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41216. 말과 수화와 글
민구식
뉴스를 보면서 손으로 말하는 분을 봅니다. 저는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듣는 말과 보는 손짓이 동일하다는 것을 유추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말하는 이가 얼마나 진지한 지 깨닫게 됩니다.
사실 말이라는 것은 전달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 표현에 따라 다른 의미로 들리고, 때론 오해를 만들기도 하지요.
일본어는 어휘가 많지 않아서 잘 못 알아 들을 확률이 많기에 듣는 사람이 상대의 입을 잘 보고 있어야 하며 수시로 당신이 말하는 의미를 잘 알아들었다는 리액션을 해 주어야 하기에 하이~! 하고 대답을 해 줍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어휘가 충분하여 듣기만 하여도 그 의미가 정확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마주보지 않아도 잘 알아 듣지요. 그래도 말은 마음의 표현에 한계가 있습니다. 동기부터 결과까지 다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말은 오해, 판단, 곡해, 의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내재되어 있지요.
반면 글, 문자는 어떨까요? 글 역시 비슷합니다. 같은 말도 다르게 이해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글이 말보다 진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조합하고 함축하고 펼치고 엮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듭니다.
작가가 자신의 사유와 경험을 빌어 글로 표현하면 독자는 모두가 자신의 기억을 소환하여 환생시켜 자신의 이미지와 공유하지요. 그런 상관물을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공유 메타포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자신의 세계와 독자의 세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글과 시를 씁니다.
그러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시를 쓰면 유아틱 하다고 하고, 좀 어렵게 비틀어 변용하여 쓰면 난해하다고 합니다. 좋은 시는 쉽게 쓰면서 공감력이 큰 것이어야 좋은 것이고 잘 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번 도전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