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장비점 현황/8개 구.군에 70여 개 점포들 각축전 유명 브랜드 진출로 춘추전국시대 맞아 글·사진 김도훈 기자
대구에 등산장비점이 처음 들어선 것은 60년대 중반 정도로 추정된다. 이동명(58세·영남대산악회OB)씨는 “당시 대구역 근처에 있던 경북산악회 김기문(69세·악우회)씨의 장비점 ‘KTC’가 지역 최초의 등산장비점”이라고 했다. 전문등반 장비를 주로 취급하던 KTC는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아쉽게도 1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된다. 이후 이렇다 할 등산장비점이 없던 대구 지역에 70년대 초반부터 다시 하나둘 씩 전문장비점이 들어서게 되는데 그 장소가 교동시장이었다. 대구 교동시장에서 만물상회를 운영해오면서 군용물품들을 판매하던 이창기씨가 1971년 3월 ‘제일등산사’를 열었다. 이름 그대로 교동시장 내 입점한 등산장비점 1호였다. 이어 대구산악사·국제산악·만보등산 등이 들어서게 되는데 이들 네 업체가 대구 지역 초창기를 대표하는 장비점들이다. 이렇게 문을 열기 시작한 장비점들이 70년대 후반까지 10여 개 이상 생겨서 시장 안에 하나의 거리를 형성했으며, 교동시장은 대구 지역 등산장비점의 메카로 90년대 중반까지 20여 년 이상 지역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7,80년대 교동시장이 있던 시내 중심상권을 벗어난 곳에도 등산장비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동시장의 기세에 밀리기는 했지만 몇몇 장비점들이 외곽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거봉산악과 대한산악이다. 이들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매장 확장을 통해 대대적으로 손님맞이에 나섰다. 한정된 시장 공간 안에 둥지를 튼 장비점들이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거봉산악과 대한산악은 넓은 매장에 다양한 제품들을 두루 갖추어 소비자들 스스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했다. 이로써 대구를 비롯한 경상북도 지역에 ‘장비점의 대형화’라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류에 맞춰 교동시장 내에 있던 ‘제일등산사’는 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제일레포츠’라는 이름으로 시장 옆 대로변에 대형 매장을 갖춘 분점을 개점했다. 지역 개인장비점으로는 최초의 시도였으며, 백화점 매장 같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어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90년대 중반 등산장비업계의 호황이 계속되자 90년대 후반까지 신규 장비점들이 계속 늘어났다. 이 시기 가장 주목할 것은 시내 중심 상권을 벗어난 곳에도 장비점이 많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베이스캠프’를 비롯해 대형 매장과 주차장을 갖춘 장비점들이 대구 전역에 속속 등장했다. 또 이마트, 홈플러스, 까루프 등 대형유통점에도 주요 등산 브랜드들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2001년 ‘거봉산악’은 지역 최초로 ‘마운틴 119’라는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대구에는 베이스캠프, 탑마운틴 등 현재 3개의 장비점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거봉산악의 차영우 부장은 “쇼핑몰을 오픈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판매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면서 “하지만 요즘 동네 곳곳에 장비점들이 생겨나면서 온라인 판매는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0여 개가 넘던 교동시장 내 장비점들은 90년대 후반 장비점이 대형화되고 숫자가 늘어나면서 쇠퇴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제일등산사·국제산악·대구산악사·OK산악·시민산악 등 다섯 업체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대구의 7개 구·1개 군에 총 70여 개의 장비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변두리 지역의 작은 장비점까지 포함한다면 8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반적으로 지역적인 고른 분포를 보이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중심 상권이며 교동시장이 있는 중구에 장비점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동구는 3개에 불과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서울의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보면 등산로 입구에 장비점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반해 팔공산 등산로 입구는 물론 팔공산이 위치한 동구 전역을 통틀어 장비점이 3곳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일레포츠 김연희 대표는 “팔공산은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 등산로가 워낙 여러 개라 등산로 입구에 장비점이 자리 잡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대구시민들이 새벽 운동을 위해 많이 찾는 앞산(대덕산·658m) 입구에는 작년 아름다운산행 앞산점 개점을 시작으로 에델바이스 남구점과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2곳을 포함해 현재 4개의 장비점이 들어서 있다. 현재 대구의 등산장비점들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그간 개인장비점들과 백화점 등에 입점한 브랜드 직영매장으로 양분되던 대구 등산업계의 양상이 국내 유명 브랜드들의 대리점 진출로 더욱 다양화되었다. 이전에도 에코로바, 코오롱스포츠 등의 대리점들이 있었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국내 유명 브랜드 대리점들이 대구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하여 현재 에델바이스, 레드페이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K2 등의 직영점이나 대리점 수가 50여 개나 된다. 대한산악 대표 정영수씨는 “주 5일제의 본격적인 시행과 등산인구의 증가 등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는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대구의 등산장비점들은 현재 거의 포화 상태에 가깝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장비점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에는 30년 가까이 운영되어 오던 대형 등산장비점 한군데도 부도로 문을 닫으면서 현재 대구 등산장비점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