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입술을 뜯다>
사랑을 할 때 나는 뜯지 않았다
꿈에도 석류알처럼 군침을 머금었으니
사랑에 기다릴께 언약은 마른침처럼 얇아져
다물 때마다 가물어지는 오뉴월의
고백과
터지자마자 갈라지는 자정의 췌사
그러나
손가락은 망설임의 말꼬리에 골몰했다
손가락의 골몰은 피를 보고서야
그쳤다
엄지와 검지 끝으로 말없음표를
뜯는다
끝에 끝을 만질 때마다 뜯기는
기약들
어떤 이별을 완성하려 손을 댓을까
피를 감싼 내연한 영혼의 맨살갗을
<2.밀물>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 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작가 소개)정끝별:1964.전남 나주 출생.시인.대학교수.1988>문학사상> 신인상에 시<칼레의 바다>
1994<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서늘한 패로디스트의 절망과 모색>이 당선 되어 등단.시집(자작나무 내 인생)(흰책)(삼천갑자 봇사빛)(와락)을 간행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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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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