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개오를 찾아오신 예수님
누가복음 19:1~10
찬송가 295장(큰 죄에 빠진 나를)
예수님께서 유월절 명절을 맞아 여리고를 거쳐 가는 예루살렘으로 향한 마지막 여행을 하실 때입니다. 이곳에 지나가실 때에 예수님을 향한 인기가 참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이미 삼년 반 동안 요단 강변에서 세례를 주셨고 갈릴리 지역에서 수많은 집회를 하며 전도하셨고 유다 지역과 이방 지역 데가볼리까지에서도 소문이 났으며 유다 지역과 사마리아 지역에서 그의 명성이 드높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도 예수님은 여리고 가까운 요단 강의 건너편 지역에서 몇 달 머물면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병을 고치셨으며 그러는 중간에 최근에 유다 땅 베다니 마을에 가셔서 마르다와 마리아의 오빠 나사로가 죽어 무덤에 놓인 지 나흘이나 되었는데, 그를 살리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소문이 널리 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려고 요단강 사역지에서 나루턱을 지나 여리고 성으로 올라오셨을 때에는 여리고 성 사람들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당시 유월절 명절인지라 여리고 성에는 저 멀리 갈릴리나 사마리아 인근 지역에 사는 유대인들이나 이방 지역인 데가볼리나 시리아 지역에 사는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순례 길에 나섰을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여리고 성입니다. 그래서 그 때 여리고의 거리와 여관마다 순례자들로 가득찼습니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 여리고 성에 도착하셨던 때가 오후 나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찬 중에 예수님이 거리를 지나가신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가득찬 그 거리에는 더더욱 예수님을 보려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와서 일대 혼잡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여리고 성에 사는 삭개오 역시 예수님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삭개오는 여리고 성에 있는 세무소장이었습니다. 로마가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면서 유대인들로부터 세금을 거두기 위하여 두 군데에 세무소를 두었습니다. 세무서 하나는 갈릴리의 가버나움에 있었고 또 하나는 여리고에 있었습니다. 세무서의 직원들은 유대인들이었는데 그들을 세리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세리들은 유대인들에게 경멸의 대상이었습니다. 세리들은 동족 유대인들의 세금을 받아 내어 로마 제국에 갖다 바치되 일정 금액만 갖다 바치면 그 나머지는 자기들 마음대로 거두어 자기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세리들은 식민지배를 당하는 유대인들로서는 민족 배반자요 그들의 세금을 과도하게 빼앗아 자기 배를 채우는 악덕 관리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볼 때에 세리들은 당시 창기들과 함께 지옥에 떨어져야 할 대표적인 죄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리고 세무서의 세리장 곧 세무서장 삭개오는 늘 마음이 외롭고 눌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면 뱀을 보듯이 쳐다보며 침을 땅바닥에 뱉으면서 욕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에 갈등과 외로움과 마음의 고통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예수님에 대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삭개오 마음 속에 무엇인가 한 줄기 희망과 위로의 빛이 비추곤 하였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택한 열두 사도들 중에 가버나움 세무서의 직원 마태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리들과 창기들과도 기꺼이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멸시하지 않고 말씀을 듣도록 허락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삭개오는 예수님을 뵙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예수님께서 여리고 성에 지나가신다는 말을 전해 듣자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삭개오가 거리에 달려나왔는데,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여리고 성 사람들과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순례자들로 혼잡했습니다. 그리고 거리 한쪽에서 예수님께서 가까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삭개오가 달려가보니, 이미 사람들이 빽빽이 에워싸고 함께 걸으니 예수님의 얼굴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삭개오는 키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혼자 제자리 뛰기를 해도 예수님을 보기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자 삭개오는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이 가는 쪽 방향에 키가 큰 돌 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가면 지나가는 예수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삭개오는 당시 나이가 제법 들었고 여리고 성에서 세무소장으로서 얼굴이 알려진 마당인데 자기가 나무에 오른 것을 누가 보면, 분명히 비웃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삭개오는 결심을 하고 돌무화과나무를 향하여 내리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손에 힘을 주고 다리에 힘을 주어 나무를 기어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당시 잎사귀가 무성해질 시기였던 무화과나무의 잎사귀들을 헤쳐서 다가오는 예수님을 주시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예상했던 바대로 무리가 점점 나무 있는 쪽으로 가까이 오자 드디어 무리에게 에워싸여서 오시는 사람들 중에 예수님의 복스러운 얼굴을 보였습니다. 삭개오는 얼굴을 잎사귀 사이로 내밀고 아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그 동안 늘 궁금하며 보고 싶었던 예수님의 얼굴을 마음껏 쳐다보면서 큰 행복감을 맛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무 밑을 그냥 지나가실 것으로 여겼던 예수님께서 갑자기 나무 밑에서 멈춰서셨습니다. 자연히 함께 가던 사람들도 멈춰섰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나무 위를 쳐다 보셨습니다. 그래서 잎사귀 사이로 아래를 쳐다 보던 삭개오와 딱 눈이 마주쳤습니다. 사람들도 예수님이 쳐다 보는 무화과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나무 위에 뜻밖에도 욕심쟁이라고 소문난 세리장 삭개오가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것을 보면서 삭개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뜨뜻해져 왔을 것입니다. 재빨리 나무에서 내려와 군중들 틈에 숨어 도망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기를 쳐다보던 예수님께서 환한 얼굴로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삭개오는 예수님께서 자기 이름을 불러 주는 것으로 인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이름을 아실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그 입술로 자기 이름을 불러주셨고, 또 자기 집에서 하룻밤을 주무시겠다고 하시는 말씀을 여리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하실 줄이야 상상조차 못한 일입니다. 삭개오는 너무 놀랐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는 정신없이 나무에서 재빨리 나무 둥치를 손으로 붙들고 주르르 내려와서 기뻐서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영접해 모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제자들과 여 제자들 전부를 자기의 큰 집에 모시고 동료 세리들까지 초대하여 예수님을 위하여 저녁 상을 거나하게 차렸습니다. 그러나 여리고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그 소문난 죄인의 집에서 들어가 하룻밤을 머문다는 말을 듣고서는 수군거리면서 예수님을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여리고의 세리장 삭개오의 저녁 식사 후에 삭개오는 그 집에 모인 모든 사람들 앞에 일어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돈의 노예가 되어 동족도 없고 하나님도 모른다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던 삭개오는 그 날 밤 예수님 앞에서 폭탄 선언을 한 것입니다. 그의 재산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내놓을 것이며 그 동안 혹시라도 남의 것을 착복한 것이 있다면 율법의 규정대로 네 배로 갚아서 자기 죄를 씻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입니다.
그 고백을 들으신 예수님은 그의 결단을 기꺼이 받으시고 이렇게 축복의 선언을 하셨습니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그렇습니다. 삭개오의 구원 사건은 하나님께서 친히 자기 백성을 먼저 찾아오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삭개오의 이름을 먼저 부르셨고 그의 집에 하룻밤 주무시겠다고 먼저 제안하시고 그를 한 인간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은혜의 얼굴로 환하게 비춰주셨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돈의 노예로, 민족의 반역자로,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질 자로 정죄했으나, 예수님께서 그런 사람들과 달리 삭개오에게 먼저 다가가셨기에 삭개오가 이렇게 용기를 내고 회개의 결단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삭개오의 구원 사건은 하나님께서 먼저 죄인을 찾아오셔서 그를 구원하셨다는 가장 단적인 실례입니다. 그것도 여리고 성에서 가장 죄인으로 소문난 삭개오의 이름을 알아주시고 여리고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시는 은총을 주셨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구원도 그러합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죄인 중에 괴수로서 지옥에 떨어질 우리를 주님께서 먼저 찾아오셨습니다. 우리 이름을 불러주셨으며, 죄를 꾸짖기보다 먼저 은혜의 빛을 우리 삶에 비춰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결단하고 주님을 따르며 삶의 변화의 열매를 맺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오셔서 구원해주시려 이 세상에 오셨고 그렇게 우리 각 사람을 찾아와 구원해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찾아와 주셔서 우리를 죄와 영벌에서 건져주신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 구주 예수님께 한없는 찬양과 감사를 드립시다. 또한 그 어떤 죄인일지라도 정죄하기보다 그 영혼을 불쌍히 여기신 주님의 마음을 품고 우리도 그를 불쌍히 여기고 주님께 인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