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불법행위” 2000여건 신고… 900여명 수사 착수
[건설노조 압수수색] 양대노총 사무실 등 34곳 압수수색
타워크레인 기사 44명 월례비 38억… ‘노조전임비 강요’도 567건 신고 접수
“건설사 신고 기피” 실제 피해 더 클 듯
민노총 노조원-경찰, 압수수색 과정서 몸싸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노총 서울경기북부지부 압수수색 현장에서 진입하려는 경찰과 막으려는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를 포함해 건설 분야 노조 사무실 등 3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뉴시스
“다쳐! 다쳐! 막지 마세요!”(경찰 관계자)
“밀지 마! 나가라고!”(노조 측)
19일 오전 9시 10분경.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 수십 명이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노조 관계자들은 출입문을 몸으로 막았고,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온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사무실 앞이 혼잡해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2명만 사무실로 들어오라”며 30분 가까이 경찰과 대치했고, 결국 경찰 10명만 참여하기로 하면서 오전 9시 40분에야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경찰은 이 사무실에서 강요 및 공갈 혐의를 받는 전·현직 건설노조 관계자 4명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양대 건설노조 사무실 등 34곳 압수수색
이날 경찰은 민노총 건설노조 산하 사무실 5곳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산노조) 사무실 3곳 등 총 34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 중 건산노조는 한국노총 산하였지만 지난해 7월 위원장 횡령 사건으로 제명됐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혐의는 제명 전 한국노총 산하에서 벌어졌던 사안”이라고 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 피의자는 약 20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2020∼2022년 건설 업체를 상대로 자사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 강요 및 공갈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건설현장 앞에서 소음이 큰 집회를 열거나 안전의무 위반 사항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압수한 1만7000여 점에 이르는 압수물 분석이 진행되는 대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건설현장 불법 행위 특별단속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까지 186건, 929명을 수사해 23명을 송치했다. 특별단속은 6월까지 이뤄지는 데다 국토교통부 등의 수사 의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사 대상은 10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 2000건 넘는 불법행위 신고 접수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2개 기관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국 1494개 현장에서 총 2070건의 불법 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건설사들이 노조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과 별도로 일종의 상납금인 ‘월례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사례가 1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A 건설사의 경우 2019년 1월∼2022년 11월 타워크레인 기사 44명에게 697회에 걸쳐 월례비 등으로 총 38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비를 강요당한 사례도 567건 접수됐다.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 밖에 △장비 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 거부 40건 순이었다.
입금 내역 등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한 118개 업체는 업체당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최근 3년 동안 이들의 피해를 합친 금액은 약 1686억 원이었다. 일부 현장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4개월 동안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불법 행위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발주처인 경우 공공기관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나 형사 고발 등 민형사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불법 행위로 인해 공사가 지연될 경우 영세한 하도급 업체에는 공기를 연장해주고,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혜진 기자, 최미송 기자, 최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