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CSIS “韓에 전술핵 재배치 사전 논의 착수해야”
‘對北 확장억제 권고’ 보고서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와 정보기관 전직 고위 관료 14명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기 위한 사전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전달했다.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는 만큼 북한이 계속 도발 수위를 높이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반도위원회는 18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북한 정책과 확장억제에 대한 권고’를 발표했다. 한반도위원회는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존 햄리 CSIS 소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미국 저(低)위력 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예비결정적(pre-decisional) 기초 작업을 준비할 것”을 권고했다. 기초 작업에는 전술핵 재배치에 필요한 핵무기 저장고 후보지 파악 및 시설 준비와 핵무기 관련 보안 훈련, 주한미군 F-16 또는 F-35 전투기의 핵 탑재 인증 절차 등에 대한 도상(圖上)계획 연습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는 핵 비확산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 북한에 새로운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할지 결정하기에 앞서 재배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 보유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면서 “실제 (재배치) 단계는 다른 모든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시행한 뒤에도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일 때에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권고안은 바이든 행정부에도 사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美싱크탱크 ‘한국 核재배치’ 첫 공개 거론… “北에 새로운 압박”
美CSIS 보고서 제안
“서울 구하려 워싱턴 위험도 감수
한반도에 확실한 核의지 보여야
저장시설-탑재 등 도상연습 필요
NATO같은 핵협의체 검토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반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 보유에 대한 지지는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며 “이는 확장억제력 단점을 방지하는 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장억제가 효과가 있으려면 미국이 서울이나 도쿄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이나 뉴욕이 위험하더라도 (핵을)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믿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北 압박 위해 전술핵 재배치 사전 준비”
CSIS 한반도위원회는 “미국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한 도상(圖上)계획 연습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에 핵무기 재배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결정에 앞서 준비해야 할 작업을 제기하는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도상계획으로는 전술핵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 후보지와 최소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저장시설 건설 과정에 대한 검토, 핵무기 안전과 보안을 위한 한미 공동훈련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한반도에 배치 가능한 저위력 핵무기로 해상발사핵순항미사일(SLCM)과 북한 지도부가 있는 지하벙커를 섬멸할 수 있는 B61 중력 전술핵폭탄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기도 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국방수권법(NDAA)에서 미 국방부에 SLCM을 포함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다만 보고서는 실제 재배치는 다른 모든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시행했음에도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지 못했을 때에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으로써 “핵 비확산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 동맹에 (확장억제를) 약속하고 북한에 새로운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실질적인 핵 공유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제안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 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핵 공동기획 협의체’를 만들어 한미 또는 한미일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NPG는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참여해 유사시 핵무기 운용과 핵전략을 결정하는 기구다.
한미일 3국 협력 확대를 통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북한 주요 시설을 폭격하는 ‘블루 라이트닝’ 훈련과 유사한 방식으로 한미일이 전략자산 운용을 조율하자는 내용이다. 또 한미일이 참여하는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을 재개하고, 정보 공유와 3자 훈련 정례화로 군사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 “사드 추가 배치… 中 위협 공동대응” 권고
보고서에는 재래식 전력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도 담겼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북한 장사정포 공격을 차단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군 잠수함과 전략폭격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한국이 핵무기 운반 가능 전투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 투자에 나서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미국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전직 행정부 관료들을 주축으로 미국 싱크탱크가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 등을 담은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공개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 관계 소식통은 이 보고서가 바이든 행정부에도 사전 보고됐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핵 자강론에 선을 긋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도 이 같은 옵션에 대해 청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CSIS는 미국의 대일(對日) 정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모델로 보고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반도위원회에는 존 햄리 CSIS 소장, 조지프 나이 교수를 비롯해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발표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빅터 차 전 NSC 국장 등이 참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