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에 교회의 소규모 모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교회가 매스컴의 전면을 장식할 때 참으로 답답했다. 그런 모임을 갖는 교인들의 신앙적 열정은 이해하지만,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는 때에 일부 교회에서는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회원들도 모임을 가졌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고, CCC 출신인 나는 그들까지 분별없는 행동을 했다는 데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CCC 본부에서 즉시 소속 회원들의 모임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에 대해서 자기들의 실수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들은 “국민 보건과 안전 그리고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다짐했는데, 그들의 발표문에서는 진심이 느껴졌다. 이러한 신앙단체가 있는 한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친구 중에는 주일마다 고맙게도(?) 기도문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는 지난번 총선은 온통 부정선거였는데 매스컴에서조차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가 경제 파탄을 불러왔다고 말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도하자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는 5, 18 만행은 북한군이 내려와서 자행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객관성이 없어 보이는 그런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더욱이 그가 그 일을 놓고 기도하자고 말할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하나님이 그런 기도를 받아주실까?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교인이 그 친구 하나뿐이 아니고 내 주변에 상당히 많으니 이것은 어찌 된 일인가? 그들에게는 시대를 분별하는 지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지난 12일 교회협(NCCK)에서 신학 위원회 주최로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포럼을 열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한국교회가 분단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 포럼에서 최형묵 목사는 “타자(타인)를 정죄함으로써 스스로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고질적인 병폐가 한국교회 안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그 병폐를 고칠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지도자들이 있으니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다.
일전에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은 문재인 정부와 매스컴이 협력하여 과장한 그리고 조작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는 칼럼을 읽고 몹시 안타까웠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를 펜더믹(pandemic)으로, 즉 세계적 유행병으로 규정한 지금, 그는 그 병이 마치 한국에 국한된 것인 양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온 세계가 코로나19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단 말인가? 그의 눈에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서 헌신하는 의료진들을 비롯한 온 국민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이 사람의 태도가 위에서 언급한 내 친구의 것과 비슷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사람은 우리가 지금 직접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까지도 그 모든 책임을 정권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인도 이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현실정치에 관심을 갸져야 하지만, 우리가 분별력을 읽고 사실을 왜곡할 정도로 한 진영의 논리에 깊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정치인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무분별한 사람의 말에 누가 귀 기울이겠는가?
하나님의 뜻과 나라를 구하는 기독교인은 좀 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그가 이 칼럼에 ‘시국기도문’이라는 제목을 달고 하나님을 연신 부르면서 코로나19를 과장해서 온 나라를 뒤흔드는 “이 거짓된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해 달라”는 말로 그의 기도문을 시작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에 국한된 문제란 말인가? 그런 분별없는 사람의 넉두리에 하나님이 귀 기울이실까?
독자들 가운데에는 그 글을 쓴 기자를 분별없는 사람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그의 생각은 차이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코로나19의 전염성을 과장하고 심지어 조작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그 역병이 펜더믹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분명히 틀렸다. 그의 전제가 오류이기 때문에 그 전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개도 그리고 결론도 오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고 내가 많이 놀랐는데, 여러 사람이 그 글이 좋다고 추천했을 뿐 아니라 그 글을 지지하는 댓글에 찬동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 교인들 가운데에 코로나19가 팬더믹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이토록 많단 말인가? 그들은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가? 이것은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아주 심각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 코로나19의 퇴치를 위해서 헌신하는 의료진과 협력하는 교회들 그리고 그 일을 위해서 힘을 모으는 국민이 있다. 그들 덕택에 지금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처럼 지혜로운 국민과 교인들이 있으니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 세상을 지으시고 우주를 운용하시는 하나님은 지혜의 근원이시다. 욥은 지혜가 하나님에게서 온다고 고백하면서, “주를 경외함이 지혜”(욥 28:29)라고 말했다. 따라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하나님의 뜻과 나라를 구하는 자는 지혜로울 수 있고 지혜로워야 한다.
잠언에서는 시종 지혜로운 자와 우매한 자를 비교하면서 하나님을 믿는 자는 모름지기 지혜로워야 한다고 지혜를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전도서 9장과 10장에서도 반복된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모두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뱀 같이 지혜로워서 시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솔로몬처럼 하나님께 지혜를 구해야 한다. 그러면 지혜의 근원이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지혜를 주실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여전히 지혜롭지 못한 교인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최재석
첫댓글 어디서든지 이상한 논리, 상식적이지 못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그 이면엔 건전하지 못한 신앙관이 자리잡아 있는것이 보이기도 하고
안타깝죠......
이렇게 바르지 못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우리 교회에 많다는 것이......어떻게 그렇게도 현실을 바르게 볼 줄 모를까?
왜곡된 현실 인식으로 가득한 한국교회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