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황진이
청산리(靑山里) 벽계수(碧溪水)야 수이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어떠리
♣어구풀이
-청산리(靑山里) : 푸른 산
-벽계수(碧溪水) : 산골짜기에 흘러내리는 푸른 냇물
-수이 : 쉽게, 빨리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 한 번 푸른 바다에 다다르면
-명월(明月) : 밝은 달
-만공산(滿空山) : 밝은 달빛이 아무도 없는 산에 가득하게 비침
♣해설
-초장 : 푸른 산 속에 흐르고 있는 푸른 시냇물아! 쉽게 흘러간다고 자랑마라
-중장 : 한 번 흐르고 흘러서 넓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 다음이면 다시 이곳에
오기란 어려운 것이다.
-종장 : 밝은 달빛이 아무도 없는 산에 가득하게 비쳤으니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감상
이 시조는 송도(松都)를 찾아갔던 벽계수(碧溪守)라는 어느 왕손(王孫)을 애인으로
섬기고자 자신을 명월(明月)에 비유하여 부른 노래라고 한다.
당시 이조 종실(宗室)인 벽계수란 사람이 자기은 다른 사람들처럼 황진이를 보아도
침혹(沈惑)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소리를 듣고 사람을 시켜 그를 유인하여
개성 구경을 오게 하여 달 밝은 밤 만월대(滿月臺)에서 이 시조를 읊어 벽계수로 하여금
도취케 만들어 타고 온 나귀에서 떨어지게 하였다고 하는 고사가 전한다.
‘청산’은 변함없는 영원한 자연을 나타내고 ‘벽계’는 쉬지 않고 변해가는 유한한 인생
을 비유한 것으로, 한 번 늙으면 젊음은 다시 돌아 오지 않는 것이니 마음껏 즐겨보자
는 것이다 여기에서 ‘벽계수’는 푸른 시냇물인 동시에 인명(人名)을, ‘명월’은 밝은 달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표현한 중의법(重義法)을 사용한 것이다.
♣작가소개
황진이(黃眞伊, 생몰 연대 미상):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 출신으로 조선 중종 때의 명기(名妓), 어릴 때 사서 삼경을 읽고
시·서·음률에 모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했다.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자처했으며, 시조 6수가 전한다. 그의 시조 작품
은 뛰어난 기교와 우리말을 쉽고도 곱게 다룬 독특한 솜씨로 이름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