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02 --- 그림자는 항상 검은 망토 한 벌뿐이다
그림자란 물체가 빛을 가리어 물체의 뒤에 나타나는 검은 형상을 말한다. 근심이나 불행으로 어두워진 마음 또는 그 마음이 드러난 표정이며, 자취나 흔적을 말한다. 물에 비쳐 나타나는 모습이다. 어떤 물체와 늘 붙어 다니면서 분리되기 힘든 것을 비유하며, 불우하거나 부정적인 환경의 상황을 말한다. 그림자와 비슷한 의미로 흔적, 종적, 자취 등이 있다. 흔적은 어떤 일이 진행된 뒤에 남겨진 것이고, 종적은 떠나거나 사라진 뒤에 남는 흔적이나 자취이며, 어떤 일이나 사물의 관계가 위아래로 연결되는 것이다. 자취는 무엇이 시간적 혹은 공간적으로 지나가거나 남긴 흔적이란 사전적 설명이다. 사실 그림자와 하나라고 하면서 수없이 함께 다녔으나 한 번도 똑바로 마주 보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본 일이 없다. 내가 너무 했지 싶다. 어쩌면 그림자 그 자체를 독립적으로 구분하고 인정하면서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금껏 지내왔지 싶다. 그렇다고 그림자가 옆에 달라붙어 투덜거리며 불평을 늘어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아예 무시했는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내가 아무리 밝고 화려하게 꾸미고 나서도 그림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늘 검은 망토 한 벌이다. 매무새가 마음에 차지 않고 섭섭해도 그러려니 한다. 검소한 것인지 고집 센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고작 시키는 대로 하거나 그마저도 마지못해서 억지로 하다시피 하는 때가 있다. 꼭 하여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없다. 심지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하듯 조금은 똥배장이지 싶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데 일단 하기로 결정했으면 군소리 없이 협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나도 그들과 같은 구성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귀찮고 하기 싫어도 거들어야 한다. 혼자 빈둥거리다가 정말 그림자처럼 외톨이로 취급받아도 괜찮겠는가. 대우는 제대로 받고 싶어 하면서 내 마음 같지 않다고 뒷전에서 투덜대기보다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