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이민호 상하이 무역관장에게 듣는다
한국상품 인기 높고, 중소기업들의 진출열기 뜨겁다
잘나가는 기업 몇 안돼-서비스업 진출노력 강화해야
“착시현상이 존재한다. 일본, 미국, 유럽에 비하면 우리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있어서는 완전 초보나 다름없다.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한류를 등에 업고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휴대폰 등 한국상품이 중국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한 KOTRA 이민호 상해무역관장의 가감없는 현실 진단이다.
중국 진출기업의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임가공형 노동집약형 기업들의 1차 중국 진출은 대부분이 실패로 일단락됐다. 지금은 전자, 자동차 등 대기업을 따라 중국으로 나간 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국영에서 민영으로 시장구조가 변하고 있다.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은 치열해 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비스와 온라인시장 등 내수시장 진출 노력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KOTRA 상해무역관은 요즘 우리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고, 길잡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서 KOTRA 이민호 무역관장을 만나 최근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현황 및 무역현안과 과제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한국제품에 대한 중국의 열기가 뜨겁다.
기계부품과 소재를 전문으로 하는 중국의 B2B 온라인 전문회사는 올 하반기에 B2C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B2B 온라인 거래분야에서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회사다. 이 회사는 새로 개설할 B2C 쇼핑몰에 한국상품을 대거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6~7월 경에 한국에서 한국제품 입점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10명이 넘는 품목별 구매 담당자들이 직접 서울에 가서 입점을 희망하는 우리 중소기업들과 상담을 할 예정이다. 상해 무역관은 이 업체로부터 구매 희망품목을 전달받아 상담업체를 주선해 줄 것이다.
이 업체는 다른 온라인 쇼핑업체들과 달리 자기 비용으로 확정된 상품을 직접 수입해 판매하겠다고 한다. 이 경우 우리 업체들의 리스크와 비용이 줄어든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한국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시안과 강소성에 있는 한 도시에서도 한국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가와 백화점을 짓겠다며 무역관에 입점업체들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 B2C 온라인쇼핑몰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알리바바의 B2C 전자상거래사이트의 연간 매출액은 각 1조 위안을 넘어서고 있다. 아마존과 이베이의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현재 중국시장 전체 소매 매출액에서 온라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선이다. 오는 2020년도에는 그 비중이 14%로 2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온라인 소매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에서 온라인 소매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2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는 집중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시장이 광대하기 때문에 전국에 매장이 3000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가 미미하다. 하지만 온라인의 경우는 한 번 성공하면 브랜드가 단시간에 자리 잡을 뿐만아니라 매출 또한 크게 늘어난다.
두 번째는 판매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사시사철 행사를 치른다. 납품업체들은 행사 때마다 각종 협찬 요청을 들어줘야 한다. 의류제품을 보면 수수료도 백화점의 경우는 34%에 달하는데 온라인 쇼핑몰은 20% 초반대다.
이 두가지 요인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매출액 증가 속도도 훨씬 빠르다.
- 중국 온라인 판매에서 잘나가는 한국 상품은.
바나나 우유, 라네즈, 락액락, 휴롬과 NUC의 원액기, 아기띠, 수유팩, B&B 유아전용 의류세척제 등이 온라인에서 잘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름없는 동대문의 의류 제품들도 온라인을 통해서 잘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왜 한국제품은 대부분이 중저가 밖에 없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가 브랜드가 적은 게 현실이다. 저가, 중가, 고가 등 다양한 제품의 발굴과 판매가 절실하다.
-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상황은.
이랜드 계열의 ‘세븐 투 세븐’ 등 아동복 브랜드가 가장 잘 나간다. 남성과 여성복은 줄어들고 아동복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아동복은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파이가 될 것이다.
중국 어린이들은 집에서 스웨터를 많이 입는다. 우리와 다르다. 현지화할 수 있는 몸집을 키우고 시장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 한국 화장품업체들의 중국 진출 동향은.
현재 상해에는 ‘더 페이스 샵', '설화수’, ‘라네즈’ 화장품 브랜드가 샵을 개설해 성업중이다. 최근에는 신참 브랜드의 중국 진출 움직임이 활발하다. 상해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에는 26개 중소 수출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6개사가 화장품업체다. 그 중에는 ‘이지함’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다.
달팽이 크림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야’라는 브랜드는 중국에서부터 선보여 온라인 등으로 두드러진 판매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 때 한국에서 제법 알려졌던 브랜드인 ‘이노센스’도 최근 중국 진출을 추진중이다.
- 상해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업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떡복이와 커피숍 정도가 꼽힌다. 이랜드도 성공 진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브랜드가 40개 정도로 너무 많긴 하지만 유통력을 발판으로 순항하고 있다.
- 대부분 우리기업들이 중국에서 잘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나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업체는 휴롬, 쿠쿠, 락앤락,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불과하다.
글로벌 500대 기업중에서 4백 몇십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시장으로 중국을 보고 진출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착시현상이 존재한다. 일본, 미국, 유럽에 비하면 우리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있어서는 완전 초보나 다름없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중국진출 기업들의 현재 여건은.
노동집약적 임가공 제조업의 초기 진출에서 우리 기업들은 기대했던 것 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금은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06년도 이후부터 중국은 자국산업의 고도화와 국산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이 결과, 중국의 수입 가공무역 비중은 2006년 40.6%에서 2013년 25%선까지 낮아졌다.
이는 우리의 대중국 무역에서 자본재와 원부자재 교역의 리스크 증가를 의미한다. 아울러 동반진출 협력업체들의 경우 중국의 국산화로 인한 사업기반의 약화 현상을 가져오고 있다. 임가공 무역기반으로 진출한 제조업체들은 몇 년 이상 버틸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할 것 없이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 대안은 무엇인가.
중국은 지금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국영에서 민영으로 시장구조가 변하고 있다.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은 치열해 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비스와 온라인시장 등 내수시장 진출 노력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진출기업들은 이미 비용을 치뤘다. 이제부터는 중국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인건비와 비용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잘 버텨서 생존만 한다면 기회가 올 수 있다. 낙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나친 비관도 할 필요가 없다.
- 지난해 한국이 중국의 제1 수입국가로 부상했다.
호의적인 여건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의 WTO 가입이후 2002년부터 대만의 천수이볜 총통이 독립을 주장했다. 양안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만이 가져갈 몫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일본이 압도적이었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가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이같은 반사이익과 중국의 WTO가입, 그리고 고성장이 한국무역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 최근 우리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부진하다.
관계가 악화돼 있지만 일본의 대중국 투자는 여러 방면에서 우리를 한참 앞서가고 있다. 대만도 양안관계가 해빙 무드로 들어서면서 부동산 개발, 호텔, 유통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임가공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 동반진출로 이어지는 투자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우리 기업의 중국투자가 둔화되고 있다.
- 성공적인 사례는.
동방CJ를 들 수 있다. CJ홈쇼핑은 2004년도에 460만달러를 투자해 소수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동방CJ는 현재 중국 TV홈쇼핑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6000만달러를 회수하고 현재 16%의 지분을 갖고 있다. CJ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시장가치는 1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의 대주주는 소유권만 갖고 있을 뿐 일체의 경영은 CJ에게 맡기고 있다.
-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나친 독식주의다. 우리는 산동성 등 투자진출 초기부터 중국 파트너에서 리스크를 전가하고 경영권을 독식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만과 중국, 일본의 기업경영 문화는 협업이다. 리스크를 쉐어링하는 것이다.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대만과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 중국의 상대적인 강점은.
기업경영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앞선 점이 있다. 중국은 역량과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가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다. 연공서열은 이미 타파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우리를 앞선다.
- 중국경제의 미래와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나.
긍정적으로 본다. 중국은 최고 지도자 선출방식이 세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말단에서 시작해 중앙에 진출한 후 다단계로 역량을 검증 받은 후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다.
개혁·개방이후 지금까지 중국은 이런 방식으로 선출된 최고 지도자들이 성장을 이끌어 왔다. 사회과학분야의 기초도 아주 튼튼하다.
세계 무역1위 국가로 도약한 지금부터는 민간이 시장을 이끌고 시스템이 성장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변화가 될 것이다. 게다가 상해자유무역지구로 상징되는 본격적인 개방의 물꼬가 터지면 중국시장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시장으로 지속 발전하게 될 것이다.
- 상해무역관의 주력 사업은.
자동차부품업체들과 글로벌 자동차회사를 연결시켜주는 글로벌파트너링 사업을 전개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상하이GM에 이어 볼보, 지린 등 상하이 인근의 자동차회사들과 우리나라 자동차부품회사들과의 상담회를 추진하고 있다.
영화, 애니메이션, 문화콘텐츠, 게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서비스산업 분야의 한중간 비즈니스 매칭서비스도 추진중이다. ‘차이나 서비스마켓 빅뱅(China Service Market Bigbang)'이란 이름으로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 우리기업의 중국 서비스산업 진출 및 교역 활성화를 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