하게 폭포처럼 바다로 흘러 떨어지는 곳보다는 빙하 녹은 물이 조용히 바다로 흘러 떨어지는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습성은 앞으로 기후 변화 때문에 빙하가 더 많이 녹아 많은 양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을 때, 외뿔고래가 어떻게 살아갈지 판단하는데 도움 될 것이다. 외뿔고래는 북극해의 특이한 환경 조건에 적응해 살아가므로 기후 변화의 좋은 지시자가 된다.
여름에는 녹는 빙하 근처에 모여
연구팀은 외뿔고래가 여름동안 그린란드의 빙하 바로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곳은 해양포유류 뿐만 아니라 바닷새나 물고기도 찾는 장소이다. 그렇지만 외뿔고래가 왜 이곳으로 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총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린란드의 멜빌만(Melville Bay)에서 기록 장치를 부착한 외뿔고래 15마리의 움직임을 추적하였다.
멜빌만은 외뿔고래들이 모여 여름을 나는 곳이다. 외뿔고래들이 어떤 형태의 빙하를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연구팀은 고래의 이동 자료와 같은 기간 동안 빙하의 물리 특성 자료를 분석하였다.
외뿔고래는 빙벽이 깨지거나 많은 양의 담수가 흘러 떨어질 때보다 빙벽의 상태가 조용할 때 천천히 헤엄쳤다. 연구팀은 외뿔고래가 왜 이러한 빙하를 좋아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빙하가 녹은 담수 영향으로 외뿔고래의 먹이인 물고기가 잡아먹는 작은 해양 동물이 충격을 받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바닷물에 사는 물고기는 삼투압 때문에 민물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물고기들이 담수 충격으로 비실거리는 먹이 생물을 먹으러 모여들 테고, 그러면 외뿔고래도 자연스레 먹이가 많은 곳으로 모일 것이다.
외뿔고래는 벨루가라 불리는 흰(돌)고래와 분류학적으로 같은 과에 속하는 종이다. 흰고래는 뱀이 허물을 벗듯이 여름동안 오래된 피부를 벗겨내기 위해 담수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아마도 유사종인 외뿔고래도 비슷한 목적으로 담수를 찾아다닐지 모르겠다.
연구팀은 수중 계류 장비, 음향 장비, 카메라 등을 이용해 연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신화 속에 나오는 유니콘은 아직도 신비에 쌓여있지만, 바다의 유니콘 외뿔고래의 신비는 조만간 벗겨질 것이다. 그러면 지구 환경 변화를 알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을까.
기사 원문 http://www.sciencetimes.co.kr/?p=174104&cat=29&post_type=news

이미지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nimals/mammals/n/narwhal/
첫댓글 어릴땐 정말 뿔인줄 알았어요~~ 근데 이빨이더라구요^^ 수컷들끼리 암컷때문에 싸우다가 상처를 입거나 부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잘라가서 뿔이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뿔이 없으면 싸울수도 없고 그럼 살아남기도 힘들었을텐데.. 넘 슬프고 안타까웠어요..ㅠㅜ
이 뿔때문인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특히 일각고래가 다른 고래에 비해 몸에 상처가 많은거 같더라구요~ 고래는 정말 신기하지만 특히 더 신기한 고래인거 같아요~
네. 고래는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밌는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더 잘 알아야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