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화장실을 만드느라고
그 자리에 있던 나무 몇 그루를 베었습니다.
그 때 커다란 밤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그 몸통이 타원형으로 두 갈래로 뻣어 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를 때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베어내고 나니 의자를 만들면 안성맞춤일 것 같아서
통나무 의자와 그 다리가 될만한 두툼한 놈들을
그늘 진 곳에 잘 마르게 놓아두었습니다.
오며가며 그 나무들을 보면서 언제 만들까 하며
생각했었습니다.
1주일 전부터 두 형제들과 함께 그 나무들을 꺼냈습니다.
길이에 맞춰 자르고, 다듬고,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앉기 좋게 맞추고, 부드럽게 갈아내서,
성모님 앞 마당에 좋은 자리를 찾고,
두툼한 다리를 땅 속에 박고서
그 위에 통나무들을 얹었습니다.
그리고 벌레먹지 않고 잘 썩지 않게 칠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어울리게 단풍나무 한 그루를 옮겨 심었습니다.
그 통나무 의자입니다.
땀흘리며 이곳에 올라 온 분들이
한 숨 돌리며 성모님과 눈맞추며 쉬어가는 곳입니다.
이것을 만들면서
이렇게 쉬어갈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쉬시면서
이 투박한 통나무 의자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생각해보시면 더 좋겠습니다.
우리 너무 조급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느님의 시간을 생각하면서
기다릴 줄도 알고, 맡길 줄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급하면 다친답니다.
첫댓글 너무 멋집니다. 빨리 달려가 앉아서 성모님께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당신께 다가오길 기다리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맡기질 못하는지 오늘밤 다시 생각해야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감사해요.
우와~넘 멋져요.. 신부님 말씀이 맘에 콕~박힙니다. 기다릴줄도 알고, 맡길줄도 알았으면...조급하면 다친다는...
이세상엔 고통 없이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이 투박한 나무의자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견디어냄과 기다림, 다듬어짐의 시간이 있었겠지요.. 그래야 비로소 나를 내어주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네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요.. 우리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즐겁게 밥해주시는 소녀 할머니처럼 저두 그렇게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ㅋ^^*
예쁜 할머니? ㅋㅋㅋ
의자랑 단풍나무 정말 멋있네요... 그 통나무 의자 밑에 앉아서 단풍 나무를 올려다보면 별이 쏟아진답니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 ^^ ... 저두 언능 가서 앉아보고 싶어욧~ 통나무가 잘리고 얼마간의 묵은 기간을 지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기 까지... 하느님의 때를 다시 상기시켜봅니다 ^^ 아침에 격려의 메세지 감사해요^^
이 의자. 제가 연피정중에는 무엇으로 덮혀있어 잘 못보았는데요.. 보는 것만으로 쉼이 느껴집니다.
어머, 의자 둘이 마주보고 도란도란 얘기하는것 같지않아요?! 고개올라 성모님을 뵐때마다, 몸 조금 돌리셔서 우리 오는것 보아주셔도 참 좋겠다 싶었는데, 이 의자에 앉으면 정겨운 이들 도란도란 웃음과 함께 오르는 모습을 편한 눈길로 볼 수 있겠습니다. 행복한 의자입니다...
허~ 참! 통나무의 의자 하나에 이렇게 기뻐하시는 여러분은 참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벌써 하늘나라 시민이시네요. 이런 여러분과 친구라서 행복합니다.
지난 토요일.. 그 의자에 앉아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나중에 전원생활을 할 때, 우리집 앞마당에 꼭 저런 통나무 의자 하나 놓자구 약속두 하구요...